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브리핑 66호] 정기 여론바로미터조사  

1. 여론으로 본 한국사회 갈등 진단

2. 갈등사례연구 : 세종시와 4대강

 


 

 

세종시 수정 필요성엔 공감, 추진방식에는 강한 불신 여전

정부의 4대강 추진에는 반대가 많아

 

세종시 갈등 : 복합적인 여론 이해 못해 혼란 가중

 

세종시 문제는 친이 대 친박, 여와 야, 충청권과 비충청권, 심지어 진보 대 보수의 갈등과 중첩되면서 정치사회적 갈등의 최대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이 과거의 입장에서 선회한 것에 대해 사과까지 하면서 대국민 설득에 나선 상황이지만 앞으로 여론의 향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이후 여야는 여론의 지지를 자신하며 정부와 여당에서는 수정론 우세 여론을 앞세우며 세종시 수정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야당과 반대진영 역시 정부의 일방적 독주에 대한 반대여론을 근거로 불복종 장외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후 정부의 세종시 수정계획이 어떤 방향으로 귀결이 날지 아직 예측하기는 섣부르지만, 현재까지의 세종시 관련 여론과 정부나 정치권의 대응을 분석해보면 이후 사회갈등관리 차원에서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현 정부 들어와 사회갈등이 심화되었다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세종시 문제에 대한 여론 변화를 살펴보면 정부정책 추진과정에서 정부가 내놓은 안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기반으로 여론의 수렴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여론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가면서 정치사회적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켜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국민과의 대화, 세종시 여론을 바꾸었나?

수정안에 대한 공감과 정부의 추진방식에 대한 불신이 공존하는 구조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세종시 문제에 대한 국민여론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세종시 수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높지만 정부의 추진방식에 대한 강한 불신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과의 대화가 끝난 다음 날인 지난 11월 28일 조사에서 세종시 추진 방안에 대해 물어 본 결과 응답자의 31.4%가 원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교육과학기업도시로 수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0.4%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모르거나 답을 하지 않은 유보적인 태도도 18.2%에 달했다. 같은 날 발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이나 추진방안을 물어 본 결과 수정안에 대한 지지가 50% 전후를 오가는 것과 일맥상통한 결과다.

 

그러나 조사 직후 발표한 여론브리핑 65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같은 조사에서 세종시 추진방안과 내용이 아닌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에 대한 입장과 대응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물어본 결과 공감한다는 응답은 39.8%,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5%로 나타났다. 세종시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정부가 내세운 수정안에 대한 지지가 과반수에 달하면서도 대통령의 입장과 대응에 대한 평가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다수인 셈이다. [EAI 여론브리핑 본호(66호)의 부록 혹은 전호(65호) 참조할 것].

 

이는 세종시 수정안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공감도가 크지만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해가는 방식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세종시 추진방안, 종합적인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입장과 대응에 대한 평가 외에 실제 추진과정에 대해 물어 본 결과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7.9%, 대체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4.3%로 긍정적인 답변이 34.3%에 불과했고, 별로 잘 못한다는 응답이 36.7%, 매우 잘못한다는 22.1%로 부정적인 응답이 58.8%였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6.9%였다.

 

[그림1] 정부의 세종시 추진방안과 추진 방식에 대한 인식 갭(%)

주: 추진방안에 대한 모름/무응답 비율은 18.2%, 정부 추진방식에 대한 평가에서 모름/무응답 비율은 6.9%

 

충청지역 제외 수정안 우세, 전 지역에서 추진방식에 냉담

세종시 추진방향에 대한 각 지역 입장 유보층 12.5~24.0%가 변수

 

지역별로 보면 지역별로 보면 충청권에서 원안유지 입장이 41.7%로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 37.3%보다 근소하게 앞섰고 호남에서만 수정안과 원안 사이 여론격차가 8.7%p 차로 좁았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수정안에 대한 지지가 원안유지안보다 두자리수 이상 격차가 났다. 수정안에 대한 지지는 경기/인천 56.8%, 서울 50.6%, 부산/경남 50.1%, 광주/전라 48.1%, 대구경북 46.7%로 나타났다. 원안 지지는 경기/인천 지역에서 24.8%, 대구경북지역 33.6%, 부산경남지역에서 29.3%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2.5%~24.0% 가량 나와 전지역에 응답유보층이 적지 않게 분포되어 있어 향후 여론향배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세종시 추진방안에 대해 충청지역을 빼고는 수정안에 대한 찬성이 높았던 것과 달리 추진방식에 대해서는 전 지역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호남권에서 추진방식에 대한 긍정적 평가 16.4%, 부정평가 78.1%였고, 부산경남지역에서 긍정평가가 32.8%, 부정적인 평가가 61.7%로 높았다. 수정안 찬성 여론이 높은 서울과 경인지역에서도 정부의 세종시 추진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는 37.9%, 36.7%에 그친 반면 부정적인 평가가 각각 58.6%, 55.3%에 달했다. 충청권에서는 정부의 추진방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28.0%로 나타났고, 부정적인 평가는 56.7%에 달했다. 응답을 유보한 층도 많았다. 추진방식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이 가장 많았던 대구경북지역에서도 긍정평가는 44.5%에 그친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51.2%로 가장 많았다.

 

[그림2] 지역별 세종시 추진방안(%)                              [그림3] 정부추진 방식에 대한 평가(%)

 

주: 가운데 공란은 모름/무응답 비율

 

무당파 층, 세종시 수정안 찬성 여론이 우세

 

정당 지지별로 봐도 여야 지지층간 입장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은 무당파 층에서는 세종시 찬성 여론이 높은 것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데 유리한 조건 중의 하나였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수정안 지지가 70.3%였고 원안 지지는 16.9%였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수정안 지지는 39.1%, 원안 지지가 44.3%로 나타났다. 반면 무당파 층에서는 47.3%가 수정안에 대해 지지했고 원안 지지는 28.2%에 불과했다. 정치성이 약한 무당파 층에서는 24.2%나 입장 유보를 표명하여 향후 정부여당과 야당간의 여론 잡기 싸움 결과에 따라 전체적인 세종시 여론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림4] 양당 지지자와 무당파 층의 세종시 추진방향에 대한 선호

 

세종시 : 여론의 유리한 조건 활용 못하고 갈등 증폭시킨 사례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부에서 국민과의 대화 직후 국민과의 대화 이후 수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긍정적인 여론으로 돌아서고 대통령 사과에 대한 공감이 컸다는 점에 고무 받아 수정안 추진에 속도를 낼 기세다. 그 동안 대국민 홍보가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 스스로 자성의 시간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자성의 내용이다.

 

사실 정부의 수정안에 대한 지지가 많았던 것은 국민과의 대화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EAI 9월 정기 여론조사나 10월에 실시한 일부 언론사나 여론조사 기관 결과를 보면 이미 쟁점화가 되었던 시기부터 수정안에 대한 지지는 적지 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EAI와 한국리서치 9월 26일 조사만 보더라도 수정안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당시 원안대로 처리하라는 응답이 33.3%에 그친 반면 원안을 축소하거나 수정하라는 응답이 41.2%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이 14.2%로 결과적으로 행정기관 이전을 골자로 한 원안에 대한 반대여론이 과반수를 넘은 셈이다.

 

문제는 홍보부족이나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세종시 수정에 대한 적지 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무당파 층에서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에 대한 지지가 우세한 조건을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여론을 수렴시키는 힘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정책추진과정에서 불신을 자초하여 여론의 우려, 특히 충청권의 반발을 증폭시킨 측면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세종시 수정 문제가 아젠다화 하는 과정이 국민들, 특히 충청권의 불안을 자극하는 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스스로 세종시 수정문제가 국가대계가 걸린 국가적 아젠다라면 최소한 국정 경험이 없는 신임 국무총리 청문회 발언을 통해 불쑥 던질 사안이 아니었다.

 

또한 대통령 스스로 정부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호소했지만, 정부안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설익은 대책과 레토릭들을 쏟아냄으로써 여론을 요동치게 한 책임은 상당부분 정부 자신의 몫이다. 정총리 후보의 인준과정에서 불거진 세종시 수정 시사발언으로 여당 내 친박계, 충청권 여론이 악화되자 타 지역 여론에 대한 고려와 종합적인 지역개발에 대한 세종시 지원 방안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다‘역차별론’의 반발을 맞았다.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세종시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신 여론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TV나 뉴스를 통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입장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이대통령의 입장과 대응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 일방적인 추진보다는‘대화’라는 소통의 형식을 취하고, 수정 당위만을 설파하기 보다는 입장 선회에 대한‘사과’를 선행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종시 안이 나오기도 전에 벌써 정부와 여당 내에서 다시‘2부+알파’안 등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우려의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현재 야권과 정부 비판 진영 역시 현재의 국민여론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정부의 추진방식에 대한 국민여론의 냉담한 여론을 세종시 원안 유지에 대한 지지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충청권에서 세종시 원안 유지에 대한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는 하지만 본 여론조사에서 50%에도 미치지 못했고, 수정안에 대한 찬성도 적지 않았다.

 

특히 본 여론조사에서도 세종시 추진방안에 대해 근 20%에 달하는 응답 유보층이 존재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이후 스스로 불신유발 요인을 자제하면서 충청권보상방안과 대책을 제시할 경우라는 단서 조항이 붙기는 하지만 현재의 충청권의 여론이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다.

 

4대강 사업 : 반대 여론 공고화

 

지난 9월 이후 부정적인 여론 지속, 앞으로도 크게 변화하기 힘들어

9월 사업 반대 54.7%, 11월 사업 잘못 한다 58.6%

 

이번 조사에서 지난 11월 영산강 사업 기공식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4대강 사업에 대해 여론을 물어보았다. 조사결과 매우 잘하고 있다 12.1%, 대체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23.6%로 긍정적인 응답은 35.7%에 불과했다. 별로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28.7%, 전혀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29.8%로 부정적인 답변은 58.6%에 달했다. 모름/무응답은 5.7%였다.

 

이는 지난 9월 정기조사 결과에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매우 찬성한다 11.0%, 찬성하는 편이다 30.6%로 41.6%가 긍정적인 응답을 하고 반대하는 편이다 28.3%, 매우 반대하다 26.4%로 부정적인 응답이 54.7%였다. 지난 두 달 간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림1]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선호(%)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론 역시 세종시 문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치성향에 따라 입장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4대강 사업에 긍정 평가한 응답이 67.6%, 부정적인 평가한 응답이 28.2%였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긍정 15.9%, 부정응답 82.1%나 되었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가 추진방향에 대해서는 수정안에 대한 공감도가 큰 반면, 추진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층이 상대적으로 많아 여론 내부에서 상충된 입장이 혼재된 반면, 4대강 사업의 경우 추진방향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앞서고 있다. 더구나 정치적 색채가 약한 무당파 층에서 반대여론이 많다는 점에서 정부가 바라는 방향으로 여론이 호전되기를 기대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당파 층에서도 우호적인 여론은 28.9%에 불과했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57.0%로 과반수를 넘었다.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여론의 개선을 낙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림2] 양당 지지자와 무당파 층 4대강 사업 평가(%)

 

사업 속도를 내는 데는 세종시보다 유리해보여

 

다만 4대강 사업의 경우 세종시 문제와 달리 여야간 합의 된 내용을 뒤집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없으며, 추진을 위해 법률개정 등의 절차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용이한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충청권이 이해당사자로서 반대여론의 공고한 진원지 역할을 하는 반면 4대강 사업은 일부 환경 시민단체를 제외하면 반대 운동의 주체가 광범위하지 않고, 반대진영 내에서도 지역개발에 이해관계가 지역주민들이 고르게 퍼져있어 반대여론을 집중시킬 정치적 구심이 약해 보인다는 점도 정부가 사업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