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돌파한 안철수 지지율 분석
안 원장이 ‘정치인’으로 대중에게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9월 1일 한 인터넷 매체가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결심이 임박했다”고 보도하면서다. 그 직후인 9월 3일 GH코리아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안철수·나경원·박원순 3자 가상대결 조사에서 안 원장은 무려 55.4%를 얻었고, 나경원 의원은 24.6%, 박원순 변호사는 9.1%에 그쳤다. 안 원장이 박 변호사를 만나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9월 6일부터는 그의 체급이 단숨에 ‘대선주자’로 올라갔다. 다음날인 9월 7일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대선후보 양자(兩者)대결 조사에서 안 원장은 36.1%를 얻어 40.6%였던 박 전 대표와 접전을 벌였다. 9월 중순 추석 이후에도 안풍(安風), 즉 ‘안철수 바람’은 가라앉지 않았다. 안 원장은 서울시장 보선 직전인 10월 24일 박원순 후보 캠프를 찾아가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하고 이에 힘입은 박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직후부터는 박 전 대표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11월 14일 안 원장이 1500억원대 주식의 사회환원 의사를 밝힌 것은 상승세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 11월 21일에 실시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안 원장은 유권자의 절반 이상인 50.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36.6%인 박 전 대표를 앞섰고, 동아시아연구원의 11월 26일 조사에서도 안 원장 50.1%, 박 전 대표 38.4%였다. 안철수 트위터 언급, 박근혜의 2배
안 원장의 지지율 흐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가 정치인으로 출현하기 전인 8월까지 트위터에서 하루 100여건이던 ‘안철수’ 언급 횟수가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넘겨준 9월 6일에는 4만6716건으로 급증했다. 이후 그가 박원순 후보 캠프를 찾아간 10월 24일에는 3만2079건, 주식을 기부한 11월 14일에는 3만973건에 달했다. 9월 초부터 3개월 동안 트위터에서 안 원장의 언급 횟수는 총 49만6328건으로 21만5929건인 박근혜 전 대표의 두 배 이상에 달했다. 이 기간 동안 트위터에선 1분에 3.8회나 ‘안철수’에 관한 이야기가 올라온 셈이다. 안 원장의 지지 기반이 트위터 주 사용층인 20~30대인 것은 여론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동아시아연구원의 11월 26일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 조사에서 안 원장은 20대와 30대에서 지지율이 각각 74.5%와 66.7%로 대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그의 지지는 40대에서도 54.3%였지만, 50대(31.5%)와 60대 이상(22.1%)에선 절반에 훨씬 못 미쳤다. 안 원장은 지역별로는 호남권(71.8%)과 수도권(54.7%)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었고,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63.3%)에서만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안 원장을 부산·경남에선 44.5% 대 42.5%, 충청권에선 49.2% 대 41.1%로 근소하게 앞섰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선 박 전 대표가 50.1%로 다수였지만, 진보층과 중도층에선 안 원장이 각각 67.5%와 51.8%로 다수였다. 결국 안 원장의 강세는 특정 이념의 색채가 엷은 40대와 중도층, 수도권 등에서의 우위가 든든한 배경이다. 또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고조로 인해 최근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無黨派)의 급증도 여(與)도 야(野)도 아닌 ‘제3후보’ 안 원장의 지지상승 원인 중 하나다. 지난 8월 아산정책연구원 조사에선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가 36%, ‘지지 정당이 있지만 바꿀 의향이 있다’가 31%였다. 국민의 10명 중 7명가량이 기존 정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무당파는 안 원장(46.8%)에 대한 지지가 박 전 대표(28.1%)보다 20%포인트가량이나 높았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사이익”
![]() 하지만 “안 원장에 대한 지지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으로 인한 반사이익이기 때문에 아직 견고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은 “지난 10월 조사에서 ‘안 원장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우리 국민의 50.3%였고, 안 원장 지지자 중에서도 3명 중 1명은 그의 출마를 원하지 않고 있다”며 “안 원장 지지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그를 대통령감으로 확신하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정치적으로 아무런 검증을 받지 않은 안 원장의 인기는 거품일 수 있다”며 “안 원장 자체보다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된 ‘안철수 현상’이 더 위력적”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정치 비전에 성공 여부 달려
![]() 안 원장에 대한 지지율의 견고성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견해가 분분하지만 그가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시점이 지지율 재상승 또는 하락의 변곡(變曲)점이 될 것이란 점에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지금처럼 정치에 거리를 두고 신비주의로 인기를 관리하는 태도로는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 안 원장이 국민에게 제시할 구체적인 정책적 비전이 얼마나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가 그의 성공 여부와 직결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