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강성 보수층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지만, 침묵하는 온건·중도 보수층 다수는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 선포 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보수층 유권자를 대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스스로를 강성 보수층으로 분류한 응답자는 0∼100점 중 78.49점을 준 반면, 온건 보수층과 중도 보수층은 각각 54.42점, 34.87점을 매겨 편차가 큰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전국 성인 1514명에게 웹조사 방식의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2%포인트, 응답률 20.0%)를 하며, 이들 가운데 2022년 대선 때 윤 대통령을 뽑았다는 이들(588명)의 이념 성향을 강성·온건·중도 보수로 나눈 뒤 각 문항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물은 결과다.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비상계엄 선포 명분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계엄 선포의 원인이 ‘야당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문항에 공감 정도에 따라 1∼10점의 점수를 매기도록 했더니, 강성 보수층은 8.64점, 온건 보수층 6.89점, 중도 보수층 5.12점 등이었다. 계엄 선포가 ‘국가의 안보와 질서 때문’이라는 문항에도 강성 보수층은 7.87점, 온건 보수층 5.79점, 중도 보수층 3.84점으로 나타났다.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인식 차도 컸다. 윤 대통령이 당선됐던 2022년 대선이 공정했는지 여부를 1~4점(점수가 높을수록 불공정)으로 점수를 매기게 했더니, 강성 보수층은(3.06점)이 온건 보수층(2.59점)과 중도 보수층(2.35점)에 비해 훨씬 더 불공정했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를 봤을 때도 정치적 양극화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매우 싫다’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40.8%로, 2021년 같은 기관 조사와 비교해봤을 때 28.2%포인트 늘었다. 반대로 ‘민주당이 매우 싫다’는 국민의힘 지지자는 50.5%로, 8.3%포인트 증가했다.

국민의힘이 비호감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60.6%는 “(국민의힘이) 역겹다, 정치권에서 안봤으면 좋겠다”고 답했고, 민주당이 비호감이라고 답변한 이들 중 44% 역시 “(민주당이) 역겹다, 정치권에서 안봤으면 좋겠다”고 강한 적대감을 표출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경쟁하는 정당에 대한 극단적인 비호감 정서가 높아진 것이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72.9%로 나타난 반면, “잘한 일”이라는 응답이 13.9%, “중립적”이란 응답이 13.2%였다.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