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처리 표결동참에 '똑같은 정치인' 낙인

안철수와 양자대결서 갈수록 격차 벌어져

 

28일 발표된 동아시아연구원·중앙일보·YTN 11월 정례조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은 △한미FTA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이었다. 요약하면 △한미FTA 강행처리 비판여론이 매우 강하다는 점과 △안 원장이 박 전 대표를 11.7%p 앞섰다는 점이다.

 

서로 연관이 없는 듯 보이는 두 개의 결과가 일치하는 대목은 '기성정치에 대한 민심 이반'이다. 안 원장에 대한 지지가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불신·혐오를 반영하고 있고, 한미FTA 강행처리가 이를 증폭시킨 계기가 됐다는 측면에서 이해하면 쉽다. 박근혜-안철수 지지율 격차는 한미FTA 강행처리에 대한 정치권의 불신을 상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동아시아연구원 정례조사 결과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 지지율은 △9월 43.7% 대 42.8% △10월 42.6% 대 47.7% △11월 38.4% 대 50.1%였다. 9월까지는 박 전 대표가 근소하게 앞섰지만, 10월에 안 원장이 역전에 성공했고, 11월엔 격차가 벌어졌다.

 

지지율 격차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지난 14일 안 원장이 1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첫 번째, 22일 한미FTA 강행처리가 두 번째다. 안 원장이 기존 정치권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인 것이 '나눔정치'의 효과였다면, 한미FTA 강행처리는 기존 정치권이 스스로를 '구태세력'으로 낙인찍는 효과로 이어졌다.

 

특히 강행처리에 대한 긍정평가는 25.8%에 불과했던 반면 부정평가는 51.3%로 비판여론이 강했다. 한미FTA에 대한 손익평가에서 '국익에 도움'과 '손실' 응답이 각각 41.9% 대 37.8%로 팽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미FTA 강행처리 후폭풍은 박 전 대표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강행처리 부정평가 응답자 중에서 박근혜 지지는 18.5%에 불과했지만 안철수 지지는 73.2%나 됐다. 한미FTA를 강하게 지지하고 강행처리 당일 표결에도 참여한 박 전 대표가 '그들과 똑같은 정치인'의 하나로 비춰진 셈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한미FTA 강행처리로 불거진 정부·여당 비판여론이 박 전 대표에게도 동일하게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 왔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빠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도 "박 전 대표를 기성 정치인 중 하나로 보고 있으며, 안 원장에게 희망을 거는 측면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라며 "박 전 대표와 한나라당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