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박근혜 우위구도라고 보는가?
선거 10여일 앞두고 여전히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사이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각각의 조사를 보면 대체로 오차범위 내로서 통계적으로 보면 양자 지지율의 차이는 의미 있는 차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박근혜 후보가 박빙이지만 우위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최근 여러 조사 기관들에 의해 실시한 조사결과들이 오차범위를 벗어난 결과보다는 오차범위 내의 결과들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공통되게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 전화면접원 조사방법을 사용한 조사결과(MBC, 동아일보, 한국갤럽)나 ARS 조사 방법을 쓰는 조사결과(헤럴드경제, JTBC) 간, 가구전화와 휴대전화 비 구성차이에도 불구하고 조사결과는 대체로 박근혜 후보가 다소 앞서고 있다.
[표1] 최근 대선후보 지지율
둘째, 현재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정체 현상의 가시적인 원인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딱히 선거캠페인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의 열세를 지목할 요인이 없다면 아무리 다수 기관의 결과가 박 후보 우위라고 하더라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안철수 전 후보의 일방적인 사퇴 이후 안철수 후보를 지지층의 이탈이 가시적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박근혜 후보의 박빙 우위구도를 인정하게 된다. EAI․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 18대 대선패널조사(KEPS 2012, 전체응답자 1302명)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순 실시한 대선2차 패널조사에서 안철수 지지의사를 밝힌 안철수 후보 지지자 359명 중 정작 문재인 후보 지지로 이전된 비율은 64.1%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이탈했다. 나머지 35.9%나 이탈했다는 점은 문후보 지지율 발목을 잡은 주된 요인이다.
셋째, 이러한 이탈의 주된 요인이 단일화 과정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안철수 지지자의 65.0%가 단일화 과정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평가를 했다. 심지어 안철수 후보 지지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를 유지한 230명 중에서도 절반에 못 미치는 47.0%만이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를 할 정도였다. 나머지 박근혜 후보 지지로 이탈(54명)하거나 부동층으로 이탈한 층(76명)의 경우 문재인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지난 단일후보 선정과정에서 급격히 나빠졌음이 확인된다. 특히 안철수 지지자 중에서 부동층으로 이탈한 층의 경우 지난 10월 조사만 하더라도 박근혜 후보는 4.0점, 문재인 후보의 경우 5.7점으로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호감을,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비호감을 갖는 등 두 후보를 보는 온도 차이가 확연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의 호감도 점수가 3.5점, 문재인 후보 호감도 점수는 4.3점으로 둘 다 하락하기는 했지만 문재인 후보의 하락 폭이 2배 이상 컸을 뿐 아니라 이제는 둘다 비호감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문재인 후보 지지율 정체의 이유를 추론할 수 있다.
[그림1] 안철수 지지층 변화 유형별 박근혜, 문재인 후보 호감도 변화(10점 만점)
주: 0~10점 만점, 5점 미만은 비호감, 5점 초과는 호감 자료: 18대 대선 KEPS 패널조사 2차(10.11-14), 3차(11.25-27)
남은 변수 : 선거 10일 전 여론이 대선을 결정한다?
선거 10여 일을 앞두고 현재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앞서자 일각에서는 역대 대선 경험을 토대로 ‘선거 중반 이후 지지율 역전현상은 없다’는 불문율을 근거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논의들도 나오고 있다.
실제 그럴까? 그러나 선거 초기 형성된 선거구도가 선거결과를 좌우한다는 불문율의 직접적인 사례는 사실상 2002년 16대 대선이 유일하다([그림2] 참조). 실제로 16대 대선에서는 11월 25일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이후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가 6-7%포인트 가량 앞섰고, 이러한 우위는 선거 막판까지 이어졌다. 물론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파기선언 이후 실제 개표결과는 48.9%대 46.6%로 근소한 차이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나지만 결국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나타났다.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던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사실 선거 중반 역전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논외로 치면, 그러나 2000년대 이전 선거의 경우 지금처럼 여론조사가 활성화되지 못한 조건에서 이러한 불문율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상의 증거는 불충분하다. 몇 가지 주목해야 할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림2] 최근 선거 대선 지지율 변화
변수1. 안철수 지원효과 얼마나 클까?
단일화 과정에 대한 실망이 안철수 전 후보 지지층이 문재인 후보 지지로 이전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현재 문재인 후보 진영은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활동이 얼마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지는 의문이다. 안철수 후보 지지자 중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선 층은 후보 호감도나 정당 지지도에서 친박근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로 문재인 후보 지지로 흡수된 층은 상당한 친민주, 친문재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전체 유권자의 4-5% 수준이 되는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하다 부동층으로 빠진 유권자 층이 관심의 대상이다. 현재 지지율 격차가 3-8% 수준 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부동층을 최대한 흡수할 경우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지지구도는 대등한 국면으로 전환하게 된다.
실제로 기타부동층으로 이탈한 이전 안철수 지지자의 57.9%가 정권교체, 단일후보 지지론에 동의하여 이후 문재인 후보의 지지기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정권심판론에 대한 공감이 크기는 하지만 지난 3월 조사에서 무책임한 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시에 공감하는 정권/야당 동시견제론도 높다. 특히 기타/부동층으로 이탈한 층에서는 정권심판 뿐 아니라 야당견제론에 대한 공감하는 상충적 태도 층이 37.8%, 순수 정권심판론에 공감하는 응답은 31.1%로 평균에 못 미친 반면, 무책임 야당에 표를 주지말아야 한다는 야당견제론에 공감했던 응답자가 17.8%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뿐 만 아니라 한달 전에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의사층이 61.3%였는데 후보등록 직후 37.3%까지 떨어져 박근혜 부호가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요인으로 되고 있다. 따라서 정권심판론에 공감하더라도 안철수 지지층을 모두 문재인 후보 진영이 흡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결국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쇄신과 혁신 노력이 이들의 마음을 돌려세우지 못할 경우 지지율 역전은 쉽지 않다.
변수2. TV토론과 이정희 변수
4일 열린 1차 TV토론을 계기로 지지율 반전을 꾀했던 문재인 후보 측은 뜻하지 않은 진보통합당 이정희 후보의 부상으로 이중의 복병을 만났다. 객관적 자료는 별도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TV토론이 이정희 후보와 박근혜 후보사이의 공방이 부각되면서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대결구도는 묻히는 양상이다. 양자 대결구도를 통해 단일화 과정에서 이완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한편 마음을 못 잡은 안철수 지지 이탈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이정희 후보가 구사한 극단적인 차별화 전략보다는 참여정부 공과에 대한 평가와 정책대결 및 네가티브를 자제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실제 토론내용만 보면 이완된 지지층을 결집시킬 차별화전략 대신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토론을 전개했다. 만약 TV토론이 1:1 맞대결이었다면 참여정부 시기의 경험과 정책 중심 토론 전략은 박근혜 후보에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정희 후보의 강공이 토론을 주도하면서 포용적이고 정책을 강조하는 문재인 후보의 토론전략은 존재감의 약화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중도화 전략에 불만인 강성 지지층이 오히려 이정희 후보의 강공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지지층 이완 현상도 의도하지 결과다. 이정희 후보가 4.11 총선당시의 부정선거 및 종북논쟁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로서는 적극적으로 포용하기도 어려운 딜레마가 존재한다.
한편 이정희 변수는 안철수 효과를 분산시키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후보의 영향력은 기존 정치질서 전반에 대한 불신과 진영논리에 대한 염증을 가진 제3후보 지지 유권자 층을 기반으로 발휘된다. 이 점에서는 이정희 후보와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이다. 이정희 후보의 부상 전까지는 제3후보 지지성향의 유권자 층에서의 관심과 지지를 독점하다시피했지만, 이정희 후보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안철수 전 후보의 독점적 영향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안철수 전 후보는 현재 대선후보가 아니라는 점이 핸디캡이다. 이정희 후보가 없는 조건이라면 문재인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는 보완재로서 지속적인 관심과 영향력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지만, 최소한 안 전 후보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변수3. 막판 부동층의 향방은? 안철수 변수와 막판 돌발변수
이상의 내용은 뒤처지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역전발판을 약화시키는 요인들이다. 이러한 상태로 선거국면이 지속된다면, 선거초기 우세 후보가 승리한다는 입증되지 못한 불문율이 이번 선거에서 입증된 것 같은 착시효과를 낳을 수도 있겠다. 필자는 사실 이러한 불문율은 불문율일 뿐 철의 법칙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본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여야 모두에 실망한 유권자 층이 적지 않고, 이들의 투표선택은 특정 진영에 대한 일방적 지지라기 보다는 견제심리를 내포한 유동적인 지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부동층은 선거 일주일 이내에 자신이 지지할 후보를 최종결정하는 비율이 많으며, 이 시기에 후보들의 선거전략 상의 변화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대통령 선거는 아니지만 부동층이 다수 포진한 2010년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선거, 강원 및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들이 선거 일주일 전까지 상당한 격차를 벌리고 있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이 자성과 자세 낮추기 전략에서 참여정부 심판론, 전교조 심판론, 전쟁불사론까지 앞세워 대대적인 대야 공세전략으로 돌아섰고, 이것이 중간층 유권자들의 대한나라당 견제심리를 자극시켜 결국 선거 막바지 야당 지지로 쏠렸던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언론과 정치권은 여론조사가 숨은 표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실제 당시 데이터를 꼼꼼이 분석해보면 숨은표 효과 보다는 중도무당파 층의 막판 견제심리가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그림3]에서 볼 수 있듯이 서울지역, 경기지역 공히 투표1주일 이내에 지지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이 45% 전후나 된다. 후보등록기 이전에 지지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자는 서울 57.5%(한달전 +후보등록 시기)이고 경기지역은 52.9% 수준이었다. 더욱 주목할 것은 후보 등록기 이전에 지지후보를 결정했던 사람들은 대체로 여당 지지가 많았고, 선거 일주일 사이에 결정한 사람들의 지지후보는 투표일로 다가올수록 야당 후보인 한명숙 후보와 유시민 후보 지지가 압도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사이에 이렇게 급격하게 변동한 여론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선거 막판 표심 변화가 선거결과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10~20%까지 앞선 것으로 알려졌던 선거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좁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4.11 총선에서는 반대로 선거 초중반까지 야권에 유리했던 국면이 지나친 네가티브공세와 김용민 후보 막말파문 등이 겹치면서 반대방향으로 견제심리가 작동했으며 그 결과 새누리당의 승리로 귀결된 바 있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박근혜 후보 진영의 선거전략이나 문재인 후보 진영의 선거 전략 변화에 따라서 투표일 일주일 사이에 현재의 균형 상태가 무너져 지금의 격차가 더 크게 날 수도, 반대로 크게 줄거나 역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박근혜 후보가 미세하게 나마 우세하고 남은 선거변수로 볼 때 박근혜 후보보다는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한 변수가 많아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평가는 가능해도 지금의 구도가 고정불변의 상황은 결코 아니다. 방심과 교만, 자포자기와 일관성의 상실은 뜻하지 않은 이변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그림3]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투표결정시점과 시점별 지지후보 변화
자료: 제5회 지방선거 KEPS 패널조사(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