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홍콩 당국의 강경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유영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시위가 2014년 우산혁명을 비롯해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발생한 수 차례의 시위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합니다. 즉, 이번 시위 역시 홍콩의 자치권을 수호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제한하려는 홍콩 시민들의 강한 의지가 표출된 것이라는 겁니다. 이에 중국 정부 역시 이번 시위가 '마지노선을 건드렸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까지 인권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응 양상을 고려했을 때, 저자는 이번 시위의 결말이 어떻게 나든 중국의 홍콩 내치에 대한 개입이 점차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2019 홍콩 시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홍콩 당국의 강경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수주 동안 이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 집회를 불허하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고 시위대에 대한 백색 테러까지 일어나면서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에 비판적인 홍콩시민의 중국 송환에 대한 우려로 법안 개정을 반대하기 위해 시작된 시위는 캐리 람(Carrie Lam Cheng Yuet-ngor, 林郑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법안 개정을 보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뒤에도 계속되었고, 시위대와 홍콩시민들은 개정 법안의 완전한 철회와 캐리 람 장관의 퇴진, 시위 과잉 진압에 대한 독립적 수사 및 민주주의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우려에 대한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홍콩에서 시진핑에 대해 비판적인 서적을 팔던 서점 관계자들이 실종된 것은 물론 저명 기업인들까지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으로 이번 시위는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이후 중국이 법적 관할권 및 실질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때마다 벌어졌던 홍콩 시민들의 저항의 연속선상에 있다. 2003년 국가반역, 분열, 반란 선동 등에 관한 기본법 23조를 중국 정부가 후속 입법으로 현실화하려 했던 때에도 그랬고, 2014년 중국의 홍콩 관할권에 관한 백서가 발간되고, 중국의 행정장관이 약속했던 직접 선거가 파기되고 오히려 후보 자격을 제한해 우산혁명이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 2016년과 2017년, 독립파와 민주파 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한 사건도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과거부터 이번 시위까지 시민적, 정치적 자유와 법치, 그리고 제한적이나마 민주주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자치를 지키려는 홍콩시민들의 강한 의지가 표출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홍콩의 인권과 민주주의 요구가 대륙으로 번지게 될 것을 염려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위의 폭력성을 강조하며 법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국내외에 선전하는 한편,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의 비판에 내정간섭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매체들은 홍콩 앞바다에서 인민해방군이 훈련하는 사진을 공개해 무력 개입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고, 중국 국방부 대변인이 인민해방군의 홍콩 배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홍콩 반환 이래 22년만에 처음으로 중국 정부가 7월 29일 홍콩의 현 상황에 대해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가 도를 넘어섰으며, 폭력 시위를 진압하고 법치를 유지할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은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2019년 홍콩 시위는 시위대와 홍콩시민들의 요구에 중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가, 그리고 시위대가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것이다. 우선, 중국 정부는 7월 29일 발표한 내용과 같이 홍콩 당국을 지지하는 가운데 홍콩 당국이 시위 주동자를 체포, 구속하는 등 질서 유지를 위한 행동을 하고 시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이때 시위대와 홍콩 시민들이 시위를 지속할 수 있을지 아니면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의 바람대로 시위 규모가 축소되고 결국 동력을 상실할 지가 문제다. 시위가 지속된다면, 중국 정부는 또다시 어떠한 대응을 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재차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시위가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방안은 제외될 것이다. 중국 정부의 개입이 서서히 강화되어 시위대가 저항할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될 때에는 시위대와 시민들은 시위를 지속하는 편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

둘째로,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이 시위대 및 홍콩 시민들의 요구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의 완전 철회, 캐리 람 장관의 사퇴를 비롯해 시위대의 요구 가운데 일부가 관철될 수 있다. 그런데 시위대가 조직화되지 않았고, 홍콩 시민들의 의사가 제도화된 절차를 통해 결집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타협보다는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이 양보하는 타협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질서 유지를 강화하여 시위대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7월 29일 강경한 입장을 보인 중국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꿀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와 함께 현재까지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이 양보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의 보류이다. 개정안의 보류 혹은 좀 더 양보해 개정안 철회를 선언하고 강경 진압을 동시에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로, 중국 정부가 홍콩의 자치를 무시하고 직접 개입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군사력 투입과 계엄령 선포 등의 조치가 포함된다. 시위가 격화되고 중국 정부가 본토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이러한 조치들이 발생할 수 있다. 국제적 비난과 제재 등 직접 개입이 가져올 국제적인 여파를 생각한다면 현재로서는 중국 정부가 자제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직접 개입은 아니더라도 홍콩의 경찰력을 최대한으로 동원한 시위의 강경 진압과 질서 유지는 가능성이 높은 결말이라 생각할 수 있다.

 

홍콩 문제는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놓고 벌어진 2019년 홍콩 시위의 결말이 어떻게 나든 이번 시위를 계기로 중국의 홍콩 내치에 대한 개입이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개입이 심화될 것인지, 아니면 보다 노골적인 개입이 이루어질 것인지가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의 시위 진압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홍콩 내치 개입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민주적 절차와 거리가 있는 행정장관 선출과 입법회 의원 선출이 계속해서 친중국 인사를 당선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다. 또한 사법부에 대한 장악을 강화하여 법치를 약화시킬 것이며, 언론에 대한 검열과 통제를 강화해 홍콩시민들에 대한 언론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한편, 홍콩의 상황이 본토에 알려지지 않도록 차단할 것이다. 사법부와 언론 장악은 기본법을 굳이 폐지하거나 개정하지 않고 명목상으로 유지하면서도 달성할 수 있는 조치이다. 터키, 헝가리, 러시아 등 자유민주주의에서 후퇴한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터키, 러시아의 경우처럼 결국에는 권위주의 통치를 제도화하는 많은 조치들이 뒤따르겠지만 처음에는 제도 변화 없이 반대 세력을 억압할 수 있는 수단을 채택한다.

사법부의 경우에 과거 영국령일 당시 채택했던 영미 관습법 체계가 일국양제의 합의 하에 유지되고 있어 과거 법체계에 따라 재판할 수 있는 판사들이 임용되었고, 다수의 외국인 판사들이 홍콩 반환 이후에도 남아 사법부의 독립성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해외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국인 판사가 급격히 줄어들고 중국 정부와 홍콩 내 친중파로부터 서방세력과 연결되어 공정하지 못한 판결을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친중 성향을 가진 판사들이 사법부를 더욱 채우게 될 것이다. 2016년과 2017년 입법회 일부 의원들이 자격을 박탈당할 때는 홍콩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중국 법률상 법원의 판결에 앞서는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의 결의안이 성립되어 홍콩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했다. 제도적으로 자치를 방해할 가능성이 열려 있고 더욱 커질 것이다.

언론의 경우도 중국 본토에 예속되어 간다고 여겨진다. 언론사 소유주의 다수가 양회, 즉 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정치인민협상회의의 대표를 맡고 있다. 많은 언론사들이 본토와 상업적 이익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특히 대표적 영문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인수하여 이전의 독립성이 훼손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언론의 자유 지수를 발표해 온 대표적인 단체인 프리덤 하우스는 홍콩의 언론 자유 지수를 2008년까지 자유롭다고 평가했다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부분적으로 자유롭다고 평가했으며, 국경없는 기자회가 측정한 홍콩의 언론의 자유 순위는 2002년 18위에서 2019년 73위로 계속해서 하락했다.

 

인권 문제에 관한 중국의 행동을 예측할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중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인권규범을 따르려는 진지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국제인권규범 중 하나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인권 규약에 서명을 했지만 비준하지 않았고, 국제 인권 규약의 개인 청원 절차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자국의 인권 문제를 부인하고 비판을 무력화하려 노력해 왔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에 가해지는 국제적인 인권 개선의 압력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일관적으로 인권 문제를 부인하고 인권 문제에 대한 서구 국가들과의 견해 차이를 좁히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방어적 태도를 취해 왔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유엔 인권위원회/이사회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권 개선의 압력을 인권 압력을 거부하려는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을 모아 함께 저지해 왔다. 천안문 사태 이후 열 차례 넘게 시도된 유엔인권위원회의 중국인권결의안에 대해 논의하지 않도록 하는 불상정동의안 제출로 표결을 방해했고 표결이 있더라도 반대 국가들을 성공적으로 규합해 비판을 막았다. 1997년에는 덴마크가 중국인권결의안을 주도하자 국가 간 공식 방문을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내리고 정치·경제 보복을 위협하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2004년 중단했던 미중 인권대화를 재개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티베트 분리주의자들의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올림픽 이후에는 인권 개선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최근에도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100만 위구르인의 강제수용 문제를 놓고 문제를 부인하며 러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 37개국을 규합해 중국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최근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국제인권규범을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기 위해 국제 인권 보호 메커니즘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7년에는 발전이 인권 향상에 필수적이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주도해 성공적으로 채택되도록 했는데, 이로써 개인의 권리보다 집단적 발전권이 강조되었고 인권이 발전에 의존한다는 함의를 가지게 되었다. 2018년에는 인권 영역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증진하자는 중국 주도의 결의안이 채택되었는데, 국제 인권보호 메커니즘이 기존에 의존했던 창피주기(naming and shaming) 방식보다 건설적 대화, 기술 지원, 역량 강화를 주된 방식으로 하자는 내용이었고, 이는 자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개입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채택되지 못했지만 시민사회와 관련된 결의안에 대한 수정안 통해 비정부기구가 자원 지원을 요청하고 받고 사용하는 것이 합법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여 비정부기구에 대한 감독 강화를 정당화하려 하고 또한 비정부기구가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려 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홍콩의 인권이나 민주주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음은 물론 인권과 민주주의 자체에 중요성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서구 국가들이 홍콩 문제에 심각하게 개입하게 되는 상황을 피해가면서 시위를 억누르고 향후에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홍콩 내치에 더욱 더 개입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칠백만 홍콩 인구 가운데 이백만이 시위에 참여했다’, ‘우산혁명 때보다 홍콩시민들이 결집되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적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등의 언론 보도와 평가가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홍콩 반환 후 22년 동안, 혹은 천안문 사태 이후 30년 넘게 중국이 일관적으로 보여온 행동의 연장선상에서 홍콩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

 

저자: 유영수_ 북한대학원대학교 조교수. 미국 뉴욕주립 빙햄튼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체제 전환 과정과 인권, 국제 인권 보호 메커니즘과 북한 인권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 담당 및 편집: 최수이 EAI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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