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신년기획 차기 대통령에 바란다 / 외교안보 ◆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외교안보 분야는 크게 주목받는 분야가 아니다. 외교안보 공약은 대부분 대북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역대 대통령 누구도 북한 비핵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유권자도 잘 알기 때문이다. 미국·중국 등 주변 강대국과의 외교전략은 표심을 움직이는 데 변수조차 못 된다. 반면 선거가 끝나고 나면 당선 첫날부터 가장 바빠지는 게 외교안보 분야다. 새 대통령이 탄생하자마자 각국 정상과의 통화, 대면 회담 등 외교 일정이 분주하게 돌아간다. 더러는 취임 전 북한의 도발도 있었다. 외교는 대통령 후보에게 늘 벼락치기 과목이자 현장에서 배워가는 과목이었다. 그러나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다음 대통령도 이렇게 임기를 시작하게 되면 결코 성공한 외교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손 원장은 "새로운 외교정책 결정 체계와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부 조직과 정책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 둘 다를 안 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인수위가 지난 5년 또는 10년간의 정책 공과와 정부 조직을 정밀하게 분석해 대선 공약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걸 못해왔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의 경우 인수위는 정책 평가 업무에 전념하면서 중요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정책은 대통령 출범 이후에도 꼼꼼히 진행하고 있다"며 2021년 초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예로 들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리뷰는 5월에 나왔고, 가장 중요한 대중(對中) 정책 중 국방정책 리뷰는 6월에나 나왔다. 2020년 11월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시작해 6개월 이상 과거 정부의 정책을 면밀히 분석한 후 새로운 정책 틀을 짜냈다는 얘기다.

 

손 원장은 "3월 대통령이 당선되면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들어와 과거 정책은 일단 폐기하고 볼 게 아니라 지난 5년간 외교부·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 등 외교안보 조직의 역량과 한계를 평가하고 미·중 경쟁, 대북정책, 한일 관계, 공급망 등 한국에 매우 중요한 정책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리뷰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원장은 특히 차기 대통령이 외교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NSC는 대통령과 관계 장관으로 구성된 국가안보 최고 사령탑이다.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외교부 장관, 국가정보원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한다. 그는 "현 정부에서 국가안보실이나 대통령 비서실에 집중돼 있던 외교안보 정책 조정 기능을 여러 부처에 분산해 NSC에서 각 부처 의견을 개진하고 결국 NSC가 최종 정책결정자가 돼야지 안 그러면 지금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외교안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 정부가 직면한 안보 문제는 북한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위기, 기후변화, 전 세계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경제안보 등 범위가 상당히 다양해졌다. 어느 한 부처 장관이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닐뿐더러 대통령의 권한으로 정책을 결정지을 수도 없는 사안들이다. 기존 NSC의 장관급 상임위원회뿐만 아니라 차관급 실무조정 회의 등이 활성화되면서 원활한 정책 소통이 이뤄져야만 외교안보 난제들을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원장은 또 "외교정책의 정치화, 특히 민족주의 정서 자극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일 관계나 남북 관계의 경우 대통령이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외교 난국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 대통령 자신의 권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 정부의 대일 외교를 예로 들며 "정부 초기 적폐 청산 과정에서 친일 잔재 청산까지 들어가니까 외교가 정치화될 수밖에 없었다"며 "대통령은 결국 내치보다 외치로 평가받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대통령이 외교 정치화에 대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손 원장은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로 정상회담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큰 정치적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해결이 안 됐다"며 "민족주의 카드를 잘못 쓰게 되면 외교적으로 문제를 더 풀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He is…

 

△1961년생 △서울대 교육학과 △시카고대 정치학 박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동아시아연구원장 △한국국제정치학회장

 

매일경제·동아시아연구원 공동기획

[한예경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