ㆍ(3) 시민사회 교류 필요
 
▲ ‘민족 감정’ 얽혀 불신·혐오
 반핵·평화헌법 문제 등
 공감 가능한 접점 찾아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양국 시민사회의 연대·교류·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정부에 비해 활동 반경이 넓고 정치적 제약이 덜한 시민사회가 환경·평화·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고리로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일궈냄으로써 벽돌 쌓듯 공감대를 하나하나 넓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184차 수요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소녀상 옆에 서 있다. | 정지윤 기자

 

지난해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의 ‘언론NPO’가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인들은 일본을 ‘군국주의 국가’로, 일본인들은 한국을 ‘민족주의 국가’로 인식했다. 독도, 교과서, 신사참배 등 역사·영토 문제로 양국이 첨예한 갈등을 빚은 결과다. 민족적 감정과 얽혀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이슈로 충돌할 때 서로에 대한 불신과 혐오 역시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정미애 교수는 2011년 낸 논문에서 “역사인식 문제는 양국이 민족주의적 발상에서 감정적으로 대립하여 득보다 실이 많은 정치적 선택을 할 위험성이 가장 높은 문제이기 때문에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썼다. 한국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하고, 일본에서 보수적인 아베 신조 내각이 들어선 2012년 이후 양국 국민감정은 급격히 악화됐다.
 
정 교수는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단계의 교류와 협력의 강화를 통한 방법이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시아연구원 정한울 연구원도 24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한·일 양국의 경우 서로 알아갈수록 호감도가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자유로운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이인순 사무처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후 양국 간 감정의 골이 많이 깊어졌다”면서 “역사 이슈는 빠른 시일에 성과가 나오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도 자기 집권 시기에 뭔가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1990년대 초에도 벌써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일본인들이 있었다. 그런 분들이 일본 내에서 결코 소수가 아니다”라면서 “일반시민들이 연대하면서 평화도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반핵 이슈를 두고 꾸준히 일본 시민사회와 교류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의 이지언 에너지기후팀장 역시 “국가가 민족주의적인 문제를 끄집어내고 애국심을 이용하는 데는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양국의 원폭 희생자 같은 약자의 희생 문제에 대해 연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일본학과 양기호 교수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국민 8~9할이 피로를 느끼고 있다”면서 “일본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이나 평화헌법 관련 문제부터 풀어나가면 호응이 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나 청소년운동 쪽 사람들과 접촉면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일본학연구소 남기정 교수는 “일본은 풀뿌리 시민운동 역량이 축적된 나라”라며 “여성이나 환경 분야에서 함께 가치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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