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할 G20 정상회의의 미래와 한국에 주는 함의를 진단하고, 위기 이후의 세계질서에 대비하는 G20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동아시아 연구원은 2009년 11월 24일 박동선 외교통상부 경제협력대사를 모시고, “G20 정상회의 성립배경과 발전방향” 이라는 주제로 제6회 인프라비전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박동선 대사가 G20의 성립과 성과, 향후 과제에 대해 발표하였고, 이후 G20의 비전과 한국의 G20 전략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G20 체제가 한국 외교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중요하며, 경제위기 극복 이후에도 G20 체제를 지속시키기 위한 한국의 적극적인 G20 전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였다. 또한, 한국의 구체적인 G20 전략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하였다. 첫째, 국제적 측면에서 G20 회의의 정체성과 미션 확립을 통해 G20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둘째, G20 내부에서는 활발한 네트워킹과 포지셔닝 파워의 구축을 통해 중진국으로서 교량적 역할을 다하며, 셋째, G20 의 중요성과 한국의 적극적 G20 전략 추진에 대한 국내적 합의도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음은 발표 및 주요 논의 내용이다.

 

발표 내용

 

G20 정상회의의 성립

 

G20 정상회의는 세계질서의 변화와 경제위기의 혼란 속에서 태동하였다. 안보질서의 경우,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로부터 중국을 다른 축으로 하는 G2 체제로의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경제적 측면에서는 신흥 경제국가들이 부상하고, 국가개념이 영토국가에서 기술•지식자본 국가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도래하면서, ‘경제회복’이라는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G20 정상회의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세계 인구의 2/3,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는 G20 체제가 새로운 국제질서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G20 정상회의가 경제위기의 극복이라는 모멘텀 속에서 시작되기는 했으나, 단순히 세계 경제규모 상위 20개국의 모임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 경제국가들을 포괄하는 국제논의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확산 속에서, 한국과 중국, 호주 등 주요 신흥국이 G20 정상회의에 참여하였고, 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의장국인 태국과 NEPAD (New Partnership For Africa’s Development) 의장국인 에티오피아 등이 국제질서의 역학관계 속에서 참가가 결정되면서,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이슈에 대한 24개의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가들의 논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G20 정상회의의 성과

 

G20 정상회의는 경제위기의 회복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구체적으로, 첫째, G20 정상회의는 금리인하, 경기부양정책 등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국제공조를 이루어냈다. 둘째, 경제위기의 파고 속에서 나타나던 보호주의 추세를 저지하는데 성공하였다. 셋째,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국제협력의 틀’(Framework for Strong, Sustainable, and Balanced Growth) 마련에 합의하였다. 이를 위해, 각 국가들은 저축 증대나 소비 촉진과 같은 재정적•통화적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국가별 이행방안을 마련하며, 상호평가(Peer Review)를 통해 이를 검증하기로 합의하였다. 넷째, 국제 금융체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피츠버그 회의에서 은행자본규제 강화, 장외파생상품 시장개혁, 다국적 금융기관 정리 방안, 과도한 보너스 규제 등의 금융개혁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적극 이행하는데 합의하였다. 다섯째, 국제금융기구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는 신흥경제국가 및 개도국의 IMF, 세계은행 지분 증대를 통해 비 G8 국가들의 발언권을 제고하는데 합의하였으며, 1.1조 달러 규모의 국제금융기구 재원확충에 대한 합의를 통해 국제금융기구의 위기대응능력을 향상하였다.

 

G20 정상회의의 당면과제

 

G20 정상회의의 당면과제로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먼저 G8 정상회의와의 관계 설정 문제이다. 사실 G8 국가들은 경제위기 해결 이후 G20 정상회의의 지속가능성을 부인하면서, G8과 G5(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협의체인 “하일리겐담-라퀼라 회의”(Heilige- ndamm L’Aquila Process)를 2011년까지 존속하기로 결정하였었다. 그러나 한국, 호주 등의 노력으로 피츠버그 회의에서 G20 정상회의가 정례화되고, 논의의 범위가 ‘경제위기의 극복’에서 ‘위기 이후의 관리체계’로 확대•발전하면서, 이제는 모든 참가국들이 G20 정상회의의 지속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글로벌 거버넌스에 있어서 정치•안보 이슈는 G8, 경제•금융 이슈는 G20으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질 전망이며, G20 내부에서는 G8이 일종의 코커스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과제는 G20 정상회의의 제도화 방향의 문제이다. G20 정상회의가 정례화되면서, 회의의 제도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무국 설치 여부, 의장국 선출 방식 등 여러 문제들이 남아있다. 사무국 설치 문제의 경우, 사무국의 설치가 과연 G20 회의의 원활한 운영과 발전에 필수적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의장국 선출 문제의 경우, 한국이 비 G8 국가 중 처음으로 의장국이 되어 내년 서울 회의를 개최하게 되었으나, 아직 명확한 의장국 선출 방식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G20 정상회의가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추가적인 과제는 바로 빈곤국가 지원(Outreach)의 문제이다. 아직 명확한 미션과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G20 정상회의는 아프리카 및 아랍 국가들과 같은 비 G8, 비 G20 국가 및 극빈국가들에 대한 논의와 다양한 지원을 통해 G20 정상회의의 정당성과 대표성을 강화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토론

 

G20 체제의 필요성

 

새로운 견제와 균형의 국제협력체제를 만드는 G20 체제는 한국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한국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없었던 G8에 비해 G20 회의에서는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주요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한국의 매력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한국이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들을 논의함에 있어서 방향 설정과 문제 해결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는 곧 한국이 여러 글로벌 이슈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제적 역학관계로 인해 논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여러 이슈들에 대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G20에서 생산적 역할을 담당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 제고와 매력 증진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한국 외교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서도 G20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최근 한국 외교는 자원기반 외교에서 탈피해서 네트워크적 개념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진국으로서 균형(Balancing) 혹은 교량(Bridging) 역할에 대한 논의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네트워크 파워’ 혹은 ‘포지셔닝 파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선진국 10개국과 신흥경제국가 10개국이 참여하는 G20는 활발한 네트워크 구축과 포지셔닝 파워의 확립을 통해 중진국가로서 교량(Bridging) 역할을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제위기의 극복 이후에도 G20 체제가 지속되고, 글로벌 이슈 논의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G20 의 정체성과 미션 확립을 위한 국제적 노력

 

최근 1년 동안 G20가 국제질서 논의의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빠르게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G20의 지속 가능성과 발전 방향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G20가 경제위기라는 특정한 모멘텀을 계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경제위기 문제가 해소될 경우 회의 자체의 추진력이 자연스럽게 쇠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과 러시아가 현재의 G8 체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고,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역시 G8 체제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G20 체제가 지속될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은 G20가 장기적인 비전과 정체성 확립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G20 체제의 지속이 한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G20 체제의 지속을 위해 지구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체제에서 G20 정상회의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큰 그림으로 계속해서 그려주어야 한다. 세계화의 문제로 인한 여러 가지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의 문제를 보다 공정하고 보다 생산적으로 만드는 지구 거버넌스의 틀로써 G20 체제의 명분을 확립해야 하며, G20가 효율성과 대표성을 겸비한 국제협력체로 자리잡게 해줄 미션이 필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정체성의 핵심은 바로 멤버십이다. 신흥국가들의 목소리가 반영이 될 수 있는 G20 체제가 보다 민주적인 거버넌스, 보다 공정한 체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호주 등 다른 국가들과 함께 강조함으로써 G20 정상회의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중진국 지위를 활용한 G20 포지셔닝 파워 구축

 

G20에서 한국의 상대적 강점은 중진국이라는 점이다. 중진국인 한국이 포지셔닝 파워를 가지기 위해서는 활발한 네트워킹과 더불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포지셔닝 파워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일관성을 가진다는 것은 모든 이슈에서 한쪽 편을 들거나, 한 이슈영역에서의 입장을 다른 이슈 영역에서까지 고집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각 이슈영역별로 힘의 역학구조와 해결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의 입장 역시 각 이슈영역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이슈 영역 내에서 그 때의 상황과 편의에 따라 입장을 번복해서는 안 된다. 이는 가장 경계해야 할 행위이다.

 

또한, 특정 이슈에 있어서 의견이 양분되어 있을 경우, 중립을 지키거나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예컨대, 출구전략이나 지속가능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 기후 변화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완전히 대립적이라 할지라도, 두 국가가 서로를 완전히 무시하고 갈라설 수는 없다. 이는 자신들의 국가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처럼 양 국가의 갈등이 깊어질 때, 그 갈등을 해소하고 대화의 장이 설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대화의 장을 유지하고 대안을 만들어 내는 일은 강대국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한 자세와 아이디어를 가지고, 추세를 잘 관찰하면서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G20 전략 추진을 위한 국내적 노력

 

진취적인 G20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국내적 합의도출 노력 역시 필요하다. 특히,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서, 한국이 서울 이니셔티브 의제 개발을 통해 국제사회에 어떠한 의제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함과 더불어 우리 국민들에게 어떠한 의제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작업 역시 필요하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통한 국가위상 제고를 환영하는 정부와는 달리 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의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국민들의 자부심 향상이라는 비가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88 서울 올림픽 개최 때와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G20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국내 여론 주도층이나 엘리트 사이에서도 확신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G20가 왜 한국 외교에 중요하고, 나아가 세계 거버넌스 체제에 있어서 중요한지를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더불어, G20 회의의 어떠한 측면을 부각하느냐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 G20를 올림픽 때처럼 국가적 자긍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회의적인 반응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여론주도층이 G20에 대한 지나친 과장에 대해 냉소적일 뿐 아니라, 나아가 그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심까지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G20가 정치적 이유보다 어떠한 면에서 한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고,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부각시켜야 한다. 색안경을 끼지 않고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객관화 작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내년 정상회의의 준비와 더불어 2011년 이후 G20 체제에 대한 고민과 준비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1년은 G20에 있어서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만일 출구전략이 성공할 경우, G20의 추진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출구전략이 실패할 경우, 세계 경제는 더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미 재정능력을 소진해버린 각국 정부들의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경기부양정책을 추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G20 체제가 필요한 한국으로서는, 2011년 출구전략의 성공 혹은 실패로 추진력이 약화될 G20 정상회의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내년 서울 정상회의의 준비에만 전념하기보다는 2011년 이후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복안과 노력 역시 필요하다.■

 


 

박동선 외교통상부 경제협력대사는 컬럼비아대학교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외교통상부 주 OECD대표부 차석대사, 주 청두총영사관 총영사를 역임하였다.

 

발표자

박동선 외교통상부 경제협력대사

 

사회자

김병국 고려대학교 교수

 

토론자

구민교 연세대학교 교수

손   열 연세대학교 교수

이동선 고려대학교 교수

이승주 중앙대학교 교수

정주연 고려대학교 교수

한석희 연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