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가 승리하였으며,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할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첫 당선 당시 효과적이었던 ‘Make America Great Again(MAGA)’ 슬로건을 2024년 재차 활용하며, 이 기조 아래 더욱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통상정책은 건국 이래 미국 경제전략의 근간이 되어왔으며,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서 미국의 무역정책 결정은 국내외 시장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미쳐왔다. 본 연구에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을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향후 전개 방향을 전망한다. 특히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이 어떤 양상을 보일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보호주의 기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인지를 고찰한다.

 

Ⅱ. 미국 통상정책의 과거와 현재

 

1. 미국 통상정책의 역사: ‘세입(Revenue),’ ‘제한(Restriction),’ 그리고 ‘호혜(Reciprocity)’

 

다트머스 대학교(Dartmouth College)의 경제학자 더글라스 어윈(Douglas Irwin)은 2016년까지 미국 통상정책의 역사가 R로 시작하는 세 단어—‘세입(Revenue),’ ‘제한(Restriction),’ 그리고 ‘호혜(Reciprocity)’—로 특징지어지는 시기들로 분류된다고 주장한다(Irwin 2017).

 

먼저 1790년부터 1860년까지는 통상정책이 주로 ‘세입’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정부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었으며, 대표적으로 1789년 관세법(Tariff Act of 1789)이 제정되었다(Fordham 2017). 이 시기는 연방정부 수입의 약 90%가 관세 수입으로 충당될 정도로 관세가 핵심적인 재정 확보 수단이었다.

 

다음으로 1861년부터 1933년까지의 시기는 ‘제한’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정부 수입이 점차 국내 과세로 전환되었으며, 국내 생산자를 해외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보호주의 관세정책이 본격화되었다.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약 50% 수준을 유지했으며, 보호무역 정책은 20,000개 이상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으로 정점에 달했다(Irwin 2020).

 

그러나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과 무역량 감소는 대공황을 심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평가되었고, 이에 1934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은 ‘호혜’에 기반한 무역 장벽 완화를 통상정책의 기조로 채택했다. ‘호혜’ 기반의 통상정책 기조는 1934년 상호무역협정법(Reciprocal Trade Agreements Act: RTAA)으로 본격화되었는데, 대통령에게 양자간 무역협정 협상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의회의 과도한 정쟁으로 인한 무역협정 진전의 저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Bailey et al. 1997).

 

무역 자유화(Free Trade)로의 전환은 미국이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 설립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를 지지하며 무역을 경제 성장과 지정학적 안정의 수단으로 활용했고, GATT 체제하에서 다자간 무역 협력 체계 구축을 선도했다(Atkin & Donaldson 2022). 1994년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NAFTA) 체결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되었고, 같은 해 우루과이라운드(Uruguay Round) 협정 비준으로 1995년 GATT를 계승한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가 설립되었다. 21세기 초에는 무역 자유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 다수의 양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었다. 조지 W. 부시(George W. Bush)와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는 12개 태평양 연안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 협상을 포함한 야심찬 무역 의제를 추진했다(Evenett & Meier 2008). 그러나 이 시기에 자유무역의 효용에 대한 국내 회의론이 증가하면서, 이후의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 미국 통상정책의 현재: `제한(Restriction)`의 통상정책으로의 회귀

 

2017년 1월 20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원칙을 내세우며, 장기간 유지해 온 무역 자유화 기조에서 벗어난 강력한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추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관세 인상을 핵심 수단으로 활용했다. 대부분의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특히 중국 상품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관세를 올려 2,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폭탄’으로 시작된 대중국 압박은 미중 관계를 전면적인 무역 전쟁으로 악화시켰으며, 이는 미국 시장 내 화웨이(Huawei)와 같은 중국 기술기업 제재, 지적재산권 도용 및 강제 기술이전 문제 등으로 확대되었다.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다자간 무역협정 체제를 거부하며 무역협정을 재협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십 년간 미국 외교정책의 근간이었던 다자주의에서 벗어나, 불공정 무역관행 시정을 명분으로 양자 협상을 선호했다. 취임 직후 TPP에서 탈퇴했으며, WTO의 분쟁해결 메커니즘을 강하게 비판하여 WTO 상소기구가 사실상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NAFTA의 재협상을 통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 USMCA)으로 대체했다. USMCA에는 자동차 부문의 원산지 규정 강화, 노동 및 환경 기준 상향, 디지털 무역과 반부패 관련 새로운 규제 등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강화하는 조항들이 추가되었다.

 

2021년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접근을 비판하며 다자주의와 동맹국 협력을 강조했으나, 보호주의 기조는 유지했다. 일례로, 2022년 5월에는 중국 견제와 동맹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for Prosperity: IPEF)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시기에 부과된 대중국 관세의 대부분을 유지했으며,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 및 알루미늄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관세를 부과했고, 특히 첨단기술과 전략산업 분야에서 더욱 정교하고 표적화 된 제한조치를 실행했다. 2024년 5월에는 18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개발용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제한(Restriction)’ 시대로의 회귀는 두 가지 핵심 요인으로부터 기인한다. 첫째, 미국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안이다. 최근 연구들은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국내 일자리 및 경제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음을 보여준다(Essig et al. 2021; Fetzer & Schwarz 2021). 특히 COVID-19 팬데믹 시기에 경험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과 중국 의존도 문제는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지지를 강화했으며, 유권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둘째,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이다(Kim, 2024). 중국과의 경제·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무역 갈등이 지속되면서, 유권자와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는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초당적 합의로 이어졌고(Agrawal & Tai 2023), 결과적으로는 경제적 불안과 지정학적 경쟁이라는 두 요인의 결합이 미국을 새로운 보호주의 시대로 이끌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

 

2025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이 대통령직과 함께 연방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레드 스윕(Red Sweep)을 달성함에 따라, 트럼프의 통상정책이 의회의 제도적 견제 없이 추진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어 미국발(發) 보호주의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통상정책의 핵심은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의 강화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는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말이자 듣기 좋은 말(To me, the most beautiful word in the dictionary is tariff)”이라며 관세 활용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일괄 관세를, 중국 수입품에는 최대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눈에는 눈, 관세에는 관세’ 원칙하에 타국의 고관세에 맞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으며, 2024년 11월 25일에는 취임 당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관세가 경제적 수단을 넘어 외교·안보정책의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펜타닐(fentanyl) 유통과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관세를 활용할 것이며,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시장개방 압박 수단으로도 관세를 활용할 것임을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도 관세는 대통령의 대외 정책 목적 성취에 유용한 도구라고 밝힌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24년 11월 30일, 브릭스(BRICS)를 향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위협했다. BRICS 국가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달러 패권’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관세 위협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과연 트럼프 당선인은 본인이 공약해온 관세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까? 제도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 헌법은 관세 부과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으나, 행정부는 다양한 법적 근거를 통해 관세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1930년 관세법 제338조(공공이익 관련)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국가안보 관련) ▲1974년 무역법 301조(불공정무역 대응) ▲국제긴급경제권한법(비상상황 대응) 등 법안에 의해, 특정 조건 또는 목적에 부합할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무역대표부(Office of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USTR) 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는 현재의 무역적자 규모가 이러한 법적 근거들을 활용한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2019년 트럼프 정부가 추진했던 상호무역법(United States Reciprocal Trade Act)이 재추진되고,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하원에서 통과될 경우,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와 마찬가지로 다자간 무역협정을 거부하고 무역협정 재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USMCA 재협상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2026년으로 예정된 USMCA 첫 이행점검을 계기로 자동차 부문 원산지 규정 강화와 노동 조항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다른 무역협정들도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전기차(Electric Vehicle: EV) 산업을 미국 안보의 핵심 부문으로 규정하면서, 관련 원산지 규정 강화를 중심으로 한 협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경우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이며, 트럼프 당선인이 2018년 한미 FTA 개정을 주요 성과로 강조한 만큼 추가 개정 압박도 가능하다.

 

Ⅲ. 미국 통상정책의 미래

 

1.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한 단기 전망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2026년 중간선거를 분기점으로 그 강도와 성격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선 기회가 없는 트럼프에게 중간선거 승리는 레임덕(Lame Duck) 방지를 위한 핵심 과제이며, 이에 따라 통상정책도 국내정치적 고려하에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정책은 ‘강경책 추진 후 전략적 완화’의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초기에는 공약대로 강력한 관세정책을 추진하되,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점진적으로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다국적 기업 등 기업 이익집단의 도움이 필수적이므로, 이들이 관세정책으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권자들 입장에서 가시성이 떨어지는 ‘비관세장벽’을 정비함으로써 이득을 도모하거나 예외조항을 둘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EU, 중국 등 주요 무역국들의 보복 조치가 예상되는 만큼, 미국 내 경제에도 상당한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결국 중간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관세 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집권 1기 때 있었던 2018년 중간선거에서 주요 무역국들의 보복 관세가 민주당의 하원 18석 다수당 지위 획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Blanchard et al. 2019). 특히 중국의 관세 보복은 경합이 치열한 의회 선거구에 위치한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미국 상품들을 체계적으로 겨냥하여 이루어졌으며, 이 지역들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Kim & Margalit 2021). 덧붙여서, 관세 인상은 결국 수입품 및 수입 원자재의 가격 상승이 필연적이라는 측면에서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것이고, 결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를 다시 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트럼프는 다른 국가들의 양보 또는 미국 제조업의 성장세를 이유로 중간선거 전에 전격적으로 ‘관세 완화’를 활용하여, 본인의 정책 성과를 과시하고 부정적 경제 효과로 인한 트럼프 비판론을 완화할 여지가 크다. 이러한 양상은 트럼프 집권 1기의 미중 무역전쟁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0년 1월 15일 ‘1단계 무역합의(Phase One Deal)’를 통해 무역전쟁 수위를 낮추고, 이를 자신의 공격적 통상정책이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낸 결과라고 포장한 전례가 있다.

 

무역협정 재협상의 경우, 트럼프는 2024년 유세 때부터 지속적으로 제안해온 USMCA 재협상을 중간선거용 카드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가시적인 정책으로서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정책이자, 동시에 USMCA 재협상을 볼모로 이민자 또는 마약 문제와 같은 국내 주요 이슈들에 대한 타결책으로, 캐나다와 멕시코의 양보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고자 할 것이다.

 

2.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계속 지속될 것인가?

 

중간선거를 목전에 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정책의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호주의를 표방한 통상정책이 포기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에도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인가?

 

상기한 미국발 보호주의의 두 가지 동력 – 미국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안과 미중 경쟁 국면 – 은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오랫동안 세계화를 미국에 주로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해왔지만 최근 높은 가격을 감수하더라도 경쟁국과의 공급망 디커플링(decoupling)을 선호하고, 특히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설문에 따르면, 59%의 미국인들이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증가로 미국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Gracia 2024). 이러한 인식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경제세계화가 아닌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미국의 경제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조세 재단(Tax Foundation)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려했듯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장기 GDP 전망, 자본 축적,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 거시경제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York 2024). 또한 Autor et al.(2024)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시작된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은 특히 농업 분야에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으며, 실질적인 소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러한 경제적 부정 효과에 대한 소식에 유권자들이 점점 노출되면 보호주의 정책에 대한 지지가 서서히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객관적인 경제 지표상 보호주의 무역으로 인한 손실이 두드러지더라도, 보호주의 아이디어가 ‘정치화’됨에 따라 유권자들의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 실정이다.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권자들은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펼치는 정치인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Autor et al. 2024). 특히, 대중들의 정책지지도는 보호주의 통상정책의 목표 국가(target country)가 설정되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승하며, 이러한 이른바 ‘타겟 효과(target effects)’는 보호주의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정보가 주어진다 해도 여전히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Kim et al. 2023). 특히 미국의 경우, 유권자들은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무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 지도자의 보호주의 정책을 더욱 지지하며, 심지어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지 않는 지도자에게는 낮은 신뢰도를 보여준다는 최근 연구도 존재한다(Cho & Yang 2024).

 

미중 경쟁의 양상 역시 앞으로 더욱 격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미 지속적인 무역 갈등과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은 무역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냈다(Carothers & Sun 2023; Wang 2019).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하는 시각은 보호주의 정서를 계속해서 자극할 가능성이 높으며, 의회의 양당은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으로 인식되는 문제들로부터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Ⅳ. 결론

 

본 연구는 미국 통상정책의 역사적 맥락에서 최근의 보호주의 회귀 현상을 분석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 방향을 전망했다. 분석 결과,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단기적으로는 2026년 중간선거를 전후로 그 강도가 조절될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통상정책 분야에 있어서 취임 초기, 강력한 관세 인상과 무역협정 재협상 등 공격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는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과 무역상대국의 보복조치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의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처럼,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완화를 통해 정책 성과를 과시하고 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비판을 상쇄하려는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두 가지 구조적 요인으로부터 기인한다. 첫째,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호무역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실제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주의가 정치화되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는 오히려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둘째,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통상정책은 점차 경제적 도구를 넘어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는 추세이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하는 시각은 초당적 합의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보호주의적 정서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것이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통상정책은 더욱 전략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보호주의 통상정책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볼 수 있는 징후가 뚜렷하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이러한 정책 기조는 앞으로도 글로벌 무역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고, 세계 각국은 새로운 무역 환경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대비하여 수출시장 다변화, 공급망 재편, 산업 구조 고도화 등 중장기적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 강화되고 있는 보호주의 물결 속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등 기존에 논의되어 온 경제협력체 가입을 가속화하여 ‘블록’ 단위로 대응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것 또한 고려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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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_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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