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EAI Special Report_FTA 2.0: A New Trade Strategy for South Korea

 

저자

손열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겸 원장.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고, 중앙대학교 교수, 도쿄대학, 와세다대학,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방문교수를 지냈다. 전공분야는 국제정치경제, 일본정치경제, 동아시아지역주의, 글로벌거버넌스이다. 현대일본학회장과 한일신시대 공동연구 위원을 지내고,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국립외교원 자문위원, 동북아역사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최근 연구업적으로는 “Attracting the Neighbors: Soft Power Competition in East Asia,” “Securitizing Trade: The Case of US-Korea FTA,” and “Japan’s New Regionalism: China threat, Universal Values, and the East Asian Community” 등이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WTO 팀장, (대통령 직속) 한미FTA 체결지원위원회 수석전문관, (대통령 직속)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자문관,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SAIS) 방문학자를 역임한 바 있다. 연구관심은 국제무역과 서비스, 정치경제학이며, 최근 저술로는 "중국 국유기업과 한중 FTA,"(KDI, 미간), “Audiovisual Services in Korea: Market Development and Policies,"(ADBI, 2012), “KORUS FTA vs. Korea-EU FTA: Why the Differences?"(Korea Economic Institute, 2011), “G20 형성과 전망: 국제 금융 체제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동향과 전망, 2010), “GATS 국내규제와 투명성 규범에 대한 연구”(국제통상연구, 2009) 등이 있다.

 

이승주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통일연구원 연구원, 버클리대학교 APEC 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 연세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으며, 최근 저작으로는 Northeast Asia: Ripe for Integration? (공편, Springer, 2008), Trade Policy in the Asia-Pacific: The Role of Ideas, Interests, and Domestic Institutions (공편, 2010) 등이 있다. 그 외 <한국정치학회보>,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The Pacific Review, Asian Survey 등의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최근 주된 연구분야는 동아시아 지역주의, 글로벌 FTA 네트워크, 중견국 외교, 개발협력외교 등이다.

 

이용욱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캔사스 대학에서 동아시아학 학사, 남가주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도쿄 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방문 연구원, 남가주 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강사, 브라운 대학교 왓슨 국제연구소 및 동아시아학과 프리만 펠로우, 오클라호마 대학교 중미 연구소 연구위원, 동대학 정치학과 및 국제지역학부 조교수로 활동했다. 저서는 The Japanese Challenge to the American Neoliberal World Order: Identity, Meaning, and Foreign Policy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8)가 있다. 편서로는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의 정치경제》(2012, 아연출판부)가 있고 현재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에 대한 단행본을 집필 중이다.

 

전재성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학사, 석사를 거쳐,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국제정치이론으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 대학교 방문교수를 지낸 바 있다. 전공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동아시아 안보론, 한국외교정책 등이다. 주요 저서로는 《동아시아 국제정치: 역사에서 이론으로》(동아시아연구원, 2011), 《정치는 도덕적인가? 라인홀드 니버의 초월적 현실주의》(한길인문학문고, 2012)가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유럽의 국제정치적 근대 출현에 관한 이론적 연구”(<국제정치논총>, 2009),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에 대한 탈근대론과 현실주의의 비판 고찰”(<국제정치논총>, 2010), “강대국의 부상과 대응국의 전략 연구”(<안보문제연구>, 2009) 등이 있다.

 

 


 

 

정책제안(Executive Summary)

 

I. 왜 FTA 2.0인가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전략은 여러 국가들과 동시에 협상함으로써 FTA 후발국의 처지를 일거에 만회하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동시다발형 FTA 전략” 하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이제 FTA에 관한 한 한국은 추격을 넘어서 선두권의 반열에 올랐으므로 향후 10년을 겨냥한 FTA 2.0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2010년대 들면서 통상정책은 세가지 도전요소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양자 FTA로부터 다자 FTA로의 방향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중-일 FTA,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 등 동북아, 동아시아, 아시아-태평양을 단위로 한 지역 다자적 통합 움직임이 개별적으로 진전되고 있어서 기존의 양자협정 전략과 다른 다자협정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FTA의 지역다자화 경향의 이면에는 동아시아 FTA 네트워크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의 전략적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과의 FTA 체결을 필두로 홍콩, 마카오, 대만과 협정을 체결한 이래 한-중 FTA, 한-중-일 FTA, RCEP 추진을 통해 자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FTA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에 반하여 미국은 TP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아태지역을 단위로 한 FTA 네트워크 구축으로 맞서고 있고 일본이 TPP 교섭참가를 선언함으로써 동아시아 혹은 세계 FTA 판도는 요동치고 있다. 주요 거대 시장과 양자 FTA를 선취하여 “글로벌 FTA 허브”를 추구해 온 한국의 전략 역시 수정을 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세 번째 도전요인은 신자본주의를 요구하는 국내정치적 환경의 변화이다. 힘겹게 체결한 대형 FTA가 국내적으로 경제사회 전반에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를 주기보다는 일부 수출대기업과 수입업자의 협소한 이익을 챙겨준다는 인식하에 FTA 피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한 이래 신자유주의적 성장의 한계가 노정되면서 사회안전망 확대와 경제민주화를 담는 새로운 자본주의가 모색되는 추세와 연결되면서 향후 FTA 전략이 내향적 성향을 띠게 작용하고 있다. 향후 FTA 전략은 기왕의 시장선점, 수출시장 확보,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란 목표를 일정하게 조정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FTA와 관련된 한국의 위상 변화, 대외통상환경의 변화, 그리고 국내정치환경의 변화라는 도전요인에 대응해 마련해야 할 통상정책 2.0은 번영과 공생을 목표로 하여 개방, 참여, 공유, 확산의 원칙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출시장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이라는 단일 목표를 추구했던 FTA 1.0과 대별되는 대목이다. 향후 10년 세계 자본주의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반성으로 신자유주의적 성장을 넘어 인간 및 자연과의 공생을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를 끊임없이 모색할 것이다. 따라서 FTA 2.0은 이러한 거대조류에 조응하면서 한편으로 동아시아 아키텍처를 둘러싼 미중 대립을 유연하게 흡수하여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네트워크 질서를 구축하는 목표를 실천한다.

 

FTA 2.0은 네트워크 2.0이 갖는 의미 그대로 열린 플랫폼 하에서 더 많은 행위자들이 참여하고 더 많이 공유하는 FTA라는 의미를 갖는다. FTA 2.0은 (1) 배타적이지 않고 개방적인 FTA를 지향한다. 특정 지역을 한정하여 구성원간의 배타적 특혜협정을 맺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진입기준을 만족시키는 행위자에게 개방하는 성격을 갖는다. (2) 개도국과 신흥국에게 참여의 문을 열고 포용하는 FTA를 추구한다. (3) 개방의 과실을 사회 구성원 골고루 향유할 수 있는 공유의 FTA를 추구한다. (4) FTA들을 연결하여 정합성, 호환성을 높여 확산하는 FTA를 추구한다.

 

무역규칙 제정 : 이러한 목표와 원칙 하에서 한국의 교섭은 관세 양허 협상을 넘어서 초국적 생산이 일어나는 지역을 단위로 무역-투자-서비스의 결합을 돕는 새로운 제도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재산권 보장, 원산지 규정, 자본 이동, 인력 이동, 경쟁 정책, 인프라 서비스 등 지역을 단위로 한 다자적 무역규칙과 규범을 제정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공생의 FTA : 향후 한국이 마주할 RCEP 중심의 FTA 교섭국은 주로 한국보다 경제규모나 발전 정도가 낮은 아시아 개도국들이다. 한국은 한-미 FTA나 한-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FTA를 통해 고수준 개방을 단행하였으나, 아시아 개도국들이 이런 고수준의 개방을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FTA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개방을 추구하되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탱하는 FTA를 추진해야 한다. 개방에 따른 승자의 이득을 나누고 패자의 손실을 보상함으로써 개방의 과실을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중견국의 가교외교 : 경제적으로 통합의 길을 걸으며 부상하는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국과 중국은 이 지역 경제아키텍처의 설계를 놓고 군사와 경제면에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각축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국가의 건축비전이 정합적이지 못하고 경합적이라는 데 있으며 그 이면에는 미중간 세력전이와 그에 따른 전략적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전략적 비전은 양국간 세력전이에 따른 불신과 갈등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체제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설계를 해 나가는 일이다. 한국은 가교로서 미국과 중국의 FTA망이 동아시아에서 공존하면서 정합성과 호환성을 향상시키는 네트워크 전략을 추진하고, 동시에 군사안보 영역과 연계하여 “강대국 정치의 비극”(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복합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