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특성으로 본 한국인의 안보인식 변화

 

안보인식 변화의 특징 : 이슈별 태도의 균열강도와 반응성을 중심으로

 

2000년대 이후 국민안보인식 변화를 추적해보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안보문제를 이념의 틀에서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약화되고 실용적이고 균형적인 태도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국민들의 안보인식이 대북이슈와 대미이슈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고, 진보는 친북(민족 공조 우선)=반미(한미동맹 반대)를, 보수는 반공/반북=친미(한미동맹 의존)이라는 이분법적인 균열구조를 형성해왔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안보이슈에 대한 태도가 한국에서의 진보와 보수를 이념적으로 가르는 균열축의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강원택 2010; 이갑윤 2011; 윤성이 2006; 이내영 2011).

 

다시 말해, 이슈의 특성을 이념적,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선호의 위치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념이슈(ideological issue)’혹은‘포지션이슈(position issue)’대 이념,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객관적 평가와 합의가 가능한 ‘합의이슈(valence issue)’ 혹은 ‘실적이슈(performance)’로 구분할 경우 안보이슈, 특히 북한과 미국에 대한 전형적인 이념적 포지션 이슈 특성을 보여온 것이다(이내영‧정한울 2007).

 

이념적 포지션 이슈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보이는데 첫째, 이념적 성향에 따라 뚜렷한 선호 포지션의 격차가 나타나는 태도의 양극화(polarization) 현상이 나타난다. 과거 안보현안에 대해 진보=반미=친북적 포지션을, 보수=친미=반북적 포지션을 선호하는 이분법적 선호지형이 형성되는 것이다. 둘째, 개별 이슈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태도결정요인으로서 일단 특정 이념에 대한 일체감과 특정 정파에 대한 당파성을 갖게 되면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변화하기 보다는 이슈에 대한 일관되고 안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외부 환경변화에 둔감하다(Dalton 1996; Mayhew 2004).

 

반면, 합의이슈, 실적이슈는 첫째, 이념성향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선호 차이가 뚜렷하지 않으며, 둘째, 객관적인 환경 변화나 실질적인 실적에 반응하는 이슈라는 점에서 여론분포에서의 상당한 변동과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특성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가 경제적 실적에 대한 평가나 유괴범에 대한 처벌 이슈처럼 객관적 상황 변화에 따라 반응하거나 압도적인 합의가 가능한 특징을 보인다. 참여정부 시기 경제실적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기반한 ‘참여정부의 경제위기 참여론’이나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소통’에 대한 평가가 전체적으로 비판적이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이내영‧정한울 2007).

 

이 장에서는 (1) 이념적, 정치적 태도별로 선호 격차가 얼마나 뚜렷하게 나타나는지(태도의 양극성) (2) 객관적 환경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여론이 반응하는지(반응성)를 기준으로 볼 때 안보이슈(특히 대미이슈와 대북이슈)의 특성이 이념적 포지션 이슈에서 합의 가능한 실적이슈로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하고자 한다.

 

안보 이슈에 대한 국민인식의 균열양상

 

이 장에서는 안보영역에서 주요 이념적 쟁점 역할을 했던 ① 대미이슈 ② 대북이슈 및 현재 국내외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③ 한국의 핵무장 이슈에 대한 태도의 균열과 양극화(polarization) 강도를 살펴본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집중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이념균열은 이념집단 뿐 아니라 정당균열, 세대균열과 중첩(overlapped) 되어 나타났다. 따라서 안보이슈가 이념균열을 구성하는 주요 이슈축이라는 것은 안보이슈에 대한 태도가 주관적 이념집단, 세대, 지지정당별로 뚜렷한 선호 차이가 발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내영‧정한울 2005). 대미이슈를 둘러싼 이념적 갈등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집중되었던 2002~2004년 시기 데이터와 이번 조사결과를 비교해보기로 한다.

 

① 대미이슈에 대한 이념적 양극화 완화

 

[그림1]은 2003년에 실시한 EAI‧중앙일보의 한미인식조사와 2013년 실시한 본 조사에서 “바람직한 한미관계”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분포의 차이를 이념성향별, 지지정당별, 세대별 차이를 비교한 결과이다.

 

“진보적 한미동맹 강화론자” 62.4%

 

우선, 주관적 이념집단별로 대미이슈에 대한 태도 차이를 살펴보자. 2002년 말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촛불시위 이후 2003년 6월에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탈미자주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진보적 응답은 진보층에서 31.7%, 중도층에서 15.4%, 보수층에서는 11.9%였고, 반대로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은 진보층에서 29.0%, 중도층에서 27.6%, 보수층에서 37.7%로 나타났다. 중도적 응답을 선택한 응답은 모든 이념성향 집단 내에서 다수이기는 하지만, “진보는 탈미, 보수는 친미”적 태도가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이 확인된다. 그러나 2013년 제3차 조사에서는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중도층에서 62.4%, 중도층에서 64.0%, 보수층에서 69.5%로 나타났고, 탈미자주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응답은 진보층에서 24.0%, 중도층에서 12.8%, 보수층에서 11.0%로 나타났다. 이념집단간 선호 사이에 상대적인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보수적 태도로의 수렴 현상이 두드러진다. 소위 ‘진보적 한미동맹론자’가 증가했다는 최근 연구결과들과 정확히 일치하는 결과이다(정한울 2013b).

 

“한미동맹 강화해야”새누리당 지지자 70.5%, 민주당 지지자 60.4%, 통진당 지지자 48.4%

 

지지정당별 대미이슈에 대한 태도를 보면 우선 2003년 조사에서 탈미자주외교를 주장하는 입장이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21.7%, 무당파 층에서 33.1%,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 32.8%, 민주노동당 지지층에서 50.8%로 나타났다. 반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은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42.9%, 무당파에서 33.7%, 열리우리당 지지층에서 36.2%, 민주노동당 지지층에서 26.3%로 지지정당별 입장차이가 이념집단별 태도 입장차이보다 뚜렷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한편, 2013년 조사에서는 이념성향별 비교 결과보다는 여전히 대미이슈를 둘러싼 태도의 균열이 강하게 나타난다. 탈미자주외교를 지지하는 여론이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17.9%, 무당파에서 21.2%, 민주통합당 지지층에서 19.2%, 통합진보당 지지층에서 25.8%로 나타났고,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은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70.5%, 무당파에서 65.6%, 민주통합당 지지층에서 60.4%, 통합진보당 지지층에서 48.4%로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 지지층 간 대미이슈 사이의 강도에 차이가 발견된다.

 

전 세대에서 한미동맹 우선, 40대가 반미성향 상대적 강해

 

세대별로 보면 2003년 조사에서 탈미자주외교를 주장하는 여론은 20대에서 20.9%, 30대 25.5%, 40대 18.1%, 50대에서 10.1%, 60대 이상에서 4.2%에 불과했고, 한미동맹강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20대 22.9%, 30대 27.4%, 40대 30.7%, 50대 44.0%, 60대 이상에서 47.1%로 한미동맹을 보는 세대간 시각차이가 뚜렷했다. 그러나 2013년 조사에서는 탈미자주외교 지지가 20대 13.3%, 30대 16.3%, 40대 22.4%, 50대 10.8%, 60대 이상 11.0%였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라는 주장은 20대 66.9%, 30대 62.4%, 40대에서 가장 낮은 58.9%, 50대에서 69.1%, 60대 이상에서 70.8%로 세대별로 대미이슈에 대한 차이는 유의미한 것으로 보기 힘들었다.

 

정당지지의 경우 2003년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한미동맹 강화, 열린우리당 지지층과 무당파에서는 균형적 태도, 민주노동당 지지층에서 탈미자주외교를 지지하는 등 지지하는 선호의 방향이 서로 상반되었다. 반면, 2013년 조사에서는 모든 집단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여론이 다수여론이라는 점에서 양극화의 강도는 약해졌다. 또한 소수정당인 민주노동당 지지층의 강한 이념적 결집이 정당 지지층간 이념균열을 과장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지지규모가 적은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지지층을 제외하면 2013년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층과 민주통합당 지지층 간 미국에 대한 태도는 강도 차이만 있을 뿐 질적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전 세대별로 보면 10년 전에 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라는 입장이 30~40%가량 늘어났고, 특히 10년 전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한미동맹 지지가 약했던 2030세대가 10년이 지난 2013년 조사에서 3040세대가 되었고, 이들 사이에서 한미동맹을 지지하는 여론이 다수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대미이슈에 대한 태도 변화의 강도 뿐 아니라 방향에서도 세대별 양극화 현상은 크게 약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한미관계에 대한 태도(%)

 

 

 

② 대북지원이슈에 대한 수렴 현상 뚜렷

 

“보수적 대북지원 확대/유지론자”47.6%

 

이념 성향별로 보면 2002년 조사에서 진보층의 경우 대북지원을 확대/유지 해야 한다는 입장이 52.0%, 축소/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 48.0%이고, 중도층에서는 확대/유지 여론이 38.4%, 축소/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61.6%였으며, 보수층에서는 확대/유지 여론이 33.9%, 축소/중단여론이 66.1%였다. 진보층일수록 확대/유지를, 보수층일수록 축소/중단을 주장하는 여론이 다수로서 이념성향별 대북지원 선호 차이가 뚜렷했다. 다만 중도층에서 대북지원을 축소/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수로서 전체적으로 김대중 정부 후반 햇볕정책에 대한 대북퍼주기 비판은 중도, 보수층을 중심으로 확샌되어 있었다. 그러나 2013년 조사에서는 진보층과 중도층의 경우 2002년 조사 시점과 태도의 차이가 없었다. 주목할 점은 보수층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지속, 확대해야 한다는 진보적 성향의 태도를 갖는 응답자가 47.6%, 축소/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 52.4%로 2002년 조사에 비해 보수층에서의 대북지원 지지자가 급증하면서 이념적 균열양상은 크게 둔화되었다.

 

“대북지원 유지/확대” 새누리당 지지층 38.8%, 민주당 지지층 55.4%, 통진당 지지층 56.3%

 

정당지지별로 보면 2002년 조사에 비해 2013년 조사에서 정당지지별 대미인식의 차이는 약화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2002년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층의 74.1%가 대북지원 축소 중단을 무당파에서 61.8%, 민주당 지지층에서 38.6%, 민주노동당 지지층에서 35.7%로 거대 양당 지지층간 대북지원에 대한 태도는 선호의 방향에서 뚜력한 차이가 두드러졌다. 2013년 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의 38.8%, 무당파에서 50.2%, 민주통합당 지지층에서 55.4%, 통합진보당 지지층에서 56.3%가 대북지원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고 답해 2002년 조사와 마찬가지로 정당 지지별로 대북지원에 대한 태도에 적지 않은 격차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지층의 경우 10년 전에 비해 대북지원을 축소/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줄어들고, 반대로 민주통합당과 민주노동당 지지층에서는 대북지원을 확대/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늘어나면서 대북이슈에 대한 태도가 수렴되는 경향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대북인식에서의 수렴현상 강화 : 2030세대 축소/중단여론 상승, 5060 확대/유지 상승

 

한미동맹에 대한 태도 뿐 아니라 대북지원에 대한 태도에서도 2013년 3차북핵실험 이후 조사에서 고연령층에서 대북지원에서 비판적이고, 젊은 세대에서 대북지원에 우호적인 과거의 세대균열 양상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2002년 조사에서 대북지원을 확대/유지하라는 여론이 20대의 53.5%, 30대의 44.8%, 40대의 32.5%, 50대 이상에서 30.8%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대북지원에 부정적인 선형관계가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2013년 조사에서는 20대에서는 40.3%, 30대에서 41.3%로 10년 전의 2030세대보다 대북지원에 긍정적인 태도가 줄어든 반면, 50대에서는 44.6%, 60대에서는 47.8%로 10년 전 5060세대보다 대북지원에 긍정적인 태도가 늘어났다. 40대가 대미이슈에서뿐 아니라 대북지원 이슈에서도 진보적 성향이 가장 강해 53.7%가 대북지원 확대/유지 비율이 가장 높았다. 40대 다수가 반미친북성향이 강했던 386 세대인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이며, 전체적으로 대북이슈에서는 진보층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고, 반면 보수층에서는 반대로 북한에 대한 강경한 보수정책에 대한 회의가 늘어나면서 북한에 대한 태도가 수렴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그림 2] 대북지원에 대한 태도(%)

 

 

③ 한국 핵무기 보유 이슈에 대한 태도

 

“한국도 핵무장 해야” 진보 73.1%, 중도 71.5%, 보수 76,1%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2004년 조사를 보면 진보층에서 53.1%, 중도층에서 50.4%, 보수층에서 49.4%가 찬성하였고, 진보층의 46.9%, 중도층의 49.6%, 보수층의 50.6%가 반대를 하여 이념성향별 인식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찬성과 반대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2013년 조사에서도 진보층의 73.1%, 중도층의 71.5%, 보수층의 76.1%가 찬성하고 진보층의 26.9%, 중도층의 28.5%, 보수층의 23.9%가 반대를 하여 이념성향별 인식차이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았자미나. 찬성여론이 2004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음이 확인된다.

 

새누리당 지지자 찬성 76.0%, 민주당 지지자 찬성 72.8%

 

정당 지지별로 보면 지지정당별 한국 핵무장론에 대한 태도 균열을 그리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찬성 51.5%, 반대 48.5%, 무당파에서 51.5%, 반대 48.5%,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 찬성 48.6%, 반대 51.4%였고, 민주노동당 지지층에서 찬성 53.4%, 반대 46.6%로 정당지지별 핵무장론에 대한 태도에 차이가 없었다. 2013년 조사에서는 통합진보당 지지층만 인식차이가 발견될 뿐 새누리당 지지층, 민주당 지지층, 무당파층 모두 핵무장론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았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76.0%, 민주당 지지층에서 72.8%, 무당파에서 71.9%가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했고, 통합진보당 지지층에서 56.3% 수준으로 강도 차이가 발견된다.

 

세대간 온도차 커져: 20대 61.1%, 60대 이상 82.4%

 

다만 2013년 조사에서 세대별로는 한국 핵무장론에 대한 온도차이가 존재했다. 20대의 61.1%, 30대의 73.3%, 40대의 72.9%, 50대의 76.5%, 60대 이상에서 82.4%가 한국도 핵무장 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를 했다. 전 세대에서 한국 핵무장에 대한 동의가 높았지만, 강도에서는 세대차이가 발견되는 것이다. 2004년 조사에서 20대의 49.6%, 30대의 54.2%, 40대의 48.4%, 50대의 53.1%, 60대 이상에서 48.2%로 한국 핵무장에 대해 찬반이 전 세대에서 팽팽한 균형 상태를 보여주었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이다. 북한의 반복되는 핵실험, 전쟁 위협이 전 세대에서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시킨 것으로 보이며, 특히 한국 전쟁 세대에게는 핵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훨씬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다수여론이지만, 이러한 여론이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강한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지는 의문이다. 여론의 정치적 압력은 크게 보면 해당 이슈에 대한 여론의 합의 수준 뿐 아니라 해당 이슈의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하며, 이를 정치적 요구로 표출시키는 정치세력의 존재, 찬반 진영 사이의 핵심 정치적 쟁점화라는 조건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할 때 현재 한국핵무장에 대한 높은 지지 여론이 곧바로 정부와 정치권에 핵무장 문제를 이슈화할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지는 의문이다.

 

[그림 3] 한국 핵무장에 대한 태도(%)

 

 

안보이슈 태도는 고정적인가? 반응적인가?

 

이 장에서는 안보이슈에 대한 시기별 태도변화를 살펴보면서 과연 국민들의 안보 태도가 시기별 상황변화에 반응적인지, 아니면 내재적 정치적 혹은 이념적 성향에 의해 태도가 고정적으로 유지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앞서 대미이슈, 대북이슈, 한국의 핵무장 이슈에 대해 2002년~2004년 사이의 조사결과와 적지 않은 태도변화가 발생한 결과만으로도 국민들의 안보이슈에 대한 태도가 이념적, 정치적 균열구조 하에서 결빙되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보다는 외부상황 변화나 이에 대한 인식변화에 의해 변동(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장에서는 개인수준 및 집합적 수준에서 외부환경변화에 따라 주요 안보이슈에 대한 태도가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변화하고 있다면 그 변화가 특정 방향으로의 일관된 변화인지(예를 들면, 좌향좌 혹은 우향우), 아니면 상황변화에 따라 진보적 태도와 보수적 태도가 순환하는 사이클을 보이는지는 한국인의 안보태도 변화 패턴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함의를 줄 것으로 생각된다.

 

① 안보 체감도의 변화 : 안보상황에 따라 안보불안감 변동하는 패턴

 

이번 조사결과에서 천안함,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던 2010년도를 제외하면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가장 높은 안보 불안감을 보여주었다. 제3차 북핵실험 이후 안보체감도 변화 추이와 안보불안감의 변화패턴에 대한 설명은 제2013-02호, 이내영‧정한울(2010)을 참조할 것.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관계가 높아지는 시기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2000년 6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 2007년 12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의 해빙국면이 도래하거나 2004년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개최되고 2005년 비핵화공동선언 등 북핵문제의 주요한 진전이 있는 경우 안보불안감은 크게 둔화되는 패턴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즉 남북 간 대결 상태와 무관하게 안보불감증에 빠졌다는 일각의 지적은 타당치 않다.

 

[그림 4] 안보체감도 변화(%)

 

 

데이터: 국방대학교 일반국민 안보의식조사(1998.8~2003.8), EAI‧CCGA Global Views(2004.7), EAI 정치안보인식조사(2006.12~2007.12), EAI‧한국리서치 정기조사(2010.11~2012.11), EAI 2013 정치안보의식조사(2013.4)

 

② 안보체감도 변화에 따른 안보이슈 태도 변화 : 개인 수준 반응성

 

A. 안보체감도에 반응하는 이슈 : 한미동맹과 남북군사력 평가

 

개인적 수준에서 안보인식 변화와 한미동맹인식/ 남북 군사력 평가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애초에 남북 군사력에 대한 평가 이슈의 경우 응답자의 이념적 포지션에 의해 태도가 결정되는 이념적 포지션 이슈와 달리 외부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측정하는 합의가능한 실적이슈라는 점에서 안보상황 인식의 차이에 따라 개인의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미동맹 이슈는 한국사회에서 이념적인 쟁점을 형성해온 대표적인 이념적인 포지션 이슈로 이해되어왔다. 만약 그렇다면 한미동맹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는 외부환경(가령 안보상황)의 변화에 영향받지 않고 응답자의 이념적 성향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미동맹에 대한 응답자들의 선호가 안보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의 안보가 불안하다고 볼수록 한미동맹에 의존하는 패턴이 발견된다. [그림5-A]에서 안보인식별 한미동맹 지수(바람직한 한미관계에 대한 인식을 0점에 가까울수록 탈미독자노선, 5점 현 수준 유지, 10점 한미동맹 강화노선으로 측정한 값의 평균)를 비교해보면 현재의 안보수준을 매우 안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은 4.33으로 탈미 노선 쪽으로 치우친 반면 매우 불안정하다고 응답한 층에서는 6.69로 한미동맹 강화 노선에 대한 지지강도가 높다. 이러한 결과는 한미동맹 이슈의 특성이 이념적 이슈로부터 남북군사력 평가 이슈처럼 객관적 평가와 합의가 가능한 실적이슈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주한미군을 제외한 남북군사력 평가(1점에 가까울수록 매우 남한 우세, 3점 남북한 군사력 비슷, 5점 매우 북한 우세)에서는 보다 뚜렷한 상관관계가 확인된다. 실제로 매우 안정적이라는 응답자 층에서는 1.48, 대체로 안정적으로 보는 응답자 중에서도 2.88로 남한이 우세하다는 입장인 반면, 안보상황을 불안정하다고 볼수록 남북 군사력 평가의 평균 점수가 높아지고 있다. 즉 안보가 불안하다는 평가가 군사력에서 남한이 북한에 대해 열세라는 인식이 뚜렷한 셈이다. 개인 수준에서 대북 군사력 열세가 안보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양 이슈에 대해 안보체감 인식별로 응답평균을 비교해본 결과(ANOVA TEST), 두 이슈 모두에 대해 안보체감 인식별 태도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B. 안보체감도에 반응하지 않는 이슈 : 대북지원과 한국의 핵무장 이슈

 

반면 대북지원과 한국의 핵무장 이슈에 대한 태도는 전통적인 이념이슈의 특성처럼 응답자의 객관적인 안보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5-B]는 대북지원의 경우 1점이 대북지원 확대~4점 대북지원 전면 중단으로, 핵무기 보유이슈의 경우 1점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4점 매우 동의로 측정한 응답을 평균하여 안보상황에 대한 평가에 따라 비교한 결과이다.

 

앞서 살펴본 한미동맹이슈나 남북군사력 평가 이슈와 달리 대북지원에 대한 태도나 한국의 핵보유에 대한 태도는 한국의 안보상황에 대한 평가에 따라 일관된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대북지원 이슈의 경우 매우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는 측에서 1.92점으로 현 수준 유지(2점)에 가까울 뿐 나머지 집단에서는 2.58점~2.87점으로 큰 차이 없이 현재보다 대북지원을 축소(3점)라는 쪽에 가깝다. 또한 한국의 안보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가 한국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태도에서의 특별한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의 안보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든 한국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3.02~3.50으로 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5] 개인수준에서 안보체감도와 안보이슈 태도(평균)

 

 

데이터 : EAI 2013 정치안보의식조사(2013.4)

 

③ 시기별 안보태도의 변화 : 집합적 수준에서의 반응성

 

한미동맹 여론 : 남북관계와 부(-)의 관계

 

[그림6]의 시기별 한미동맹 인식을 봐도 안보상황이 불안한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는 한미동맹을 지지하는 여론이 늘어나고, 반대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안정화되는 시기에는 현상유지와 같은 중도적 태도와 탈미자주의 입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패턴을 보여준다. 2002년 촛불시위로 한미동맹을 강화하라는 입장이 20.4%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북한의 NPT탈퇴 이후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특히 2006년 7월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10월 1차 북핵실험 즈음해서는 48.8%까지 상승한다. 이후 남북정상회담 즈음 한미동맹 강화 여론은 줄다 2009년 9월 2차 북핵실험 전후로 다시 상승하였고, 2010년 천안함, 연평도 피격 사건으로 다시 48.6%까지 상승한다. 이후 남북관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감소되던 한미동맹 강화여론은 2013년 제3차 북핵실험과 북한의 전시상태 선포로 65.6%까지 상승하였다.

 

[그림 6] 시기별 바람직한 한미관계에 대한 인식분포 변화(%)

 

데이터: EAI‧중앙일보 한미관계인식조사(2002.12; 2003.6), EAI‧CCGA Global Views(2004.7; 2006.7), EAI‧중앙일보 국가정체성 1차 조사(2005.9), EAI‧한국리서치 정기조사(2010.11~2012.11), EAI 2013 정치안보의식조사(2013.4)

 

대북지원 : 남북관계와 정(+)의 관계

 

대북지원 이슈에 대한 여론분포는 개인적 수준에서 안보체감도에 크게 영향받지 않은 것과 달리 집합적인 수준에서는 시기별 안보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7]에서 대북지원에 대한 여론분포 변화를 보면 2005년 9월 비핵화 공동선언 이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라는 여론이 다수여론을 형성했지만, 남북비핵화선언 전후로 대북지원에 긍정적 여론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의 북핵실험이나 천안함/연평도 피격 사건 등 북한의 긴장고조 정책이 가시화되면 대북지원을 축소/중단하라는 압력이 늘고, 반대로 6자회담, 남북간 주요 합의, 정상회담 등 대화가 진전되면 대북지원을 유지/확대하라는 여론의 압력이 계속 커지는 등 북한에 대한 강온태도가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다. 대북지원에 대한 태도의 경우 개인 수준에서는 안보상황 변화에 반응하지 않지만, 집합적 수준에서 보면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상황에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념이슈, 포지션 이슈로서의 성격이 유지되면서도 객관적 상황평가에 따라 여론의 분포가 따라 변하는 실적이슈, 합의이슈의 성격이 공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특정 시점에서의 변화 이후 일관된 변화추이를 보여주기보다는 지그재그형으로 남북관계 및 당시 상황에 따라 지지선호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안보인식 사이클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7] 대북지원에 대한 태도 변화(%)

 

데이터: EAI‧중앙일보 한미관계인식조사(2002.12; 2003.6), EAI‧CCGA Global Views(2004.7; 2006.7), EAI‧중앙일보 국가정체성 1차 조사(2005.9), EAI‧한국리서치 정기조사(2009.2~2012.11), EAI 2013 정치안보의식조사(2013.4)

 

한국 핵무장 이슈 : 2005년 이후 한국 핵무장론 안정적 우위

 

한편 한국의 핵무장 이슈의 경우 앞선 대미이슈, 대북이슈에 비해 지속적으로 축적해온 조사의 분량이 적어 일반화가 더욱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어진 자료를 가지고 최대한 평가를 해보자.

 

[그림8]을 보면 북한의 군사용 핵보유 의지가 공공연하게 표출되기 이전인 2004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서는 찬반여론이 엇갈렸으나, 2005년 6자회담을 통해 9.19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이루어졌음에도 비핵화 보다는 북미, 남북간 공방으로 비핵화의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비핵화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상황이 고착된 상황이다. 2005년 이후 2013년 조사과정까지 한미동맹이나 대북지원 이슈와 달리 남북관계나 외부환경 변화와 상관없이 한국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인 다수여론을 차지하는 구조로 변화하였다.

 

이렇듯 2004년 조사에서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팽팽하던 여론이 2005년 6자 회담을 통해 9.19 비핵화 선언이 발표되는 시점에서의 조사에서 오히려 한국 핵보유론 지지가 60%대로 상승하고 난 후, 특히 2차 북핵실험이 있었던 해인 2009년 9월 조사나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연평도 포격사건 직전에 실시한 2010년 10월 조사 시기에 핵무장론에 대한 지지가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 이후 2013년 3차 북핵실험 및 북한의 전쟁위협이 고조해 달해 한국 핵무장론 지지가 73.4% 수준까지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결국 한국 핵무장에 대한 여론분포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은 2005년 이후의 현상이며 2009년 2차 북핵실험 등으로 북한 비핵화의 비전이 어두워지면서부터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한국 핵보유 이슈에 대한 태도가 고착되면서 한국의 핵보유에 대한 태도는 한미동맹이슈나 대북지원이슈와 달리 외부환경 변화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그림 8] 2004년 이후 한국의 핵보유에 대한 여론변화(%)

 

데이터: EAI‧CCGA Global Views(2004.7; 2006.7), EAI‧중앙일보 국가정체성 1차 조사(2005.9), EAI‧ARI 국가정체성 2차 조사(2010.10), EAI‧한국리서치 정기조사(2010.11~2011.11), EAI‧ARI 한중일 상호인식조사(2013.4)

 

왜 이렇게 다수여론은 한국의 핵보유에 지지를 보낼까? 이 글에서 경험적 근거를 가지고 직접적으로 답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2000년 대 중반을 거치면서 국민들 수준에서는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실제로 [그림9]를 보면 북핵 해결을 위한 9.19 한반도 비핵화 공동합의 내용이 공개되기 이전인 2004년 2월의 조사에서 북한 핵문제의 전개방향에 대해 전망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조만간 핵포기 할 것이라는 여론이 4.5%, 장기적으로는 포기할 것이라는 응답이 54.9%로 59.4%의 응답자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낙관적 태도가 다수였다. 북핵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응답은 21.7%, 북한이 북한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15.7%에 그쳤다. 그러나 2009년 장거리미사일 발사나 제2차 북핵실험 이후인 2009년 9월 조사에서는 조사에서는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여론이 2.0%, 장기적으로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은 39.2%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응답자들은 41.2%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북핵 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은 19.4%,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방은 34.4%로 급증했다. 특히, 2013년에는 제3차 북핵실험 뿐 아니라 북한의 위성발사로 장거리 타격능력이 가시화되고, 북한의 핵전쟁 엄포까지 겹치면서 한국 핵무장론에 힘을 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림 9] 북핵문제 해결 전망(%)

 

데이터: EAI‧CCGA Global Views(2004.7), EAI‧한국리서치 정기조사(2009.9)

 

종합

 

이 글에서는 한국 국민들의 안보이슈들에 대한 태도가 기존의 이해처럼 이념적, 정치적 성향에 의해 결정되는 이념적 포지션 이슈인가, 아니면 객관적 환경 변화에 반응하는 합의가능한 실적이슈인지 경험적으로 검토해보았다. 대미이슈, 대북이슈와 최근 관심을 모으는 한국 핵무장론을 중심으로 이념, 정당지지, 세대별 태도균열의 강도를 살펴보고, 개인적 수준 및 집합적 수준에서 안보이슈들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가 안보환경 변화에 반응하는지 살펴보았다.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02~2004년 북핵개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하던 시기에는 대미이슈, 대북이슈에 대한 유권자들의 태도가 이념, 지지정당, 세대별로 뚜렷한 균열양상을 보여줌으로써 이념적 포지션 이슈로서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이념, 지지정당, 세대별 인식의 격차가 크게 줄었거나 수렴하는 패턴이 발견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합의가능한 실적이슈의 특성이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둘째, 한미동맹과 남북군사력 평가 이슈는 개인차원 뿐 아니라 집합적인 여론 차원 모두에서 안보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로 나타났다. 대북지원에 대한 태도는 개인적 수준에서는 안보체감도에 크게 영향 받지는 않았지만 집합적 수준에서 시기별 안보상황 변화에 따라 여론분포가 크게 변동하였다. 대미이슈 및 대북지원 이슈에서의 변동패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좌향좌, 혹은 우향좌 라는 식의 일관된 변화라기보다는 상황변화에 따라 진보적 입장과 보수적 입장이 다수여론으로 엎치락 뒤치락 순환하는 양상이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결과이다.

 

셋째, 한편 한국의 핵무장 이슈의 경우 다른 이슈들과 달리 과거에도 이념적, 정치적 포지션 이슈는 아니었지만 시기별 변화패턴은 이념적 포지션 이슈의 분포처럼 매우 안정적인 인식지형이 유지되고 있었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핵무장 이슈가 안정적인 다수 여론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북한의 핵무기 비핵화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커진 결과일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핵무장 이슈의 경우 그 동안 심도깊게 다루어지지 않은 이슈로서 추가 심층분석이 시급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 국민들의 안보인식을 규정했던 핵심 이슈축인 대미이슈, 대북이슈에 대한 태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안보문제에 대한 태도를 이념적, 정치적 이분법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탈피하여 객관적인 안보상황 변화에 실용적이고, 균형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안보인식 뿐 아니라 이미 정당 태도 및 복지 이슈 등에서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대립적으로 보지 않은 상충적 태도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도 맥을 같이 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정한울 2012; 2013a).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에서의 안보담론은 여전히 진보대 보수, 친미 대 반미, 햇볕정책 대 동맹정책 등 기존 이념적 잣대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의 안보의식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의 접근틀이 국민들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은 어느 하나의 이념, 어느 하나의 정파적 접근법을 취하는 것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증가하는 양상인 셈이다. 북한이 주는 위협 외에 이에 대처하는 업그레이드된 안보전략과 비전이 절실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