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만료(22일 자정)를 17일 앞두고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한국행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종료 결정 철회를 압박하고 일본은 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고민이 깊다. 스틸웰 차관보, 지소미아 메시지 들고 방한5일 오후 한국에 도착한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6일 청와대와 외교부 인사들을 접견한다. 미국이 수차례 예고한 대로 지소미아를 복원하라는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 전하는 게 이번 방한의 목적이다. 최근 워싱턴 조야 인사들을 두루 만난 소식통은 “모든 대화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미측 인사들의 실망감 표출로 시작됐다”며 “거의 대부분의 인사가 한국 결정은 중국·러시아·북한 등에만 이롭다는 우려를 빠뜨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무부 경제차관도 방한 "5G 협력"그런데 공교롭게도 스틸웰 차관보와 동시에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도 방한해 6일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제4차 한ㆍ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개최한다. ‘개발ㆍ에너지 등 분야에서 신남방정책-인도ㆍ태평양 전략 간 연계’가 주요 의제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SED 개최 소식을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는데 외교부 자료에는 없는 5G 문제를 포함했다. “양국은 세계 각지에서 5G를 포함한 디지털 이코노미 분야에서 협력한다”고 돼 있다. 5G는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와 직결된 예민한 사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5G 네트워크 구축에서 아세안 국가의 역량 강화를 위해 협력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이 한국의 화웨이 기술 도입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뇌관처럼 남아 있다. 꽃놀이패 쥐었다는 일본미국은 이처럼 벼르고 있는데, 정작 일본은 지소미아 문제에선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식통은 “한국이 경제 문제를 이유로 지소미아를 종료해 국제규범을 어겼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고, 미국을 향해 ‘한국이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을 깨려 한다’고 주장할 수 있으니 사실 일본은 꽃놀이패를 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한국은 외통수에 몰린 형국이다. 지소미아 복원의 조건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내걸었는데, 일본은 꿈쩍도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변화 없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기에는 국내정치적 부담이 크다. 여론의 60.3%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지지하는 만큼(동아시아연구원 4일 설문조사) 결정을 되돌리려면 이들을 설득할 근거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 압박, 국내 여론 사이 난감한 정부미국의 개입도 정부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강제징용-일본의 수출규제-지소미아를 ‘3종 세트’로 묶어서 보고 있지만, 미국 기류는 다르다.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문제는 한ㆍ일 양자 간에 풀 사안이라 관여하지 않겠다는 게 분명하다. 그러면서 지소미아를 놓고선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을 저해하기 때문에 한국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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