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 글로브스캔 · 동아시아연구원 · 사회적기업연구소

중국 서베이 결과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에서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CSR)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에서 CSR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 안’의 이슈이자 동시에‘ 글로벌’ 이슈이다.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의 발생과 그 해결과정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과 규모를 고려하면 전혀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한국만 하더라도 한중 교역이 2013년 2500억 달러를 넘어서고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비약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중국은 한국의 최대 경제 교역국이 된지 오래이다. 이런 중국에서 CSR 문제가 부상하게 됨에 따라 한중 무역, 투자, 현지 진출 과정에서 현지화의 필수전략으로 고려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에서 CSR이슈가 강화되고 있는 요인으로는 우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환경, 노동에 대한 국제 규범의 압력이 커지고, 사회책임경영을 표방한 중국 진출 다국적 기업(MNC)들의 영향력이 높아진 점을 꼽을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2003년 등장한 후진타오 정부가“ 과학적 발전관, 조화사회(調和社會)”를 국가 목표로 내세는 한편, 2006년 회사법(公司法)을 개정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개정 회사법에서“ 회사는 경영활동을 하면서 법률과 행정 법규를 준수해야 하며, 공중 도덕과 상업 도덕을 준수하고, 정부와 사회의 감독하에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명시했다. 이후 노동법, 소비자권익보호법, 제품품질법, 환경보호법 등 관련 법규 정비를 강화해 왔다. 한편 2005년 지린성 지린석화(吉林石花) 공장 폭발사고, 2008년 싼루(一鹿) 그룹의 멜라민 분유 파동, 2010년~12년 폭스콘(Foxconn) 공장의 노동자 자살 사건 등으로 CSR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급상승한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남영숙 2015; 이관승·정선욱 2011).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현지 정착에 실패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중국에서의 CSR 전략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김병균·서민교 2012; 유희문 2014).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진출 기업들도 CSR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뿐 아니라 현지에서 기업의 이미지와 평판의 제고, 위기관리,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강화, 직원의 충성심 강화와 같은 효과를 낳는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툭히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도 중국 사회의 높아진 CSR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현지 CSR 전략과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유력초·권영철 2011; 정상은 2007; 최병헌 2008, 2009). 중국한국상회가 발간한 <2012 한국기업 CSR 백서>의 평가에 따르면 중국 진출 기업의 CSR 활동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주된 요인으로“ 비용부담”이나“ 담당인력의 부족”뿐 아니라 중국에“ 적합한 CSR 활동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을 꼽고 있다(박상수·고명걸 2014).

 

중국에 적합한 CSR 활동의 전략과 방향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민사회, 중국 소비자들의 CSR 인식 실태와 수요에 대한 실증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대 들어와 CSR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국내 CSR 연구는 활성화되고 있지만, 해외진출 기업, 특히 한국 최대 교역국인 중국 현지의 CSR에 대한 논의나 연구는 더더욱 부족한 상황이다(김병균·서민교 2012, 237; 유희문 2014, 99-100; 정상은 2007, 245-7). 그 동안 중국 CSR에 대한 국내 연구는 양적으로도 부족할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중국에서의 CSR 논의의 전개 과정(이관승·정선욱 2011), 중국 내 CSR 보고서와 평가시스템(이찬우 2013), CSR 관련 제도의 정비 과정을 소개하거나 중국 내 다국적 기업 및 한국 기업의 CSR 사례를 정리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김병균·서민교 2012, 237; 유력초·권영철 2011; 유희문 2014: 정상은 2007; 최병헌 2008, 2009).

 

정작 중국의 CSR 수준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나 CSR 전략/정책 수립에 필수적인 전략 환경, 정부를 제외한 이해당사자들(특히 중국 소비자와 시민사회)의 CSR 인식과 정책적 수요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해외 학계가 중국 CSR에 대한 시민사회나 NGO, 소비자 요인들까지 관심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와는 대조되는 양상이다(Geoffrey 2009; Davis and Moosmayer 2014). 그 결과 국내 연구에서 보여지는 중국 CSR의 실태와 현황에 대한 평가는 혼란스럽다(이관승·정선욱 2011; 정상은 2007).

 

한편에서는“ 조화사회”를 내세운 중국 정부 및 지방정부의 강한 CSR의 의지로 중국에서의 CSR은 중국 기업은 물론 중국 진출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관련 법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의 유착 관계로 감시와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림1]처럼 중국 정부의 CSR 드라이브가 강화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발표하는 CSR 보고서가 급증하는 등 CSR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와, [그림1]의 우측 그림처럼 정작 발표되는 보고서의 질은 양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CSR 인식 수준에 대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생존 여부를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반대로 아직 중국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CSR 인식은 초보적이며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못 하다는 진단도 공존한다. 다국적 기업에 대해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모범이라는 높은 기대와 신뢰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이들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중국 기업에 비해 엄격한 기준의 적용과 중국 소비자들의 감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이중적 대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China WTO Tribune 2011; 남영숙 2015; 박상수·고명걸 2014; 정상은 2007; 주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관 2013).

 

그림1 _ 중국 기업의 CSR보고서 발간 추이 및 보고서 질적 수준에 대한 국가별 비교

 

자료: 新華網,“ 2014 企業社會責任報告 8大發現”(2015), KPMG Survey of Corporate Responsibility Reporting 2013. 남영숙(2015, 257-258)에서 재인용.

 

이러한 인식의 혼란을 해소하는 것은 중국 진출 기업이 현지 상황에 맞는 CSR 전략과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중국 사회가 기업(특히 다국적 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이를 위해 기업에 어떠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연구의 축적이 시급하다. 본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 컨설팅 기관이자 국제비교조사 연구기관인 글로브스캔(GlobeScan)과 한국의 연구파트너인 동아시아연구원, 사회적기업연구소가 매년 진행하고 있는 의 2013-14년 데이터를 활용하여 그 동안 간과되었던 중국 소비자들의 기업관, CSR 인식의 실태와 변화 양상을 실증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2장에서는 기업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감정적 태도와 이미지(기업 신뢰도), 기업의 CSR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유형화하고, 3장에서는 중국 현지의 CSR 전략 및 정책 수립에 필요한 CSR 수요 분석과 함께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고려해야 할 CSR 정보 취득 행태, 윤리적 소비행동에 대한 실태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2. 중국 소비자의 기업에 대한 태도와 CSR 인식 유형

 

당 우위 체제가 유지되고 시민사회가 약한 중국에서 CSR 이슈의 부상, CSR의 제도적 환경의 구축 과정은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당과 정부의 의지와 이들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및 중앙정부-지방정부-기업 및 증권 감독위원회 등으로 연결되는 정부의 관리, 감독 체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갈수록 국제규범과 시장의 압력과 규율이 강해지고 있다.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과 SNS 영향력의 강화, NGO 등 시민사회의 힘이 커지면서 중국 CSR의 전개방향에 미치는 민간 영역의 영향력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Davis and Moosmayer 2014). 시민사회와 소비자 등 민간 행위자는 언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 하에서도 기업의 브랜드 및 평판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는 등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 기반은 기업 활동을 실질적으로 제약하고 있다(이재열 2011; 정한울 2015).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국 소비자들은 기업에 대해 어떠한 정서적 태도(emotion)를 갖고 CSR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cognitive attitude)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장에서는 우선, 해당 사회의 기업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대기업 신뢰도의 수준,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CSR의 방향과 이를 강제하는 규율 방식을 중국 소비자의 CSR 인식에서 나타나는 특징들로 유형화한다. 중국 사회가 선호하는 CSR의 방향에 대해서는 CSR 개념과 관련한 핵심 쟁점이었던“ 법적, 경제적 책임 우선론” 대“ 윤리적, 사회적 책임 우선론” 사이의 갈등은 물론, 최근 서구 학계와 선진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공유가치론(creating shared value: CSV)”의 관점이 얼마나 수용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본다(Jones1995; Porter and Kramer 2011). CSR을 강화하는 규율방식에 대한 중국 소비자 인식의 특성은“ 정부 규율”과 “사장의 자율 규율” 입장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 지 검토한다(Sethi 2003; Vogel 2008).

 

 

1) 대기업 신뢰도: CSR의 사회적 환경

 

사회적 신뢰는 대상에 대한 인지적 평가 태도나 정치사회적 선호와 시민참여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태도이다. 일반적인 호감도와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일단 형성되면 쉽게 깨지지 않지만, 일단 깨지고 나면 복원이 어렵다. 하지만, 사회적 위험을 극복하고 갈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Erikson and Tedin 2005; 박종민 2003; 이재열 2011; 이숙종·유희정 2010; 정한울 2015b). 신뢰 기반이 있다는 것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진정성 있게 문제해결에 임할 경우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불신이 큰 사회에서는 기업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작은 문제도 크게 비화될 소지가 크고, CSR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가 훨씬 어려운 사회적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언론과 학계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중국 기업과 중국 진출 다국적 기업에 보여준 중국 소비자들과 NGO들의 반발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기업에 대한 신뢰 기반이 깨지고, 반기업정서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된 상황이다. 중국 사회의 심각한 기업불신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잠복된 뇌관처럼 비쳐진다. 그러나 [그림2]를 살펴보면, 중국인의 중국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2014년 69%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에 대해서도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62%로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 수치는 언론, 학술연구기관, 유엔 등의 국제기구에 대한 신뢰도를 능가하고 있다. 정부를 제외하면 중국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기관이 바로 중국 내 대기업인 셈이다. 다국적 기업에 대한 신뢰도도 대기업과 언론, 학술단체에는 약간 못 미쳤지만 높은 신뢰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1]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중국의 국내 대기업 및 국내 진출 다국적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2014년 조사 기준 자국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조사대상 24개국 중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고, 국내 진출 다국적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경제성장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가나 등에 이어 네번째로 높은 상위권에 속한다. 이렇듯, 중국에서의 CSR은 고 신뢰 사회기반하에서 전개된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와 시민사회의 기업에 대한 높은 신뢰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안요인은 있다. 다시 [그림2]로 되돌아가보자. 2004년 이후 각 기관에 대한 신뢰도 최저점과 최고점과의 격차를 보면 해당 기관 신뢰도의 공고함을 추론해볼 수 있다. 중국 대기업 신뢰도 최대 격차는 16%p(2004년-2012년), 중국 진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최대 격차는 25%p(2004년-2010년)나 된다. 중국 NGO 22%p(2013년-2005년), 언론 18%p(2014년-2010년)만큼이나 불안정하다. 정부와 학술단체, UN에 대한 신뢰도 격차가 10%p 미만에 머물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진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신뢰도의 경우 2004년 69%까지 상승했지만, 다국적 기업들의 CSR 관련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다국적 기업 위기의 해” 인 2005년 이후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후 해외 진출 기업들의 CSR이 강화되고 정부의 의지가 강화되면서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추세이다.

 

그림2 _ 중국 소비자의 제도 신뢰 비교(%)

 

데이터: 글로브스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공동 중국조사 데이터, 글로브스캔(GlobeScan)
중국조사 데이터 (질문문항 Q4At, n=500)

 

[표1] 〈2014 RADAR〉 자국 대기업 및 자국 진출(%)

데이터: 글로브스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공동 (질문문항 Q4At, n=500)

 

반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80% 전후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언론, NGO들의 신뢰도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는 정부의 규제와 소비자 및 NGO로부터의 CSR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조건으로 작용한다. 중국 소비자, NGO 등 시민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CSR 관련 이슈를 정리한 [표2]를 보자. 실제로 2005-2006년 정부의 조화사회론이 등장했던 시기 전후로 중국 국내외 기업들에 의해 윤리적,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 파장도 커지고 있다. 초기에는 환경문제나 유해물질 논란이 주요 이슈였다면 최근에는 먹거리 안전 및 노동 관련 이슈들도 의제화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기업에 우호적인 사회신뢰기반이 형성되어 있지만, 동시에 기업들이 만들어낸 사회적,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업 신뢰도의 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더구나 기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부, 언론, NGO 등에 대한 신뢰도가 강하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영향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표2] 2005년 이후 이슈화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주요 사건 목록

주: Darigan and Post(2009), 남영숙(2015), 박상수·고명걸(2014), 이관승·정선욱(2011), 정상은(2007), 차오젠(喬健, 2011)을 필자가 종합하여 정리한 것임.

 

 

2) 중국 소비자의 CSR 인식 유형 변화

 

중국 소비자들의 CSR 인식의 특징과 그 변화 양상을 분석하기 위해 각국의 CSR 인식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인식 유형틀을 살펴보자. 본 보고서는 CSR을 둘러싼 두 가지 핵심 쟁점에 대한 인식태도를 기준으로 인식 유형 분류 틀을 추출한다. CSR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1) CSR이 담당해야 할 내용과 우선순위를 고려하면,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윤 및 일자리 창출 같은 기업 본연의 역할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볼 것인지(주주모델), 높은 윤리적 기준의 적용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사회적 요구와 결부된 환경, 빈곤, 교육, 보건,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포함하는 규범적 사회적 책임을 우선할 것인지(이해당사자 모델)의 논쟁 축“( 경제책임 우선론” 대“ 사회책임 우선론”)이다. (2) CSR를 규율하는 기제로서 정부규제에 의존할 것인지 시장에서의 자율적 규율에 우선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 정부규율형” 대“ 자율규율형”)을 두번째 인식 유형 분류 축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 두 이슈 축을 교차하면 각국의 CSR 인식을 분류할 수 있는 네 가지 기본 인식 유형을 추출할 수 있다(정한울 2009; Sethi 2003; Vogel 2008).

 

최근 세계 각국 소비자들의 CSR 인식을 비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0년대를 거치면서 경제적 책임 우선론에 대한 여론은 감소하고 사회책임 우선론에 대한 지지 여론은 정체되고 있는 반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공유를 주장하는 소위 공유가치 창출형 CSR인식 유형(Creating Shared Values, CSV)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CSR의 내용과 역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축은 2개 인식유형에서 3개 인식유형으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OECD 선진국에서는 CSV형 인식 유형의 여론이 다수 여론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확인되고 있다. 반면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개도국에서는 경제책임 우선론이 다수 여론이었지만 최근 사회 책임을 우선하라는 규범적 CSR 인식이 강화되는 등 국가 상황에 따라 CSR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한편 CSR 규율방법의 인식 차원에서 보면 선진국들에서는 대체로 시장규율을 선호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반면, 개도국에서는 예외없이 정부규율형에 대한 지지가 강하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2 * 3 인식 분석틀을 도출할 수 있다[표3]. CSR 역할에서는 경제적 책임 → 사회적 책임 → 공유가치창출론으로 논의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고, 규율방식으로는 시장규율방법과 정부규율형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이 틀을 활용하면 개도국은 (1) 유형에서 (2) 유형 쪽으로 이동하고, 선진국에서는 (3) 유형을 넘어 (5), (6) 단계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정한울 2013a).

 

[표3] CSR 인식 분류 유형

 

중국은 어떨까? 이 분류틀로 중국의 CSR 인식유형을 분류해보자. 우선 대기업의 CSR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관련해서는 중국 대기업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윤을 창출하며, 세금을 납부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경제책임 우선론),“ 법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윤리적 기준을 세워 나가고 모두에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사회책임 우선론),“ 양 입장을 병행(절충)해야 한다”(공유가치 창출론) 중 택일을 하게 한 결과를 보자. 2013년 조사에서 중국 소비자의 41%가 사회책임 우선론의 손을 든 반면, 경제적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은 21%로 소수에 불과했다. 사회적 책임과 경제적 책임을 절충해야 한다는 공유가치창출의 입장에 대한 지지는 36%로 사회책임 우선론과 여론을 양분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 문항에 대한 이전 결과들과 비교해보면 중국 소비자들의 CSR 인식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책임론에 대한 지지는 2003년 37%, 2006년 39%, 2008년도에는 44%로 경제책임 우선론을 넘어섰지만, 2013년 조사에서는 41%로 주춤하고 있다. 경제책임 우선론에 대한 지지는 2003년 38%로 사회책임 우선론과 대등한 수준이었지만, 2006년 35%로, 2008년 34%로 주춤하더니 2013년 조사에서는 21%로 급감했다. 중국 정부의 CSR을 명시한 2006년 기업법 개정과“ 조화사회론”의 추진, 2008년 쓰촨성 지진, 베이징 올림픽, 멜라닌 분유 파동을 거치면서 CSR 논의가 급격하게 확산되었고, 이 과정에서 경제책임 우선론의 입지는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유가치창출의 입장이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20-22% 대에 머물렀지만, 2013년 조사에서는 36%로 상승했다. 종합해보면 중국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경제책임 우선론과 사회책임 우선론이 반분하는 인식 지형이 이제 사회책임 우선론과 공유가치 창충론이 반분하는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의 CSR인식이 최소한 내용차원에서는 개도국형 인식에서 선진국형 인식으로 전환할 조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으로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그림3 _ 대기업이 추진해야 할 CSR의 역할(%)

 

데이터: 글로브스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질문문항 Q6t, n=500), 글로브스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 , 글로브스캔 .

 

한편, CSR 규율 방법에 대한 여론은 [그림4]에서 확인된다.“ 정부는 제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일자리가 줄더라도 대기업들이 전통적으로 해온 경제적인 역할을 뛰어넘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찬반을 물어본 결과다. 중국 소비자들은 일관되게 정부 대기업으로 하여금 CSR을 강제하도록 하는 법 제정에 압도적인 찬성을 보여 주고 있다. 개혁개방기인 2000년대 초반까지 정부규율론에 대한 찬성이 다소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중반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2013년 조사에서는 무려 71%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중국 정부에 대한 강한 신뢰와 정부 규율에 대한 찬성 여론은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4 _ CSR 규제 법 제정에 대한 찬반(%)

데이터: 글로브스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공동 (Q8t, n=500)

 

다만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상황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폭이 큰 반면, 정부에 대한 신뢰와 규제에 대한 지지가 일관되게 유지되는 현상이 대비된다. 기업들의 CSR 활동에 대한 불안정한 태도를 좀 더 분석해보면 기업에 대한 신뢰에는 양면성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5]를 보면“ 기업의 CSR 활동은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다”라는 주장에 대해 열 명 중 일곱명에서 여덟 명 꼴로 동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중국 대기업, 다국적 기업에 대한 높은 신뢰도에도 불구하고 시기별 상황에 따라 불안정한 태도가 나타나고 신뢰도의 부침이 있었던 것도 이처럼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던 점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면밀한 해석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기업에 대한 높은 신뢰와 CSR 활동의 진정성에 대한 불신이 공존하는 현상을 추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림5 _ CSR 진정성에 대한 태도(%)

데이터: 글로브스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공동 (Q11Bt, n=500)

 

종합하면, 중국은 현재 사회책임우선론-정부규제형 유형과 공유가치창출-정부규제형 여론이 대등하게 여론을 분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제시한 CSR 분석틀을 활용하여 중국 CSR 인식 유형의 변화 과정을 추적해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는 (1) 유형과 (2) 유형이 각축을 벌였지만, 2008년 이후 (2) 유형“사회책임-정부규제형”이 다수를 점했고, 2013년 조사에서는 (3) 유형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강한 정부에 대한 신뢰는 유지되는 반면, 기업에 대한 신뢰는 불안정하다. 시장규율을 선호하는 여론은 강화되지 못하고, 정부 규제에 의존하는 경향도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3. 정책적 고려 사항: CSR 수요와 커뮤니케이션의 조건

 

이 장에서는 CSR 정책 수립 시 고려해야 할 요인들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조사 결과를 정리한다. 크게 (1) 중국 소비자들이 바라는 CSR의 수요를 파악하고 (2) 정보취득의 경로 및 취득 정보의 수준을 확인하고 (3) CSR을 기준으로 한 윤리적 소비행동의 활성화 정도를 중심으로 중국 실정에 부합하는 CSR 정책 환경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이들 내용은 CSR 활동의 영역을 선정하고, CSR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이다.

 

 

1) 중국 소비자들의 CSR 수요

 

중국 소비자들이 바라는 CSR의 영역을 파악하기 위해 우선 중국 소비자들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문제 영역과 함께 업종별 CSR 활동에 대한 신뢰도를 분석함으로써 각별히 유의해야 할 CSR 업종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우선, 중국 소비자들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자. [그림6]은 14개 사회문제 영역별 문제의 심각성 평가 비율(매우 심각 + 대체로 심각) 순으로 정렬한 결과이다. 전체적으로 보건(85.7%) › 식품/에너지 가격의 상승(85.6%) › 환경오염(84.8%) › 취약한 사회안전망(84.7%) › 경제적 불평등(83.7%) 순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낮은 사회적 문제로는 남녀차별, 인권, 빈곤/노숙자 문제가 꼽혔다. 노동권 침해, 실업은 그 보다는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가 밀리는 과제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후순위 과제들 모두 심각하다는 인식이 과반을 훌쩍 넘을 정도로 절대적인 의미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을 기준으로 보면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느끼는 강도가 가장 높았고(46.6%), 식품/에너지 가격의 상승(39.6%) › 보건 문제 (34.1%) › 사회안전망(34.2%) 순이다.

 

기준에 따라 상대 순위는 바뀌어도 결과적으로 삶의 질과 연관된 환경-보건 문제, 생활 안정을 위한 생필품 물가안정, 경제적 불평등과 안전망의 확보 등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으며, 이는 “조화사회론”이 제시한 정부 시책과 대체로 부합하는 과제들이다. 중국 진출 기업이라면 우선은 정부 시책과 사회에서의 정책 수요가 일치하는 영역에 중국 CSR 사업의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무난한 선택이 될 듯 하다. 그러나 차별화의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심각성에서 후순위에 꼽힌 문제들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한 전략이다. 후순위로 꼽힌 문제들도 절대적 기준으로 보면 심각하다는 응답이 과반을 모두 넘고 있으며, 특히 2010년 전후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이슈들이다. 만약 선발 기업들의 CSR 활동이 우선순위가 높은 이슈들에 집중되어 있고, 후순위 과제들에 대한 활동이 미약하다면, 후발 주자들은 역으로 후순위 과제들을 자신의 주력 CSR 활동영역으로 삼는 것이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림6 _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 평가(%)

데이터: 글로브스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공동 (Q3t at-n, n=500)

 

한편 [그림7]에서 업종별 CSR 활동에 대한 신뢰도 평가를 보면 모든 업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점수 평균이 3점을 넘어 대체로 신뢰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고 평균을 기록한 은행/금융 분야 평균점수가 3.31로 3점을 갓 넘는 수준이라 역시 이들에 대한 신뢰도가 강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들 업종에 대한 신뢰 기반을 확대해 나가지 못 할 경우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업종별 평가에서 나타나는 순위 차이를 보면 은행/금융, 자동차, 맥주/주류, 이동통신/휴대폰 업종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제약, 화학, 정유, 담배, 식품 기업군에 대한 신뢰 평판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중국 CSR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건들을 반영하듯, 대체로 환경 및 건강 유해식품에 대한 불신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중요한 특징은 선진국들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정보/통신 산업 기업들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한국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은행/금융 산업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것은 주목할 만 하다. 현재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기업들은 신뢰를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신뢰 기반이 약한 기업들의 각별한 CSR 대책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정한울 2013b).

 

그림7 _ 업종별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신뢰도 평균(점)

데이터: 글로브스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공동 (Q8At at-ft, 15At at-ft, n=500)

 

 

2)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 정보량과 정보 취득 경로

 

기업의 CSR 전략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수요에 맞는 CSR 활동 내용을 마련하고 제공하는 것 못지 않은 중요성을 가진다. 기업의 CSR 활동이 충분히 이해당사자들과 소통되지 못하면 CSR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 소비자들은 얼마나 개별기업들의 CSR 활동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접한 상황에서 태도를 결정하는 것일까? [그림8]의 조사결과는 사회적으로 CSR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정작 개별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접하지 못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3년 조사에서“ 특정 기업이 사회발전과 환경보호, 사회환원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나 들어보거나 읽어보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매우 많이” 접했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고,“ 몇 번 있다”는 응답이 26%에 그친 반면 절반에 가까운 53%는“ 별로 없다”고 답했고,“ 전혀 없다”는 응답도 16%에 달했다. 이는 2010년 조사에 비해서는 다소 줄어든 수치이나 2006년 조사와 비교해서는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나 언론을 통한 CSR 전반에 대한 정보나 부정적인 사건, 사고에 대한 정보 취득 외에 개별 기업들의 CSR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의 소통이 정체되어 있다는 점에서 빨간 불이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8 _ 개별기업 CSR 활동에 대한 정보 접촉 빈도(%)

데이터: 글로브스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공동 (Q10Bt, n=500)

 

CSR 커뮤니케이션의 답보 상태가 매체의 한계가 아닌지 살펴보기 위해 위 문항에서 개별기업의 CSR 활동을 접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149명에 대해, 추가로 어떤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었는지 물어본 결과가 [그림9]이다. 2013년 조사와 이전 조사결과를 비교해보면 2010년까지는 뉴스보도의 비중이 압도적이고 기업 광고와 인터넷이 개별 기업 소식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였는데, 2013년 조사를 보면 뉴스보도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된 반면, 인터넷과 기업 광고의 매체 효과는 지속되는 양상이다. 대신 40% 수준에 머물던 구전효과(주변 지인)나 기업보고서의 중요성이 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여전히 기업 광고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되고, 기업의 CSR 보고서의 효과가 커진 점은 고무적이다. 전통적인 소통 전략과 CSR 보고서의 확대 노력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다. 그러나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매체 중 매스미디어의 뉴스 보도나 인터넷 매체, 구전효과 등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기 어려운 매체라는 점이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CSR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세밀한 매체 전략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그림9 _ CSR 관련 정보 취득 매체

데이터: 글로브스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공동 (Q11 at-ft, n=149; 13t, n=99)

 

인터넷 매체가 분화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여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는 응답자(99명)들에게 어떠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었는지 추가로 물어본 결과가 마지막 그림이다. 인터넷 통한 정보 취득자의 57%는 인터넷 기사를 꼽았다. 그러나 그에 버금가는 52%는 SNS를 꼽았다. 개별 기업의 홈페이지를 꼽은 응답은 17%에 그쳤다.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기존의 홈페이지 중심에서 탈피하여 SNS 활용방안에 대한 대책이 매우 중요해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3) 윤리적 소비행동: 상승된 인식, 잠재된 행동

 

중국 소비자들의 CSR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본 조사 결과에서는 주관적인 인식과 실제 행동 사이에 큰 갭이 발견되고 있다.

 

[그림10]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자신의 윤리적 소비행동(ethical consumerism)에 대한 의지와 효능감(efficacy), 적극성이 매우 높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나는 소비자로서 기업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소비자 효능감은 85%가 동의하였고,“ 환경을 보전하려면 소비를 줄여야” 하며(83%),“ 내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성찰적 태도도 내면화(71%) 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여 만든 제품/서비스는 충분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77%),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는“ 윤리적 소비행동(CSR 제품 구매)을 추구”하고 있거나(76%), 심지어“ 가격이 비싸지더라도 윤리적 소비를 할 의사(74%)”를 밝히고 있다. 더구나“ CSR 잘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한 구매 권유” 등 제3자에게 까지 윤리적 소비행동을 전파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77%). 기존 연구들에서 중국 소비자들과 시민사회의 CSR 인식이 성숙했다는 평가들은 이러한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10 _ 중국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 인식(%)

데이터: 글로브스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공동 (Radar 2014 Q28 at, dt, et, ft n=1000; Radar 2013 8t at-dt, n=1000)

 

그러나 [그림11]을 보면 이러한 윤리적 소비행동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이 실제 소비자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CSR을 잣대로 한 윤리적 소비행동은 크게 포지티브 행동(잘하는 기업 제품의 구매 및 실제 소비 권유)와 네거티브 행동(못하는 기업 제품의 불매나 비판)으로 나뉜다. 포지티브 행동이 CSR 잘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이자 포상(reward) 역할을 한다면, 네거티브 행동은 CSR을 못하는 기업에 대한 처벌(punishment) 기능을 담당한다. 2013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 간 포지티브 행동을 해봤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4%에 불과했고, 네거티브 행동 역시 13% 수준에 그쳤다. 반면 포지티브 행동과 네거티브 행동을 고려만 했다는 응답이 각각 52%, 51%로 과반에 달했다. 윤리적 소비행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응답자가 각각 34%, 35% 수준이었다. 다수 소비자들 사이에서 윤리적 소비행동이 잠복되어 있는 양상이다.

 

윤리적 소비행동에 대한 의식은 높지만 직접적인 소비자 행동의 수준은 낮은 것이다. 일종의 위선적인 이중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02년부터 현재까지의 변화 추이를 보면 윤리적 소비행동화의 수준이 항상 낮았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반사회적 사건이 집중되었던 2006-2008년 전후에 중국 소비자들의 네거티브 행동은 33%까지 오른 반면 2010년을 거치면서 다소 떨어진 추세다. 시기별 중국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행동의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리적 소비의식이 바로 소비자 행동으로 전환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들의 반사회적 사건들에 대한 정부나 지방정부의 대응이 강화되면서 직접적인 소비자행동의 필요성이 감소한 결과일 수 있다. 혹은 기업들 스스로의 CSR 활동을 강화한 결과 소비자들로 하여금 직접적인 소비자 행동의 필요성을 약화시킨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윤리적 소비행동을 고려도 하지 않고 실행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다만 문제 발생시 소비자의 징벌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포지티브 행동도 기업들의 자발적 CSR을 강화하는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는데 중요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포지티브 행동이 네가티브 행동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림11 _ CSR 소비행동 변화: 포지티브 행동 및 네거티브 행동

데이터: 글로브스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공동 (13At, n=500; 16t, n=1,000)

 

 

4. 중국 소비자 CSR 인식의 명과 암

 

이상으로 최근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CSR 인식 조사를 토대로 현재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정서와 CSR 인식 유형의 특징 및 변화과정을 분석하고, 중국에서 CSR 정책 수립시 고려해야 할 요인들에 대한 정리해보았다.

 

중국 소비자 인식을 살펴본 결과 이전에 비해 눈에 띄는 변화들이 발견된다. 첫째, 중국 대기업은 물론 중국 진출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회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2000년대 조화사회론의 대두와 각종 반사회적 기업 활동이 이슈화되고 파장이 커졌지만, 이것이 반기업 정서로 고착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대기업이 해야 할 CSR 역할에 대한 인식유형으로 볼 때 사회책임 우선론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오다 최근 정체되고 있으며, 경제책임 우선론은 지속적으로 급감하여 소수여론으로 전락했다. 대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공존을 강조하는 CSV적 인식의 확산이 눈에 띈다. 개도국 유형에서 선진국 유형으로 발전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셋째, 소비자들이 심각하게 여기는 사회적 이슈들이 정부가 강조하는 조화사회론의 방향과 일치하고 있다. 주로 보건, 식품안전, 환경, 사회적 안전망 확충, 양극화 해소 등의 과제가 중국에서의 CSR이 집중해야 할 정책 수요가 강한 이슈들이다. 이와 함께, 현재 우선순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실업, 노동권, 인권 등의 이슈들은 최근 중국 사회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영역으로서 후발기업들의 경우 차별화 전략의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는 영역이다. 넷째, 중국 소비자들의 CSR 효능감과 윤리적 소비행동의 의지가 강하며 내면화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발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잠복된 불안요인도 동시에 발견된다. 우선,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신뢰는 불안정하며 이들의 CSR 활동의 진정성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잠복된 불신은 CSR 추진방법으로서 정부 규율 방식을 압도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힘이다. 문제는 정부 규율에 의한 타율적 CSR이 지속되는 한 기업의 신뢰 기반을 획기적으로 공고화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셋째, 중국 소비자들의 CSR 인식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개별 기업들의 CSR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의 취득량과 경로에서 큰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 소비자의 CSR 인식이 구체적인 판단과 행동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추상적이고 당위적 인식 수준에 머물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넷째, 실제로 2000년대 중반까지 활성화되던 윤리적 소비행동이 잠복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윤리적 소비행동을 경험한 비율은 감소한 반면, 윤리적 소비행동을 고려해 보지도, 실제 경험해 보지도 못했다는 비율이 늘고 있다. 포지티브 및 네가티브 소비 행동이 활성화되어야 CSR이 정부의 규제나 법적 강제가 아닌 자발적 책임으로 진행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종합하면,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CSR 인식의 진전은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여전히 높아 보인다. 정부 주도로 CSR 붐이 일고는 있지만, 중국 소비자와 시민사회의 사회적 압력은 시기 및 상황에 따라 부침이 존재한다. 이러한 양면성은 중국에서의 CSR 특히 중국 진출 기업들에게 기회 요인과 위기 요인을 동시에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정책 뿐 아니라 소비자 및 시민사회의 인식 변화를 객관적으로 진단하여 이에 부합하는 CSR 프로그램과 전략을 추진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향후 진로는 크게 엇갈릴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CSR 시책과 제도적 진전에 대한 대응 차원뿐 아니라 중국 소비자, 시민사회의 변화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이해에 기초한 CSR 전략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본 보고서에 사용된 글로브스캔·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의 중국조사 데이터는 학술정책연구용으로만 활용된다는 주관기관간의 협약 하에 발간됩니다. 따라서 본 보고서에 사용된 세 기관의 중국 조사 자료들은 학계, 정부, 언론, 기업의 연구활동에만 활용할 수 있으며, 제3자에 의한 영리목적의 일체의 가공, 출판, 판매 활동(컨설팅 자료, 보고서 판매)은 일체 금하며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립니다.

 

조사방법

〈중국 RADAR 조사〉는 중국 전 인구의 45%를 대표하는 18개 도시(Beijing, Beiliu, Chengdu, Dujiangyan, Fenyang, Fuyang, Guangzhou, Hangzhou, Manzhouli, Quanzhou, Qujing, Shanghai, Shenyang, Xhuangcheng, Wuhan, Xi’an, Xining, Zhengzhou)에서 지역, 성, 연령 비율에 비례하여 할당한 표본 1000명 표본을 대상으로 전화조사(telephone interview)로 진행되며, 조사 문항은 전체 1000명 대상 조사문항과 역시 비례 할당된 500명 하프 표본 조사문항으로 구성된다. 2014년 조사는 1월 14일부터 2월 23일까지, 2013년 조사는 2월 18일부터 3월 24일까지 실시한 조사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