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10·26 서울시 보궐선거를 앞둔 서울시 민심

 

스마트(SMART) 유권자는 투표 선택에서 어느 정치세력을 일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swing), 정치적 극단주의에 거부감(middle and moderation)과 상충성(ambivalence)이라는 이념적 유연성을 가지고, 경제상황의 악화나 정치적 견제와 균형에 민감하게 반응(responsiveness)한다. 따라서 기존 정치권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동원이 쉽지 않은 까다로운(tricky) 유권자다.

 

⊙ ‘安風’은 야권의 차기집권 비전인 ‘단일화’, ‘보편복지’, ‘좌향좌 노선’의 취약성 보여준 계기

⊙ 與野, 기존 二分法的 이념대결 구도 머물면 相衝的 태도의 유권자지지 흡수 실패 가능성 높아

⊙ 정치적 메신저에서 지도자로 변신 불가피한 상황에서 안철수 교수의 지도자로서의 권력의지, 정치적 조직운영 능력에 대한 의문 계속 제기될 것

 

정한울

⊙ 42세.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수료.

동아시아연구원(EAI) 외교안보센터 부소장 역임.

⊙ 주요 논저로 《박근혜 현상: 진보논객, 대중 속의 박근혜를 해부하다》 《이슈와 한국정당지지의 변동》 《50% 지지율 대통령은 왜 심판받았나?》 《진보는 왜 한나라당을 지지했나》 등이 있다.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의 단일화 기자회견이 2011년 9월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안 교수가 자신이 양보하는 내용의 회견을 하는 동안 서울시장 보선출마에 나선 박 변호사가 기자들 사이에 서서 지켜보고 있다.

 

2011년 8월 주민투표 무산으로 오세훈(吳世勳) 시장이 사퇴해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불가피해졌다. 10·26 서울시장 보선은 누구를 또 하나의 ‘영웅’으로 만들 것인가.

 

안철수(安哲秀)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출마 검토→불출마 소동이 있었지만 그 소동과정에서 확인된 ‘안철수의 위력’은 많은 논란과 과제를 남기고 있다. 안철수는 물러갔지만 ‘안철수 현상’의 파장은 당장 보선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그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왔든 나오지 않았든 정국의 핵심 뇌관이 됐다.

 

안 교수 스스로 언급했듯이 ‘안철수 현상’의 요체는 안 원장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안 원장을 통해 표출된 요동치는 민심(民心)에서 찾아야 한다. 요동치는 민심의 실체와 진행경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차기 총선, 차기 대선은 물론, 10·26 서울시 보선에서의 향방조차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태풍의 눈 相衝的 유권자

 

‘안철수 신드롬’에 놀란 정치권과 언론은 기존 정당질서에 포섭되지 않은 반한나라 반민주의 ‘중간지대 유권자’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중간지대 유권자들이 안 교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안 교수가 반한나라당이라는 역사의 흐름을 강조하며 야권 연대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내놓기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안 교수 스스로 이러한 평가가 ‘무상급식’ 이슈에 한정한 평가였으며, 박근혜 전 대표를 존중한다는 부가설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반한나라당, 반민주의 중간지대 유권자들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정치적 중간지대의 기존 정치에 대한 반발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안철수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정국 예측도 불가능하다.

 

과거 서구의 주류 학계나 정치권은 이들 중간지대 유권자를 대체로 ‘지지정당이 없거나, 이념적·정책적 태도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무지하고 무관심한 대중(ignorant voter)’으로 이해해 왔다. 정치적 관심이 약한 존재로 수동적이고 기존 정당질서에 포섭되지 않은 주변부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동원과 계몽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간지대 유권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들을 수동적 존재로만 볼 수 없는 영향력을 경험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와 미국에서 ‘보수적인 민주당 지지자’, ‘진보적인 공화당 지지자’ 현상이나 ‘대표되지 않는 중산층’의 문제가 학계나 선거캠페인의 핵심이슈로 떠오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충적(相衝的) 유권자(ambivalent voter) 이론은 중간지대 유권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전환의 필요성과 그 방향을 보여준다. 이분법적인 흑백논리하에서 특정 가치, 특정 정파를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다양하고 심지어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가치를 동시에 공유하는 상충적 유권자로 개념화하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충적 태도란 어느 하나의 대상에 대해 애증이 병존할 수 있으며, 사물의 현상을 동시에 수용하거나 동시에 배제하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