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통령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시발점, 당·정·청의 소통과 협치

 

전문가들은 대통령 리더십 성공 요인으로 다양한 자질과 환경을 지적하고 있다. 많은 논자들은 대통령의 리더십은 비전 제시 능력, 조직 능력, 소 통 능력, 정치력 등과 같은 자질의 함수로 보고 있다. 그린스타인(Greenstein, 2004)은 성공한 대통령의 자질에 서열을 정할 수는 없어도 대중에 대한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능력과 지도자의 감성적 지능EQ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다양한 리더십 덕목이 조화를 이룰 때 국정 운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통령으로서 높은 성취도를 낼 수 있다. 정치 리더의 성공은 주어진 환경하에서 협상과 타협을 통하여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합의를 도출하고, 나아가 국민적 통합을 이루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 이렇게 본다면 대통령의 원대한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뒷받침 이 성공한 대통령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정치력이 발현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당정 관계 또는 당청 관계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즉,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수행 능력(governability)과 리더십이 발휘되는 출발점이 곧 성공적인 당정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당이 국회와 행정부가 긴밀히 협력하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듯이 대통령제하에서 정당, 특히 여당은 삼권분립이 된 국가의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에서 그 경쟁을 자연스럽게 완화해 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른바 여대야소의 단점 정부(unified government)에서 정부는 의회 내에 많은 수의 우호 세력을 확보하게 된다. 의원내각제에서와 같이 당내 기율이 강하지는 않더라도, 대통령과 여당 소속 의원들이 높은 수준의 일체감을 갖고 결속력을 가질 때는 국정 운영의 조화와 협력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분점 정부(divided government)에서는 국회에서의 입법 의제 처리가 어려워진다. 특히 대통령 당선인이 ‘여의도 정치’의 경험이 없다면 더더욱 여당 의원들과의 일체감 조성을 통한 지지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 정당의 결속을 통한 대통령과 입법부의 원활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정부 형태에서의 특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에서의 당정 운영은 매우 다른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내각 제적 속성을 갖는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어서 당정 관계에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내각제에서는 의원들에게 지도부에 협조하지 않으면 내각에 진출할 수 없다고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각각 국민들로부터 정통성을 부여받는 이 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이론상 내각제와 같은 결속력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내각제에서 총리가 의회를 통제하는 수준으로 대통령이 의회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각제적 속성을 가미하여 의원들이 정부의 장관을 맡을 수 있다. 따라서 순수 대통령제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자질로서의 정치력은 많은 부분 원활한 당정 관계를 통하여 발휘된다는 점에 유념하여야 한다. 이 장에서는 민 주화 이후 한국의 당정 관계에 나타난 특징과 문제점을 돌아보고, 새로이 선출될 20대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바람직한 당정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방향에 관해서 몇 가지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민주화 이후 멀어져가는 당정 관계

 

당정 협조의 근거

당정 관계는 국무총리훈령 제703호에 ‘행정부와 정당과의 정책 협의 업 무’를 당정 협조 업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행정부와 여당과의 관계에 집중되었으나, 오늘날은 여당과 야당 모두와의 관계를 포괄하고 있다. 당정 협조의 연원을 살피면 1963년 12월 19일 민주공화당 제100차 당무회의에서 1964년부터 대통령이 참석하는 당무위원 및 국무위원 연석회의와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한 것이 공식적인 첫 기록이다. 1965년 4월 8일 박정희 대통령이 ‘정당과 정부 간의 유기적인 협조 개선 방침에 관한 지시 각서’를 시달하였으며, 이것이 4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으로써 당정 협조의 제도적 근거가 갖추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당정 협조의 이론적 근거는 국가정책의 결정에 있어서 집권 여당과 행정부가 국민에 대해 갖는 책임성에서 찾고 있다. 다시 말해 집권 여당과 행정부가 국민의 요구와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서이다. 민주화 이후 당정 협조 제도의 근거 규정은 다음의 <표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집권 여당과 행정부를 연결하는 역할은 제5공화국 이후 무임소 장관을 폐지하고 정무장관실을 설치하여 담당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정무장관실을 폐지하고 국무총리실에서 당정 협조 업무를 총괄하도록 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당정 협의 제도는 국무총리 훈령 제703호(2017년 12월 14일 개정)로 제도화되어 있으며, 박근혜 정부 당시의 제도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행정부의 당정 협의 업무는 국무총리가 총괄·조정하며(제3조), 당정 협의 업무의 대상은 법률안, 대통령령안, 국민 생활 또는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관련된 총리령안 부령안, 예산안 또는 국정 과제 이행 방안 등(제4조 1항)이다. 당정 협의를 위하여 고위당정협의회를 운영하며, 국무총리는 여당 대표와 협의하여 원칙적으로 월 1회 회의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그 밖에 각 부·처·청 및 위원회와 여당의 정책위원회 사이에 정책 협의 및 조정을 위한 부처별 당정협의회를 설치(제8조)하며, 이는 해당 기관의 장과 정책위원회 의장이 공동주재하고 원칙적으로 2개월에 한 번씩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표1> 당정 협조 제도에 관한 근거 규정의 변화

 

이처럼 제도화된 공식적인 당정 협조가 중심이 되지만 이 외에도 다양 한 유형의 비공식적 당정 협의 채널이 존재할 수 있다. 공식적 채널을 활용하는 경우 인원 과다와 언론 노출 부담 등으로 밀도 있는 논의가 어렵다는 점과 실무 단위의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는 점에서 실제로 비공식 협의 채널을 가동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정례적인 당정 회의나 당정 간 인사 교류 등도 넓은 의미에서 당정 협의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당정 간에 교착상태가 생기거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조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중대한 현안 또는 논란 이 많은 국가정책과 같은 민감한 의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여야 당 수를 초청하여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방법도 정국 교착을 푸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정 관계 환경

대통령의 당정 협의 환경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외 정치 상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어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조건으로 정당 체계와 의회에서의 의석 점유 현황을 중심으로 한 분점 정부 여부, 그리고 의회와 대통령 간의 관계가 타협적인지 여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의 <표2>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정치 상황 등 리더십 환경을 분석한 것이다.

 

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국회에서의 입법 과정이 중요하다. 따라서 리더십 환경을 살피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의 정당 체계와 원내 지위, 즉 분점 정부인지 단점 정부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분점 정부, 즉 여소야대일 경우 통합과 협치의 정신으로 야당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야 할 것이다. 과거 안정된 다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집권 초기에 인위적으로 정계 개편을 시도하다 야당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 유지를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분점 정부를 단점 정부로 전환하기 위하여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여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종종 나타났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대에 인위적 합당, 무소속 의원 영입, 상대 당 의원 빼내기, 의원 꿔주기 등이 대표 적 사례이다. 이 과정에 대통령이 속한 정당과 반대당의 대립으로 인한 정국의 교착은 한국 민주주의의 진로를 어둡게 하였다. 따라서 집권 초기에 자신이 처한 리더십의 한계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 후 입법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시도되었듯이, 당과 국회를 우회하여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개혁적-포퓰리스트 리더십으로는 대통령과 국회 간의 교착은 피할 수 없다. 임기 초반 단점 정부로 출범한 경우는 3당 합당 이후 출범한 김영삼 정부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 불과했다. 따라서 다른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필요한 국회에서의 원내 지위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단점 정부, 즉 여대야소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도 여당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독주하려고 하면 항상 소수 야당의 극렬한 저항을 받아온 사 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공히 여소야대에서 출범하였다. 노태우·노무현 대통령 시기에는 분점 정부로 출범하여 타협적으로 대통령-국회 관계를 조성한 반면, 김대중·문재인 대통령 시기에는 대립적 관계를 형성하여온 것을 볼 수 있다. 대통령의 당내 파워가 강한 경우에도 청와대 주도의 일방적 국정 운영은 많은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그것은 곧 인사 독주와 정책 독주로 향하게 되고 독선· 독단·독주는 결과적으로 민심의 이반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다시 집권당의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당내 파워가 강한 경우 타협 능력의 결여(inability to compromise)와 미숙한 정치적 기술(poor political skills)과 결부되어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패한 대통령들은 대체적으로 정당, 의회, 언론 등 공식적인 정치제도와 과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지지 집단이나 진영만을 중시하며 매우 독선적 국정 운영 방식을 택하였다. 한국에서도 권위주의적 대통령들의 한결같은 국정 운영 스타일은 독선·독단·독주에 있었다.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갖는 각종 선거에서 대통령의 독선과 독단에 대한 심판이 단골 메뉴로 오른 것이 그 방증이다. 미숙한 정치적 기술은 타협 능력 결여와 유사한 성격으로서, 이는 특정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어젠다를 실행하기 위해 국민의 지지를 동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과 통한다. 풀뿌리 유권자들과 매개 역할을 하는 정당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여 정책의 반응성도 약할 뿐만 아니라 정책 실패에 대한 파장도 매우 크게 나타난다.

 

대통령의 집권 초기 당내 파워도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는 매우 강력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른바 3김 씨의 정치력이 정점을 달리고 있었고, 이들이 당내 공천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하였다. 그러나 3김 정치의 퇴조 이후 당내 민주주의의 조류 속에 노무현 대통령은 당정 분리를 선언하면서 당과의 거리를 유지하였다. 리더십 환경을 일률적으로 유형화할 수는 없으나 다양한 당내 권력 관계와 국회 내에서의 의석 분포와 정당 체계 그리고 대통령 개인의 개성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당정 협의 체제

현행 총리 훈령에 규정된 주요 당정 회의는 고위당정협의회의(제7조), 부처별 당정협의회(제8조), 실무정책협의회(제5조)가 중심이 되고 있다(<표3> 참조). 여당이 없는 경우에는 정당정책협의회(제7조의 2)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례적인 회의 외에 비정례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대 표를 비롯한 지도부 간의 회의를 열어 현안을 조정하기도 한다.

 

정부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고위당정협의회의와 실무당정협의회가 중심이 되고 있다. 당정 간에 공식적 회의 외에도 정당의 정책위원회에서의 정책조정회의에 부처에서 참석하여 의견을 조율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의 회의는 사전적 조율을 위한 실질적인 협의 채널로서의 효과는 높지 않은 편이다. 아울러 야당에 대한 정책협의회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 여당이 없는 경우 정당정책협 의회를 두도록 규정하였으나 이후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였다.

 

<표2> 민주화 이후 당정 관계 환경 변화

 

당정 간의 갈등 유형

당·정·청 간의 갈등은 주로 정무적·정책적·인사 갈등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정무적 갈등은 주로 당청 간의 권력 경쟁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내에서 박근혜 대표와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다. 당선 이후 당의 공직 후보자 공천에 관여하게 되면서 이것이 당청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하였다. 2008년 총선에서 친이명박계 에 의한 이른바 친박근혜계 공천 학살이 있었고, 그 틈에서 살아남은 친박계는 2010년 세종시 정국에서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불러왔다. 2012년 총선에서 친박계는 친이계를 대거 컷오프시키면서 계파 간 갈등을 이어갔다. 이것은 다시 2016년 총선 공천 파동으로 이어졌고, 결국 보수 분열과 나아가 탄핵의 단초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 때의 당정 분리도 문제이지만 인위적으로 당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시도 또한 당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태로 당정 관계를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당청 간의 갈등은 정치권 전체의 공멸로 연결되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대통령의 당내 파워가 약한 상황에서 당청 간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경우 그것은 많은 후속 갈등을 빚고, 결과적으로 당의 선거 경쟁력과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을 상실케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무적 갈등은 공동 여당을 구성한 김대중 정부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김대중 정부는 내각제 개헌, 국민회의-자민련 합당, 선거 제 개편 등 정치적으로 부담되는 현안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때 이러한 갈등을 원할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동 여당 간 협의와 당정 협의가 긴밀하게 요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당정 협의를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각각 개최하여 행정부 실무자들이 양당의 당정실무협의회에 참석해야만 했다. 또한 양당은 총리가 주재하는 고위당정회의에는 함께 참여하지만 세부 실천을 추진하는 부처별 당정협의회는 따로 개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초기에는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오는 당정 불협화음으로 인한 정책 혼선에 대해 집권 여당의 경험 부족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정책 혼선이 지속되자 결과적으로 정부의 준 비 부족, 실질적인 당정 협의 부재, 관계 부처와 여당 간 정책 조율 미비 등이 지적되었다(가상준·안순철 2012).

 

둘째, 정책적 갈등을 지적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공약사항 이행이라는 측면과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당의 입장은 상호 대립되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개발과 환경 보호라는 입장 차가 극명하게 드러난 공약이었다.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물류 비용 절감, 수자원 확보, 관광 사업 발달 등의 이유로 정치권, 시민단체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하였고, 22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였다. 이 사업의 추진으로 국론은 분열되었고, 결국 정책의 문제가 정치의 문제로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무리한 정책 추진은 당내 갈등으로 비화되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실시된 감사원 감사를 통하여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고, 당정 간, 여야 간 합의 없이 강행 추진된 정책은 오늘날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당선 직후 탈원전 정책을 선포했다. 당정 간은 물론이고 전문가들과의 소통도 없이 대선 공약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미 건설이 30%, 15%나 진행된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3·4호기 의 건설마저 중단하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원자력계, 정치권, 언론 등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치자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신고리 5·6호 기건설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공론화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거쳐 결국 건설공사가 재개되는 혼란을 겪었다. 대통령 선거 공약 수립 과정에서의 민주적 과정과 절차가 부재한 가운데 공약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당선 이후 국민의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이다.

 

<표3> 주요 당정 회의

 

청와대나 당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한 행정부의 반발도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당·청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추진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국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국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반기를 든 경우가 그 예이다. 당·청에서 행정 각부의 복지부동을 질타하거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당정 불협화음의 한 예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 원자력 정책 추진이나 공직 후보 추천과 청문회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이후 당 주도의 국정 운영을 위한 요구가 당으로부터 터져 나오기도 하였다. 김영삼 정부 당시에는 당정 협의와 같은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 라인이 실질적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경향을 보여 당청과 행정부를 당황하게 하는 일 이 빈번히 발생하기도 하였다.

 

셋째, 인사 갈등을 들 수 있다. 많은 대통령들이 개혁의 핵심은 ‘인적 청산’에서 시작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사정이 곧 개혁이라고 인식한 경우이다. 즉 개혁을 과거 권력의 주변부에 있던 비주류 세력이 주류 기득권 세력에 대해 인적 청산을 하는 것이라 인식한 것이다(김형준 2007). 이러한 인적 청산 과정에서 개혁 저항 세력이 생겨났고, 사회는 개혁 세력과 반개혁 세력으로 나뉘어 반목하고 대립하였다. 잘못된 관행과 정치의 틀은 바꾸지 않은 채 사람만을 바꾸는 것을 개혁이라고 하면 이는 필시 당내 주류와 비주류, 친○와 비○의 대립 구도를 만들고 당내 응집력을 저하시키게 된다.결국 이러한 인적 청산을 통한 개혁의 추진은 ‘개인화된 개혁’에 머물고 ‘제도화된 개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나아가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혁 세력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편 가르기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는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를 발탁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친문親文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둘러싼 국론의 분열에 가까운 다툼이 이어졌던 데서도 알 수 있듯 이 주요 각료의 인사 때마다 전문성과 도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 과적으로 국회청문회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이 강행된 사례가 30명을 웃돈다. 인사청문회 자체도 문제는 있지만 인사권자의 독주가 당연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신은별 외 2021). 특히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직위의 인사에 대하여는 정당의 지도부와 당정 협의를 통하여 사전 조율을 거치고 난 후 임명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당의 반발과 인사청문회의 분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책 실패나 정치적 책임을 물어 문책 인사를 하고 난 뒤에 다시 그 사람을 요직에 기용하는 식의 돌려막기 인사를 할 경우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당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 임금 부작용 등으로 사실상 경질된 대통령정책실장을 주중국 대사로 임명하거나, 경제지표 악화로 교체된 경제수석을 곧바로 대통령 직속 정책 기획위원회의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흔히 있어 야당에서는 물론이고 여당 일각에서도 거센 반발을 샀다. 이명박 정부에서 비서실장이 광우병 사태로 책임을 지고 사퇴하였음에도 주중국 대사로 복귀시키거나,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참사로 경질된 국가안보실장을 주중국 대사로 임명하여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3. 당정 간의 바람직한 관계 수립을 위한 방향은 무엇인가

 

자율성과 상호의존성이 조화를 이루는 당정 관계 모델을 구축하라

당정 협조는 국가 정책 결정에 있어서 집권 여당과 행정부가 갖는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권찬호 1999). 아울러 정부의 정책 효율성과 정당의 국민 대표성의 조화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최항순 2007). 따라서 기계적인 당정 분리 요구나 과도한 당정 일체 요구를 지양하며, 새로운 상황에 걸맞은 거버넌스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 다.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 맞는 당정 거버넌스는 청와대의 국정 운영 효율성, 정당의 국민 대표성, 행정부의 민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환경적 요인으로서 정당 체계와 분점·단점의 집권 여당의 원내 지위, 그리고 대통령의 당내 위상 등을 고려하여 당청, 당정 관계 모델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 요체는 정당과 정부의 자율성(autonomy)과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의 조화를 모색하는 일이다(임성학 2015).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긴밀히 상호의존하며 대통령의 업적 추진과 정당의 선거 승리라는 목표가 잘 조화될 수 있도록 상승효과를 드높일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이런 자율성과 상호의존성의 두 차원은 정당과 정부가 맺는 관계의 수준에 의해서 판단 될 수 있다. 지나친 자율성의 강조는 공멸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김대중 정부까지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하며, 총재 비서실장과 정무장관 등이 당청 간 메신저로 활동하며 당정 일체성 확보에 주력하였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당정 분리를 주장하며, 상이한 지향점(청: 치적 중시, 당: 선거 중시)으로 불협화음을 내면서 당청이 모두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정치의 중심은 정당이고, 정권은 당으로부터 탄생한 것이다. 당정 분리는 재검토해야 한 다”(2007년 6월)며 그간 자신이 주장해 온 당정 분리의 한계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정당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할 영역은 공직 후보자 추천 과정이다. 그동안 당청 간 정무적 갈등이 주로 표출된 영역은 공직 후보 추천이었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정당이 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후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정당의 공직 후보자 선출 과정 의 민주화가 담보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오늘날 팬덤(fandom: 특정인만 좋아하는 사람들) 정치가 활발해짐에 따라 대통령 당선인의 팬덤이 정당의 지도부 선출이나 공직 후보자 선출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당청 간의 자율성은 깨지고 만다. 이들은 당내의 공직 후보 선출 과정이나 국정에서 주요 정책 결정을 위한 공론 수렴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당 의 공직 후보자 선출이나 당원협의회장 선거 등에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으로 참여하여 대통령 선거 후보, 시·도지사 후보, 기초단체장 후보, 국회의원 후보자 경선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의 지지가 무비 판적이고 맹목적이기 때문에 매우 배타적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이들 이 정당의 공직 후보 선출 과정에 개입하면 대통령의 의지와 관계없이 당 청 간의 정무적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다음으로 정책 결정에서의 상호의존성에 주목하여야 한다. 권력 융합적 의원내각제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동질감을 갖고 국정을 공동 운영하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대통령제의 경우 권력분립적 원칙과 더불어 서로 다른 선거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정책에 있어 서로 다른 견해나 지향점을 가질 수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의원내각제보다 대통령제에서 분배적 갈등(distributional conflict)이 많이 발생된다(Persson, Roland and Tabellini 2000). 의원내각제하의 의원들은 통치연합(governing coalition)의 유지에 대 한 공동 관심사가 있지만 대통령제하의 의원들은 지역구 이익을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중심적으로 활동하여 국가 전체를 고려하는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소지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의 발생 원인은 대선과 총선에서 유권자가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대통령제의 제도적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유권자는 국가적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역할을 고려해 대선에서 투표하지만, 의원을 선택할 때는 좀 더 지 역적인 문제를 고려해 선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원들은 지역구 유권자의 선호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선거 주기 등의 이유로 대통령이 정책 의제를 추진할 때 당과 더욱 긴밀하게 협의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인은 자율성과 상호의존성이 조화를 이루는 협치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당내 공감대 형성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여의도 정치 경력이 없는 경우 당청 간, 당정 간 이견은 어느 정도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당청 간, 당정 간 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지나친 혼선과 갈등은 경계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당직 및 공직 후 보자 선출 과정에서의 당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당내 인사의 정부직 임명을 통하여 당과 부처 간 상호 의존성을 강화하는 방안 등 각론을 만들어야 한다.

 

적극적인 인사 교류와 실무정책협의회를 적극 활용하라

기존의 고위당정협의회의 중심의 당정 관계는 사후적 성격이 강하고 월 1회의 형식적 회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당청의 정책 어젠다를 분명하게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와 협의하여 합리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청이 협의하였다고 하여 정부 해당 부처에 정책의 맹목적 이 행을 강요하면 반발을 초래하거나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유발하기 십상이다.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당의 정책위원회 의장과 관련 부처장 간의 실무정책협의회를 적극 활용하여 당정 협의 규정에서 정한 사안의 입안 단계에서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아울러 당정 간의 인사 교류를 적극 활용하여 당정 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당정 간 직접적인 정책 협의 방법은 아니나 당 정 협조의 기초가 되는 방법으로 당정 간 인사 교류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대통령제를 취하지만 내각제적 요소를 다분히 갖고 있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 인사의 공직 기용은 당정 간 일체화를 기하기 위한 것으로 내각제적 요소이며 당정 협조의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오늘날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상임위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국회의원을 행정부의 각료 등으로 충원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는 당정 간의 협조 통로를 구축하고 행정부에 당과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여 국정 운영의 책임 성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경력을 갖고 있거나 동일 상임위원회에서 두 번 정도의 임기를 거치면 나름의 충분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경력을 갖춘 인사가 행정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정책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부처 통솔 능력 발휘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당 출신의 인사가 내각에 진출하게 되면 당과 정부 간의 소통과 정책 조율을 쉽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당의 입장에서는 민심과 괴리 되지 않은 정책을 추진할 수 있고, 의원들의 정책적 요구를 정부안에 반영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부처에서 성안된 정책을 입법화하는 데 장관의 도움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당의 입장에서는 당내 중진들에게 실제 행정 경력을 쌓을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정당 전체적으로 국정 경험을 갖춘 인재풀을 광범위하게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당의 차기 수권 능력을 높이는 데 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인력 배치의 측면에서도 당·정·청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배치를 기획할 수 있다. 임기 초 조각 시 범여권 개편을 통하여 ‘팀별 조화’를 주요 기준으로 적용시켜 협력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하게는 정무 라인(정무수석-당 원내대표 또는 당 대표), 외교안보 라인(외교부장관-통일부장관-외교안보수석), 경제 라인(기재부장관-경제수석-정책위의장), 공보 라인(국정홍보-청와대 대변인-당 대변인)의 구성에 팀별 조화와 시너지를 고려한 세심한 인선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존의 당·정·청 간의 갈등 유형을 보면 정무적 갈등의 비중이 높고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에 당 대표와 대통령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능력을 갖춘 인물을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으로 인선하고 적절한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 의도 정치의 경력이 없는 대통령의 경우에는 당 대표의 의중을 잘 알고 대통령과 정당 대표 간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소야대의 경우에는 야당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수립할 능력도 요구된다.

 

 

인수위 단계부터 공약의 체계적 관리 방안을 수립하라

정책 수립 시 의견 조율과 추진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먼저 대 통령 공약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하고 이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후보자 또는 정당을 통하여 제시 된 공약 사항은 인수위 단계에서 종합하여 이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비전 설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사항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당선자가 발표한 공약과의 일관성이다. 당선자는 자신의 국정 비전 설정과 정부 구성에 선거 공약이 철저히 반영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5년 임기 후의 국정 치적은 공약 사항 이행 결과에 대한 평가에 달렸기 때문이다. 공약을 포함한 국정 비전 설정 시 고려하여야 할 점은 5년 임기는 무척 짧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여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지 고려하여야 한다. 나아가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한 자신의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개발사업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 1호기 폐기 문제와 같은 공약은 많은 국민적 갈등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따라서 국민적 갈등을 불러오는 선거 공약은 인수위 단계에서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거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수정을 거친 뒤 반영하는 것도 지혜가 될 것이다. 예를 들 자면 4대강 사업도 영산강 등 시범 실시 후에 반응에 따라 확대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등 탄력성을 부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다음 공약의 분야별 분류와 해당 공약 이행을 위하여 필요한 법률 재·개정 수요를 파악하여야 한다. 그리고 해당 공약 이행을 위하여 필요한 예산을 추계하고, 공약을 이행할 때 있을지 모를 부처 간 이견이나 사회적 갈등 요인을 점검하여야 한다. 또 해당 공약에 대한 야당들의 입장을 정리한 뒤 최종적으로 공약 이행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후보자와 정당에 의해 유권자에게 제시된 공약은 <표4>와 같은 형태로 체계적으로 정리하여야 공약 추진 계획의 수립이 가능해지고, 향후 이행 점검을 위한 체크리스트로 활용할 수 있다. 국정 철학이 담긴 과제나 민생 현안 등 우선 과제는 취임 후 6개월 이내에 법률적 뒷받침이 될 수 있도록 당정 간에 긴밀히 조율을 하여야 한다.

 

인수위에서 주무 부서, 이행 체계 등을 정리한 후에 정부 부처와 당의 정책위원회와 협의를 하여 입법과 예산을 뒷받침할 방안을 추진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 사안에 따라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즉 일반적으로 외교 이슈는 국내 이슈보다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이 적다. 외교 이슈는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따라서 덜 분배적distributive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국가적 어젠다 이슈와 분배적 이슈가 중첩되어 있는 경우 가장 갈등이 심한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즉, 외교안보와 관련된 정책의 경우 정부에 대한 정당의 종속성이 높지만, 자율성은 낮은 거버넌스 유형이다. 반면 환경문제와 같은 정치적 이슈의 경우 정당의 자율성은 높아지고 정부의 정당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진다. 정책에 따라 당 정 관계의 자율성과 상호의존성을 상정하고, 이에 따라 협력과 견제가 이루어진다면 더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당정 거버넌스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표4> 공약 이행 계획 검토

 

공약 이행을 위한 컨트롤 타워를 총리실에 둘 것인지, 청와대 정책수석실에 둘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대통령의 공약 사항 이행 점검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이나 정책수석실에서 진행하되, 부처 간 이견 조율과 사회적 갈등 조정, 나아가 당정 간의 이견 조정 등은 국무총리실에서 총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당·정·청이 주요 법안에 대한 사전 조율을 통해 합의 제출안, 협의 제출안, 통보안 등으로 분류하여 합의안은 우선적으로 처리하되 협의안은 의원총회 등을 개최하여 민주적 당론 수렴 과정을 거쳐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정·청 간 소통 강화로 메시지의 통일성을 유지하라

 

당·정·청 간의 소통 강화와 메시지의 통일된 관리가 중요하다. 메시지 관리는 정책 기조의 통일성 유지 및 국정 현안에 대한 혼선 방지를 위하여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통일된 메시지 관리로 정부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특히 정무적·정책적 쟁점에 대한 당·정·청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 특히 감염병 확산 등의 재난 상황에서의 위기 대처에서 당·정·청의 이견이나 실수 등이 많은 혼란을 초래한 사례를 보아왔다. 대통령의 발언과 의중을 두고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비서실장이 설전을 벌 이는가 하면(2021년 2월 24일 국회운영위원회), 청와대 주요 참모들이 서로 다른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부처 장관과 대통령 보좌진의 발언이 엇갈리기도 한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우왕좌왕하니 국민들은 대통령의 진의를 알 길이 없다.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 실패가 당·정·청의 파열음과 임기 말 ‘레임덕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의 정무수석이나 대변인, 당의 원내대표와 대변인, 국무총리실의 비서실장 등 사이에 상시적 협의 채널을 유지하며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주요 쟁점이나 정책 사안에 대한 당과 정부와 청와대 간의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실무정책협의회를 통한 사전 조율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재난 상황 발생 시에는 상황실을 설치 하거나 비정례 실무당정회의를 활성화하여 국민에게 대처 과정의 혼선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청와대 내의 통일된 목소리가 당과 정부에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당내 소통도 강화하여 당내에서 소통 부재로 인한 엇박자가 나 오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당내 민주화로 인하여 의원의 자율성이 강화됨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당내 주요 현안이나 쟁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다른 견해를 표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당내 소통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4.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이인삼각게임, 당정 관계를 회복하라

 

국정 운영의 성과는 당과 정부의 이인삼각 게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조에서 정무 기능을 보강하고 제도화하여야 한다. 정무적 갈등, 정책적 갈등, 인사 갈등 등 다양한 지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당정 관계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성공조건으로서 자율성과 상호의존성이 조화를 이루는 당정 관계에 관한 협치 모델을 수립하여야 한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경력이 없을수록 원만한 당정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당정 협의 체제는 인수위 때부터 갖춰야 한다. 캠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른 후 인수위는 대통령 선거 과정 캠프 기여자들이 집권 후 공직 진출을 위한 경력 관리 차원에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인수위 구성과 운영에 과도하게 참여하면 당이 소외되고 집권 이후 국정 운영을 위한 전반적인 계획에 당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채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선인이 제시했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정책 우선순위와 구체적 실천 방안이 공유되어야 임기 개시 후 국회에서의 추진력이 담보될 수 있다.

 

당정 간의 인사 교류를 적극 활용하고, 실무정책협의회를 통한 사전 정책 조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상임위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국회의원을 행정부의 각료 등으로 충원하여 당정 간의 협조 통로를 구축하고 행정부에 당과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전달하여 국정 운영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당·정·청 간의 소통 강화로 메시지의 통일성을 유지하라. 메시지 관리는 정책 기조의 통일성 유지 및 국정 현안에 혼선 방지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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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현출_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동 대학교 대외협력처장과 시민정치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건국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정당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 국회혁신자문위원,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의회, 정당, 선거, 한국정치 등이다. 주요 논저로는 『아시아공동체론』(2021, 공저), 『세계화 시대의 한국 정치과정』(2016), 『21대 총선과 한국 민주주의의 진화』(2021, 공저), “Population Aging and Korean Society,”(2021), “Older Voters’ Policy Preferences in the Korean General Elections,”(2021), “Changes in and Continuity of Regionalism in South Korea,”(2020), “Silver Generation’s Counter-movement in the Information Age,”(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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