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동아시아연구원(원장 손열) 국내외 주요 이슈에 대해 전문가의 논평을 보다 쉽고 편하게 들어보실 있는 콘텐츠로 'EAI 들리는 논평' 진행하고 있습니다 번째로 코로나 정국 북한의 대외정책을 분석한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의 논평을 소개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만 하는 가운데 공식 확진자가 0’인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당국은 부인하지만, 다수의 징후가 보여주듯, 이미 바이러스가 침투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대내외 난관에 대한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북한이지만, 최근 도발의 수위를 낮추면서 친서 외교로 남북관계의 개선 의지를 드러내며 정면돌파노선에 변화를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북한이 남북교류로 생길 있는 한미 간의 균열을 통해 대북제재를 약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면돌파노선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북한이 코로나 정국을 헤쳐나갈 있도록 인도적 지원은 필요하다고 보는 한편, 이러한 도움의 손길이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 ‘정면돌파전’에 이용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EAI 들리는 논평 스크립트

 

안녕하십니까? 동아시아연구원은 복잡한 현안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을 더욱 쉽고 편하게 제공하고자 ‘EAI 들리는 논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AI 들리는 논평’의 세 번째 주제는 바로, 코로나 정국 속 북한입니다.

코로나19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만 하는 가운데 공식 확진자가 ‘0’인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당국은 부인하지만, 다수의 징후가 보여주듯, 이미 북한에 바이러스가 침투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지난 12월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대내외 난관에 대한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북한이지만, 열약한 국내 여건을 고려한다면 확산 시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상, 코로나 정국을 헤쳐 나가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연 북한은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극복하려는 것일까요? 동아시아연구원은 코로나 정국 속 자주와 타협 사이에서 갈등하는 북한을 분석한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의 논평을 통해 향후 북한이 어떠한 대외정책을 펼칠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의 내부 상황을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북한이 입게 될 막대한 피해를 가늠해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현재 북한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을 절대로 굶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며 기대를 부풀게 한 바 있지만, 지속되는 유엔 안보리 제재와 진전 없는 북미대화로 경제 문제 해결에 실패하면서 난처한 입장에 놓인지 오래입니다. 어려울 때마다 ‘자력갱생,’ ‘자주,’ ‘정면돌파전’과 같은 상투적인 북한식 구호에 호소하는 양상은 또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악조건 위에 바이러스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라도 닥친다면 북한 정권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북한은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하여 기존의 ‘정면돌파’ 노선에 변화를 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먼저 코로나 확산 이후 북한의 도발 수위가 낮아졌습니다.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의 도발은 작년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실험 수준이며 도발 이후에도 “일상적인 군사연습”일 뿐이라면서 한국과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의 정책 노선 변화 징후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도 드러납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청와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있던 다음 날 보내진 친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까지 걱정하며 매우 정중하게 작성된 것으로,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암시하기도 하였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한에 대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며 민족적 이익을 우선시하라는 일침을 놓았던 것을 상기해보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왜 하루 사이에 상반된 대남 메시지를 보냈는지에 대한 해답이 여전히 모호한 가운데, 북한의 들쑥날쑥한 대남 담화가 현재의 난국을 타개해보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며 당분간 중국으로부터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북한은 남한으로부터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북한은 한국의 지원에 ‘마지못해’ 응하는 모습을 연출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북한이 남한과의 교류를 재개한다고 하여 지난 12월 선포한 ‘정면돌파’ 노선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오히려 대북제재를 타파하고 ‘정면돌파’ 전략을 적극 실현하기 위해 남북 대화와 교류를 재가동하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대북 제재가 일부 완화하였다고는 하나 북한이 남한에 기대하는 것은 완화된 제재의 범위를 넘어설 소지가 다분합니다. 예를 들어 관광 분야는 대북제재에 명확히 금지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행 과정에서 대북제재에 저촉될 여지가 매우 큽니다. 미국이 관광 문제는 한미 실무협의체를 통해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하였고, 북핵 문제와 분리된 남북관계 개선은 없다고 못 박은 만큼 미국을 제외한 남북대화가 진행된다면 한미 간의 균열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어쩌면 북한은 이러한 균열을 미리 간파하고 남한으로부터의 지원을 수용할 수도 있습니다. 즉, 한미 간의 균열을 대북제재를 약화하기 위한 ‘정면돌파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강력히 부인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북한 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지원이 절실한 만큼 북한이 코로나 정국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은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움의 손길이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 ‘정면돌파전’에 이용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정면돌파전’이 코로나에 굴복할 것인지 전화위복을 위한 수단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AI 들리는 논평, 동아시아연구원 윤준일이었습니다.■

박원곤 교수님의 논평 원문은 아래의 "논평_다운로드" 또는 Global North Korea 웹사이트를 통해 이용 가능합니다. [바로가기]

 

■ 저자: 박원곤_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국제관계 전공교수. 국방부·통일부 자문위원. 서울대학교에서 외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동북아 국제관계, 안보론, 외교사, 북한연구, 한미동맹 등이다. 주요 연구로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전략 평가와 신행정부 대외전략 전망"(2016) (공저), "정당한 전쟁론 연구: 평화주의, 현실주의와의 비교"(2016), "Changes in and Prospects for the East Asian Security Order: A South Korean Perspective"(2016), "A Theoretical Review and Critical Analysis of South Korea’s Proactive Deterrence Strategy"(2015), "한미동맹 미래 구상: 지휘구조 개편을 중심으로"(2014)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윤준일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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