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註) : 이 글은 원래 “타임”(Time.com)에 5부작으로 발표된 것이며, 원문 (“Sequestration and What it Might Mean for American Military Power, Asia, and the Flashpoint of Korea”)은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저자와 “타임”의 허락을 받아 국내 독자들을 위해 번역본을 발행함을 밝힙니다.

 

피터 W. 싱어(Peter W. Singer) 박사는 브루킹스연구소 21세기 국방 이니셔티브 팀장 및 외교정책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제1부 국방비 강제몰수 상황

 

최근 몇 개월 동안, 워싱턴에서는 강제몰수(sequestration)에 따른 국방비의 삭감과 그것이 미국의 군사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뜨거운 논란이 있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간사인 존 매케인(John McCain) 상원의원은 국방비 삭감이 “미국의 군사력을 붕괴시킬 것”이며, “국가를 수호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육군 참모총장 레이먼드 오디어노(Raymond Odierno) 장군은 “이 같은 대규모 삭감은 미국의 군사력에 재앙을 불러 올 것”이라고 의회에서 증언한 바 있다. <워싱턴 타임즈> (Washington Times) 에서도 “순수한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볼 때, 군비삭감으로 그 동안 다른 국가들보다 우위에 있던 미국의 군사적 위상이 상실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레온 파네타(Leon Panetta) 국방장관은 예산삭감으로 초래될 미국의 군사적 무능력을 “종이 호랑이” (paper tiger)에 비유하면서 “유사시 적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오히려 “적의 침공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비의 강제몰수는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실수이다. 만약 의회가 미국의 채무 딜레마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타협을 이루지 못하면, 약 5,000억 달러의 국방예산이 내년 1월을 시작 (첫 해에 대략 550억 달러 규모의 삭감)으로 향후 10년 동안 강제적으로 삭감될 것이다. 마치 푸줏간에서 고기를 자르듯,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지 않고 똑같은 비율로 잘라내는 일반화된 방식의 국방예산 삭감은 전략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도리어 미국의 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 국방비 삭감에 반대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지금은 미국 내 국민들을 향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전세계로 울려 퍼지게 될 것이다. 말은 중요하다. 특히 자유세계의 중심 수도에서 그 역할을 수행할 자신의 능력에 대해 말할 때는 더욱 그렇다. 동맹국들은 미국의 한마디 한마디를 항상 예의주시한다. 예를 들어, 2012년 8월에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국방연구원(Korea Institute for Defense Analyses: KIDA)의 주최로 마련된 한국의 고위급 국방 지도층 및 전문가들과의 회의에서, 한국의 한 고위 인사는 “미국의 이러한 입장이 앞으로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하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의 지도자들이 비관적이고 암울한 미래 전망을 내 놓을 때, 이를 북한과 같은 적성국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그러나 만일 “적의 침공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보다 합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나약하고 “이빨 빠진” 존재가 될 것이라고 전세계가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떠들어 대는 것은 결코 최선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중대한 이해관계와 히스테리적 흥분상태, 그리고 정책적 문제에 골몰한 사람들이나 고민해볼 만한 복잡한 이슈들이 서로 얽혀 있는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사실, “강제몰수” (sequestration) 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는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강제몰수’라는 용어는 채권자나 국가에 진 빚을 갚기 위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한다는 의미의 고대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글은 강제몰수에 관한 문제를 심층적으로 살펴보면서 강제몰수에 따른 예산삭감이 미국의 군비와 군사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에서는 대체로 일자리와 선거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워싱턴 정가의 전형적인 논의에서 탈피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국방비 강제몰수의 문제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 먼저, 어떻게 이러한 상태에 이르렀는지에 관한 배경 및 다가오는 예산삭감의 실질적인 원인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 문제에 대한 상황적 맥락을 살펴보고, 전세계 군비지출 데이터와의 비교를 통해 강제몰수가 미국의 국방비 지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해 알아볼 것이다.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자 미국의 군사적 “핵심” (pivot) 지역인 동아시아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면서 미국의 국방비 강제몰수가 동아시아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에 어떤 잠재적 효과를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한 간의 대치가 언제 다시 전쟁으로 확대될 지 모르는 한반도 지역에 대해 군사비 삭감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 점검할 것이다. 사실상 한반도야말로 강제몰수에 따른 국방비 삭감의 영향력이 가장 우려되는 지역이다.

 

“세계 최강” (Segye Choigang) 이라는 말은 한국인들이 미국 군사력을 설명할 때 흔히 사용하는 단어이다. 그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second to none) 혹은 “세계 최고” (the best in the world) 라는 의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같은 나라의 독자들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것은 실제로 강제몰수가 이루어졌을 때에도 미국이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라는 것이다.

 

1조 달러: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예산 상의 의미는 무엇일까?

 

강제몰수에 대한 논의를 하려면, 그에 앞서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에 대한 언급부터 해야 할 것이다. 합참의장에서 국무장관에 이르는 지도층들은 경제안보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이 “국가 안보의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의 부채는 16조 달러를 넘어 증가일로에 있다.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양 정당 모두 그 동안 부채 감축에 별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50년 동안 미국이 예산 흑자를 달성한 것은 겨우 5년에 불과하다.

 

이 같은 수치가 좀 더 걱정스러운 이유는 국가부채가 이제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ion: GDP)을 넘어 섰기 때문이다. 의회 예산사무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는 만일 국가부채 관리를 위한 적절한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 미국의 총 부채가 GDP의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재정상황은 미국을 초강대국이라기보다는 그리스와 같은 나라로 보이도록 할 것이다.

 

연방정부 부채 규모

 

 

연방정부 재정수지 (적자/흑자)

 

 

 

GDP 대비 부채 규모

 

 

 

16조 달러. 16,000,000,000,000. 무려 14자리 숫자이다. 이것은 비단 오늘날의 예산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최소 향후 10년간 논의를 지배할만한 거대한 수치이다. 사실, 이렇게 천문학적인 숫자는 어느 정도 크기인지도 알 수가 없다. 아마도 트릴리언(trillion)이라는 수는 가가질리언(gagazillion)이라든지 보동카질리언(bodonkajilion)이라고 불러도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미국이 오늘 16조 달러짜리 수표를 우편으로 받는다면,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상상을 해 보는 것이 보다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현재 미국이 지고 있는 부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에는 대략 어떤 것들이 있을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