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정치학 박사

 

67일의 정권 인수과정이 끝나고 박근혜정부가 출범했다. 최근 박 당선인 지지율이 1월 조사의 56%에서 취임식 직전에는 "과반에 못 미치는" 44%로 떨어졌다는 기사가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이를 근거로 박정부의 지지기반이 급속히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과 나아가 안철수 신당과 야권재편에 탄력을 줄 것이라는 추론까지 나오고 있다. 당선인 지지율은 새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의 변화를 제대로 보여주는 지표일까? 필자의 답은 부정적이다. 노원병 보궐선거에 대한 안철수 전 원장의 출마선언이 박 대통령 지지율 급락을 염두에 뒀다면 낭패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새정부에 대한 유권자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

 

첫째, 당선인 지지율은 출범도 하지 않은 새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보여주는 지표로 적당치 않으며, 정권 인수과정에 대한 평가지표로도 적당치 않다. 현재와 같이 매일 조사하여 그 변동을 분석하는 방식의 당선인 지지율 조사는 정권인수과정에 대한 평가지표로도 부적절하다.

 

둘째, 당선인 활동에 대한 평가를 주기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실시해야 할 타이밍인가도 의문이다. 정치 사이클 전 기간으로 보면, 선거 시기가 유권자들이 가장 정치적으로 각성되고 태도의 강도가 강해지는 정점이다.

 

반면 인수위 시기는 정치적 관심과 민감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최저점으로 볼 수 있다. 지난 인수위 과정에서 발표된 당선인 지지율 조사에서 긍정/부정평가 외에 응답유보가 15% 내외, 보통이라는 중립적 응답이 7~8%로 응답자의 25%내외가 뚜렷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도 질문 타당성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셋째, 측정항목과 척도 상의 혼란이다. 당선인 지지율 조사의 한계 때문에 이전 정부 때는 인수위 시기 직접적인 당선인 직무평가보다는 차기정부 기대감(잘할 것인가? 못할 것인가?) 조사들을 주로 수행했다.

 

현재 일부기관에서 발표한 박근혜 차기정부에 대한 기대감 조사 결과들은 65~75%대를 기록하고 있다. 독자로서 기대감과 지지율 개념의 구분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조사 결과 간 격차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척도의 문제도 있다. 동일시점 조사라도 긍정/부정의 양분형 응답비율로 발표하는 2점 척도나 4점 척도로 측정한 조사수치는 긍정/부정 응답에 중립적 응답을 포함한 3점 척도 조사에 비해 긍정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박 대통령 지지율 조기붕괴론은 "당선인 지지율"이라는 측정지표상의 문제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의 존재를 간과한다. 지역지지기반이 약했던 노무현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초기에 급락했지만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임기 중후반까지 상대적으로 하락세가 완만했다. 박 대통령은 3김 이후 유일하게 강력한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선거 내내 콘크리트 지지로 유명했던 지지기반이나 중간층이 인수위 67일 동안 이탈했다고 볼 수 있을까?

 

여야 배제, 국민 직접 상대하는 리더십 성공 어려워

 

새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성적 매기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때 이른 당선자 지지율 평가에 현혹되어 인수과정에 평가가 졸속 진행되고 불통과 보안인사라는 뭉뚱그린 비판에 안주한 측면이 있다.

 

장밋빛 선거공약이 얼마나 현실적인 국정비전과 정책으로 구체화됐는지, 후보자들의 역량 검증은 충실했는지, 안정감과 신뢰를 내세운 박근혜 리더십이 67일 간의 일정표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깜짝 발표와 막판 벼락치기로 "불확실성"을 키웠는지에 대한 꼼꼼한 비판과 점검이 이루어졌는가?

 

역대 대통령 지지율 변화과정을 살펴보면 여야를 우회하고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리더십은 성공하기 어렵다. 필자가 지지율 하락보다 더 우려하는 대목이다. 첫 시험대는 역시 새 정부 조직개편과 청문회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