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안보, 이것이 문제다] 대북정책 개선 방안

"정부, 천안함 사태 후 출구전략 타이밍 놓쳐"

北 협상파트너로 관리하는 시스템 절실

 

북한은 연평도 포격을 통해 후계자 김정은로의 권력세습과 관계없이 '선군정치' 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화와 제재 어느 일방의 정책만으로는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계기였다.

 

이런 점에서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북정책의 경직성을 탈피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이 자체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추구하지 않는 한 북한의 내재적 변화를 유도하는 '햇볕정책'이나 철저한 상호주의에 기반한 '상생ㆍ공영정책' 모두 남북관계 전반을 아우르는 틀로는 미흡하다는 얘기다. 결국 대화와 제재, 단호함과 유연함을 적절히 배합하는, 실천적 대북 정책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는 천안함 사태 이후 적어도 두 번의 출구전략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7월 유엔 안보리가 천안함 의장성명을 채택한 시점과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직후에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출구전략 채택을 위한 사전 단계로서 최소한 대화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력세습을 비난하더라도 김정일ㆍ김정은 체제의 현실성을 감안해서 정책과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정부는 대북전략을 짤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나 김정은 후계체제 실패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둬야 하지만 당장은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먼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고 상대를 협상 파트너로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일각에서도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응할 제3의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는 3일 "한반도 정세는 평화 프레임과 안보 프레임의 구도를 포괄적으로 담아내는 새로운 대북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건의했다. 북한의 핵폐기 및 정상국가화를 목표로 하는 남북관계 원칙은 더욱 내실화하면서 북한 변화 유도 정책도 병행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 일부에서는 '공동진화(coevolution) 전략'을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진 전략은 상호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국제사회 지원을 동시에 다루는 접근법에한계가 있으므로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체제보장을 통해 핵과 선군노선 포기를 견인한다는 것이다.

 

황지환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펴낸 <북한 2032 선진화로 가는 공진전략>에서 "현재 북한은 핵 문제와 경제위기에 더해 후계체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3중고에 처해 있다"며 "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 문제뿐 아니라 정치ㆍ외교ㆍ경제 등 모든 부문의 개혁이 필요하고 이것은 북한 수뇌부가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선군정치를 포기할 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