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 1위 자리를 굳혔다. 문제는 이 대표의 지지율에 필적하는 유보층 비율이다. 7년 전 탄핵 정국의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지지율 상승 추이는 유사한 반면 유보층 비율은 3배 가까이 높다. 7년 전보다 유보층 비율이 높은 이유는 대선 후보군의 스펙트럼 차이로 보인다. 

탄핵 사태로 이재명 독주체제  완성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자유응답 방식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는 37%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를 제외하면 10%대 지지율을 기록한 차기 대권주자는 없다. 여권 잠룡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나란히 5%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 15.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2022년 6월 2주)에서 15%를 기록한 뒤 2년 6개월 만에 대권 지지율이 두배 이상 상승했다. 이 대표의 지지율 추이는 7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권 지지율 상승 기류와 유사한 흐름이다. 2016년 6월 9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16%의 대권 지지율을 기록한 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첫 조사인 2017년 1월 12일 31%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로 올라섰다. 

2024년 이 대표와 2017년 문 전 대통령의 차이점은 '의견 유보층'이 꼽힌다. 이 대표가 37% 지지율을 기록한 조사에서 특정인을 차기 대권주자로 선호한다고 응답하지 않은 유보층은 35%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이 31% 지지율을 기록한 조사에서 유보층은 13%에 불과했다. 

정치권에서는 7년 전보다 22% 증가한 유보 응답을 두고 중도층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비호감’ 이미지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2017년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의 면면을 보면 유보층 증가의 원인은 대선 후보군의 정치적 스펙트럼 차이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10% 이상의 대권 지지율을 기록한 정치인은 이 대표와 한 전 대표 둘뿐이다. 그간 여야는 극한 대립을 펼치면서 줄곧 단일대오를 강조해왔다. 정치 양극화 심화로 양당의 핵심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 환경이 조성됐다. 양당의 핵심주자를 제외한 대권주자들은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2017년 정치권은 지금보다 대권주자들의 스펙트럼이 넓었다. 2017년 1월 12일 문 전 대통령이 31%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20%)과 이재명 성남시장(12%)도 1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당시 이재명 시장은 '한국의 버니 샌더스(극좌 성향 미국 정치인)'를 표방하면서 문 전 대통령보다 선명한 진보 노선을 걸었다. 중도보수 성향의 반 전 총장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이후 보수 지지층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중도보수층 이번에는? 

2024년의 유권자들은 2017년의 유권자들보다 선택지가 좁아진 셈이다. 반면 이 대표는 지지층을 확장할 기회를 잡았다. 이 대표는 22대 총선에서 승리한 뒤 외연 확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앞서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종합부동산세·상속세 완화책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의 전통적 기조를 벗어나 중산층을 겨냥한 감세 정책에 집중했다. 

7년 전 극좌 정치인 샌더스를 표방한 이 대표는 지난 9월 자신을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로 소개했다. 특히 그는 지난 16일에는 자신의 강성 지지층이 결집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의 ‘이장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중도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관건은 중도보수층이 이 대표를 선택할 수 있는지다. 2017년 반 전 총장을 지지한 중도보수층은 끝내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으로 흡수되지 않았다. ‘반기문 표’로 불리는 부유층은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중도 성향의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선택했고, 일부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선회했다. 대선 40일 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문 전 대통령으로 확정된 이후 안 전 지사의 지지층은 당시 중도보수 성향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선택했다. 

2017년 당시 박광온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반기문·황교안·안희정을 지지했다가 안철수로 이동하는 '부유표'는 변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0.73% 차이로 패배한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 대표는 한국갤럽 조사 기준 2021년 11월 18일부터 2022년 3월 2일까지 100일 이상 30%대 박스권 지지율에 갇혔다. 

이에 이 대표는 2021년 12월경 TK(대구·경북)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과를 언급한 데 이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전면 부정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제안하며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선 당시 안철수-윤석열 후보 단일화 결과를 보면 중도보수층은 이 대표가 아닌 윤 대통령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은 한국갤럽 조사 기준 대선 62일 전인 2022년 1월 6일부터 윤 대통령과 단일화를 결정한 2022년 3월 3일까지 10%대 지지율을 유지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20대 대선 이후 발간한 ‘안철수 지지자의 선택은 대선 승자를 결정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단일화 이후 안철수 지지자의 57.46%는 윤 대통령을 선택했고, 31.34%는 이 대표를 선택했다. 보고서는 윤 대통령이 단일화를 통해 이 대표보다 최소 1.26%P~최대 2.94%P의 추가적인 지지를 확보했다고 내다봤다.

이어서 안철수-윤석열 단일화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보다 지지층 이탈률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단일화 이후 안철수 지지자의 61%는 문 전 대통령을 선택했고, 39%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