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차별 없이 건강한 밥 나눠야”…중앙 “선별적 복지로 빈곤층 도와야”
학교급식법 개정과 차별 없는 친환경 의무·무상급식 지키기 범국민연대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조처의 원상회복과 차별급식 중단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일, 경상남도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복지 논쟁이 격렬하게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발표된 경남도청 성명서는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경남도청은 무상급식 지원을 촉구하는 단체를 “반국가적 종북 활동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간부 출신 등이 대표를 맡고 있는 종북 좌파 정치집단”으로 규정하고, “종북 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이 경남도를 상대로 정치투쟁을 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보낸다. 한겨레는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가공할 만한 폭력이자 저열한 선동 정치”라며 경남도청을 강하게 비판한다. 중앙 또한, “경남도까지 무상급식 운동 단체를 ‘종북’으로 표현해 ‘색깔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문제 해결은커녕 이념 갈등만 부추기는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라고 지적한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하지만 문제에 접근하는 한겨레와 중앙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중앙은 ‘선별적 복지’의 틀에서 무상급식 논란에 접근한다. 선별적 복지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복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말한다. 중앙은 학교 무상급식에 2조6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나머지, “학생들의 안전과 관련 있는 학교 시설물 보수 예산마저 5년 새 40%나 축소”된 현실을 짚어준다. 나아가, 무상급식에 경상남도가 지원하던 예산 643억원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재원을 초·중·고 서민자녀 교육 지원으로 돌리겠다는 홍준표 지사의 입장도 들려준다. 홍 지사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부유층과 서민층 사이의 교육비 격차가 8배로 벌어진 지금의 현실에서는 빈부격차와 신분 세습이 고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 지사는 선별적 복지를 통해 교육 기회의 차이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대해 중앙은 “정치적·이념적 논란에 가세할 게 아니라 정책적·실용적 차원에서 묵묵히 일을 추진해야 한다”며 홍 지사 입장에 지지를 보낸다. 아울러, “선별적 복지가 빈곤층 학생들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조용히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를 건넨다. 반면, 한겨레의 입장은 ‘보편적 복지’ 쪽에 가깝다. “못사는 아이, 잘 사는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사이좋게 학교에 다니며 건강한 밥을 먹게 하자”는 문장 속에는 보편적 복지의 철학이 오롯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차별’이란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점심값도 못 내는 학생’이라는 ‘낙인 효과’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선별적인 복지는 반(反)복지의식을 키우기도 한다. 시민들 머릿속에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만 받는 것이라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한다는 의미다. 이런 사고가 확산될수록 복지 확대를 통한 부의 재분배,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은 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보편복지를 펼치는 나라 중 상당수가 빈부격차가 적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겨레는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심각한데다, 미국 출장 중 평일 부부동반 골프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종북몰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낸 것”이라며,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정치적 술수’로 해석한다. 이러한 주장 뒤에도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가 묻어난다.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은 경상남도 전체 예산의 0.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99.5%의 예산은 무상급식보다 중요한 일에 쓰이고 있을까? 세금으로 출장을 간 홍 지사가 골프를 쳤다는 사실에는 예산 낭비야말로 무상급식 재원 부족의 진짜 원인이라는 결론이 숨어 있다. 복지국가는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복지국가를 이루는 일에는 재원 마련, 증세 등등의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많다. 복지 논란의 해법은 과연 정책을 통해 빈부격차를 줄이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에 있다. “복지 문제가 더 이상 정치인들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게임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중앙일보의 주장, 무상급식 논쟁을 이념 논쟁으로 확대하려는 경남도의 성명서를 비판하는 한겨레의 입장이 울림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무상급식 지금의 무상급식 논란은 2011년에 있었던 논쟁의 ‘제2라운드’ 성격이 짙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을 반대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의 무상급식 주장에 맞서 주민투표까지 실시했다가 시장직을 내려놓고 말았다. 이때 한나라당 대표는 지금의 홍준표 경남지사였다. 홍 전 대표는 당시 ‘무상급식은 세금급식’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지금 진행되는 무상급식 중단 논란은 2011년 논쟁의 틀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여당에서는 ‘복지 포퓰리즘 반대’라는 명분 속에서 ‘선별적 복지’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반면, 야당은 보편적 복지 확대를 주장하며 선별적 수혜자에 대한 낙인 효과를 우려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복지의 문제는 진보-보수의 틀로만 바라보기 어렵다. 대한민국 국민 열 명 가운데 여섯 명 이상은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하고 허술한 탓이다. 반면,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는 적잖은 거부감을 보인다. 동아시아연구원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복지 확대가 증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을 품고 있었다. 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앞세우면서도 증세에는 주춤하는 정치인의 태도에는 이런 속사정이 있다. 지금의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은 보편 복지와 선택적 복지 사이의 논쟁 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2011년의 무상급식 논란은 복지정책에 대한 관심을 사회적으로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낳았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으로 불거진 지금의 논란은 증세 문제와 진보와 보수의 충돌, 여당과 야당의 경쟁, 세대 갈등 등과 얽혀 한층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추천 도서]
창고에는 늘 물자가 차고 넘친다. 사람들은 하루에 6시간만 일한다. 마을 회관에서는 모두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집도 나라에서 준다. 한마디로 ‘보편적 복지’가 실현된 모양새다. 토마스 모어는 사치품을 금지해 빈부 차이를 없애고, 모두가 차별 없이 일한다면 이런 나라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푸줏간 주인이나 빵집 주인, 술집 사장의 자비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이기심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말은 자본주의의 고갱이를 담고 있다.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움직일 때, 가장 큰 효율과 행복을 낳는다. 토마스 모어와 아담 스미스, 둘 가운데 어느 쪽이 복지 문제에 더 나은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