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더 심화 전망 “우리는 북미와 유럽을 넘어 호주, 일본, 한국, 그리고 인도와 인도네시아까지 포함해 우리의 동맹국들과 미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공동의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3월 발행된 국제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의 핵심 외교안보정책을 응축한, 총 12쪽에 달하는 이 기고문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South Korea)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문장은 이 한 문장이다. 그는 ‘민주주의 재정립(Renewing Democracy)’ 항목하에서 이 문장을 언급했는데,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을 언급했지만 사실상 대중국 압박을 의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27일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존 미·중 경쟁구도가 경제분야와 군사·안보 경쟁이었다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이 분쟁은 인권과 가치 논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최근의 경향을 짚었다. 특히 기후변화, 인권 등을 중요하게 언급해온 바이든 당선인이 집권하면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주의 국가로,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임을 과시해온 한국으로선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가치 봉쇄’를 할 경우 훨씬 대응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이 신장위구르, 홍콩 등의 인권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이후다. 이전에는 남중국해 군사안보 갈등, 경제 문제가 주로 대립 전선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가치’ 더 중시… “한국 대응은 더 힘들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지역 안보·번영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바이든 당선인이 미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인 2001년 8월 방한해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가치 문제로 들어가면 한국의 대응이 더욱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고리 삼아 한국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동맹국 대열에 끌어들이려 하지만, 북한 문제와 기타 경제적인 문제로 중국과 협력해야 하는 한국은 이에 바로 대응할 수 없어서다. 한국은 지난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될 시점에도 “중·영 공동성명을 지지한다”며 원칙적 입장을 유지했는데, ‘주권 침해’를 주장하는 중국을 다분히 의식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핵 넘어 中 견제… ‘한·미·일 공조 복원' 핫이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가치 중심 외교의 복원을 강조하면서 동아시아에는 두 가지 핵심 전략과 공조가 주목된다.
하나는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북핵 등에 공동 대응하는 한·미·일 공조다. 외교가와 정부에선 최근 특히 한·미·일 공조 복원이 이슈다.
바이든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 당시 한·일 갈등 중재에 직접 개입했던 전례가 있을 정도로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공조를 중심에 둔다는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 역시 북핵문제 해결에 한·미·일 공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27일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인 취임 이후 한국이 대미정책에서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점은 ‘한·미·일 삼각 공조의 복원’”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22일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며 “잇따라 중요 인물이 일본을 방문하는 배경에는 동맹을 중요시하는 미국 바이든 차기 정권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국내 외교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알고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와 향후 북한과의 관계 모두를 염두에 둔 다목적 카드”라며 폭넓은 해석을 주문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미국이 특히 북핵 대응에서 3국 공조를 중요시했지만, 최근 미국의 모든 외교정책에 중국이 핵심 변수로 등장한 만큼 대중국 압박 측면에서도 이 대열을 중심에 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난 13일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는 동아시아연구원(EAI)과 미 브루킹스연구소가 공동 개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한국, 미국, 일본 등 역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협력을 통해 신장 위구르, 홍콩 인권문제 등에서 중국에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