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일상생활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필자의 경우는, 내년 경제 여건이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 그리고 비교적 평온한 지금의 생활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감이 뒤섞인 거부감이 생각의 한 귀퉁이에 매달려 있는 그런 느낌이다. 때문에 ‘전쟁‘이란 단어를 꾹꾹 누르며 그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자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최근에 실시된 두 개의 여론조사를 보면 대강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를 보면, '연평도 포격에 대한 정부대응이 잘못되었다'는 부정적 견해는 72%였지만 우리의 군사적 대응 수위는 ‘바람직했다’는 의견은 68.6%로 높게 나타났다.

 

또 ‘실제 전투기가 폭격했어야 한다’는 응답(39.3%)보다는 ‘전투기 폭격을 자제한 것은 적절했다’는 응답(56.6%)이 좀 더 높게 나타나 군 대응수위에 대해 국민 여론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포격에 대한 즉각적 대응은 미흡했지만 확전의 불씨를 차단한 점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주겠다는 기조로 해석된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 역시 흐름은 비슷하다. 연평도 포격이후 우리 정부 대응에 대해 65.7%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연평도 포격 당시 우리 군이 더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80.3%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북한의 재도발에 대한 대처는 '모든 군사력을 동원해 강력한 군사적 응징'이 25.0%,'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는 제한된 범위의 군사력 동원'이 40.5%, '국가경제 안정을 위한 외교적 대응' 16.4%, '대북 대화를 통한 공동 사태해결' 15.0%로 나타나 ‘강력한 군사적 응징’ 보다는 ‘제한된 범위에서 군사력을 동원’하거나 외교력을 발휘하는 쪽에 더 여론의 중심추가 쏠려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임의’로 다시 구분해 본다면 ‘강경 대응’ 25%, ‘제한적 강경대응’ 41%, ‘평화적 대응’ 31%로 묶어 볼 수 있다. 즉, 여론은 북의 도발에 대해 강성 기류가 형성되어 있지만 그 수위는 상당한 정치력을 요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는 정도의 군사력 동원‘에 몰려있는 41%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들은 정부의 대응에 따라 유동적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집단으로 추측할 수 있다.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는 정도의 군사력 동원’이란 측정 기준이 상당히 ‘가정적(假定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항목을 선택하는 응답자들은 그 현실적 수단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겠지만 그 내용에 대한 구체적 상을 그리며 응답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 포격에 대한 정부 대처가 여론 흐름의 타이밍 선후를 잘못 짚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도발사태 직후 강경대응 기조를 보여줘야 할 때는 ‘확전 자제‘란 유연해 보이는 듯한 메시지를,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내고 빠른 국면수습이 필요한 시점에선 강성 기조로 돌변, 확전 태세를 갖추는 듯한 모양새다. 한마디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온라인상 토론은 ‘전쟁’ 대 ‘평화’ 프레임으로 나눠져 있으며 양쪽에선 종종 극단적 주장들도 오고가는 형국이다. 물론 현재 41%에 모여 있는 여론 역시 양 방향으로 분화되어 ‘강경 대응’ 4.5 대 ‘온건 대응’ 5의 구조로 갈 가능성이 있다. 다시 한 번 국력 소모의 갈등단계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중·미·일·러 4대국의 외교적 움직임이 변수다.

 

정치는 국내여론에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지만 외교국방은 국내 여론보다 정부의 대응기조가 1차적 영향을 준다. 국제적 힘의 역학관계에 따라 판세가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민감하고 엄중한 시기에 ‘빵’ 터진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보온탄의 행불상수’. 어쨌든 국민들의 긴장감을 누그려 뜨려줘야 하는 시점에서 유머감각(?)을 발휘하는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에게 시기적절했다고 촌평을 내겠지만 뒷맛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