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는 소수의 강성 보수층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수층 내에도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며, 특히 우리 사회의 절반에 달하는 중도층의 목소리가 정치 토론 과정에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11일 서울 종로구 동아시아연구원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민주주의 미래와 제도개혁, 위기와 대안’ 세미나에서 ‘조용한 중도는 무엇을 원하나’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웹 서베이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이념 분포는 ‘강성 진보(9.6%)’, ‘온건 진보(17.2%)’, ‘중도(46.4%)’, ‘온건 보수(17.2%)’, ‘강성 보수(9.6%)’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그 중, ‘중도 보수’와 ‘강성 보수’가 현 정국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계엄 선포에 대한 부정 평가와 부정선거 논란과 관련해 비난을 받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신뢰도는 중도 보수가 강성 보수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국민의힘에 대한 호감도와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감정도 중도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강 교수는 “‘계엄의 불가피성에 대한 인정이나 탄핵 반대’는 보수 집단 내 강성 보수층 의견에 불과한 것이고 온건 보수, 특히 중도 보수는 분명하게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진보 집단은 이슈 특성상 보수 집단보다 내부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호감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강성 진보는 76.5점으로 높은 호감도를 보였고, 온건 진보는 66.27점, 중도 진보는 51.79점이었다. (0-대단히 부정적, 100-대단히 호의적) 강 교수는 “결국 지금의 극한적 대립이나 갈등은 중도층 혹은 온건 이념층의 입장보다 전체 20%도 안 되는 극단적 입장을 가진 강성 보수, 강성 진보가 정치적 논쟁이나 쟁점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나 정도의 사람은 정부가 하는 일에 어떤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질문에 대해 온건 보수(3.33)와 중도 보수(3.31)는 강성 보수(3.04)보다 ‘그렇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효능감을 나타낸 것이다. (1-전혀 그렇지 않다, 2-별로 그렇지 않다, 3-그저 그렇다, 4-대체로 그렇다, 5-매우 그렇다) 또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에 중도층의 참여도가 낮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강 교수는 “최근 이해하기 힘든 일부 여론조사 결과 역시 참여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소극적이어서 참여를 거부하는 중도나 온건 집단 대신, 참여에 적극적인 강경한 이들의 견해가 과대 표집되면서 실제 여론 흐름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수에 의한 정치적 의사 형성의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며 “극단과 강경의 목소리가 주도하는 정치적 토론과 정치 과정은 결코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볼 수 없다. 침묵하고 있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다수의 목소리가 정치적 토론 과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치적 소통의 구조가 개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