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AI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프로젝트
정무.고위직 공직 후보자는 내정 단계에서부터 윤리검증을 받아야 한다. 미리 재산신고를 하고, 확실하게 검증받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인사청문회 대상인 공직후보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미리 재산신고와 신원진술을 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다른 정무.고위직은 이런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잦은 인사와 인사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다.
부정부패의 가능성을 사전에 최소화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실물경제 정책과 고급 정보를 접하는 정무.고위직은 미국의 윤리계약제(Ethics Agreement)를 도입해 공직자의 이해갈등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럽다. 차기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구시대적인 공직기강형 인사 시스템을 청산하고 대통령 비서실 안에 인력관리형 인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인재를 물색하고 추천하는 과정이 폐쇄적이고 비공식적이었다.
인사 전담 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정무.고위직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에 기초해 전문 인사관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인사자료 관리와 배경조사 업무는 분리해야 한다. 전문적인 인사기능은 인사수석비서관실에서 수행하게 하고, 배경조사는 민정수석실에서 국가정보원.경찰청.검찰청.국세청.부패방지위원회.공직자윤리위원회 등 관련기관의 협조를 얻어 좀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
배경조사 항목도 공식화.과학화하고 각종 정보수집 양식이나 형식도 표준화해 이를 청와대 온라인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
차기 대통령은 연고주의에 얽매이지 말고 전문성을 중시해 인선해야 한다. 능력이 인선의 일차적 기준이 돼야 한다. 총리 및 장관과 수석의 인선은 대통령의 비전과 정책을 국민에게 확실하게 드러내줄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사 인프라를 정권교체 때마다 바뀌는 인사수석비서관실 단독으로 만들 수는 없다. 미국은 상원과 하원의 상임위원회가 번갈아가며 대통령 선거 직후 정무.고위직 현황백서(플럼 북)를 발행한다.
우리도 국회 운영위원회가 정무.고위직 현황백서를 정기적으로 발행하면 여야 모두 정치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인사 현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중앙인사위원회가 실무 지원을 하면 된다. 정무.고위직의 직무내용과 직무수행 자격조건 등을 정리한 정무.고위직 직무백서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유용하다.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미국 백악관 인사실처럼 정무.고위직에 관심이 있는 개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인적 정보를 인사수석실에 보낼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 인재 물색 전문기관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수한 인재를 두루 포괄하는 인재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재 관리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필요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전문 구인관(求人官)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역대 대통령 아들들은 줄줄이 비리에 연루돼 정권의 위기로 이어졌다. 이를 막기 위해선 "대통령 친인척 관리법"을 제정해 대통령 친인척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대통령의 8촌 이내 친족과 4촌 이내의 처.외족으로 돼 있는 관리 대상 대통령 친인척 범위를 조정하고, 재산변경 사항을 좀더 명확하게 신고하도록 해 이권 개입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고위 공직자의 비리 감시 및 부패행위를 수사할 수 있는 별도기구(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기구 등)를 설립하거나, 그것이 당장 어려우면 부패방지위원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대통령 주변에서 친인척과 측근 인사들의 비리와 부정을 경고해 주는 대간(臺諫) 역할이다. 이런 역할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의 귀와 눈은 현실과 멀어질 수 있다.
인사청문회 대상도 좀더 넓혀야 한다. 국무위원은 물론 주요 통제기구의 장(감사원장.국가정보원장.검찰청장.국세청장.경찰청장 등)도 포함해야 한다. 장관들은 총리처럼 국회 전체 차원의 인사청문회보다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청문회를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까다로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2년 정도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도 해당 국무위원의 중대한 과실이나 문제가 없는 한 정치공세를 가능한 한 자제해야 한다.
빈번한 장관 교체는 해당 부처의 정책 일관성.행정 전문성과 책임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중장기적 정책추진보다 단기적 정책과제에 치중하게 되기 쉽고, 정책개발과 정책추진도 혼란을 겪게 된다.
또 장관이 교체되면 실.국장과 과장 등도 연달아 자리를 옮기게 돼 행정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장.차관 등 정무.고위직을 바꿀 때는 청와대에서 교체 사실을 발표하자마자 이.취임식을 하는 관행도 시정돼야 한다. 교체 사실을 사전에 통보해 주는 관행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은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의 상원 인준 절차가 길어지면 지명자를 해당 부처의 컨설턴트로 임명해 일정한 보수를 주고 현직 장관의 조언을 들으며 업무를 숙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 운영 방식이다. 대통령이 구축해 놓은 인사 인프라와 검증 시스템을 대통령 스스로 무시하면 달라질 것이 없다. 대통령은 결국 자기 주변에 있는 총리.장관.수석.국회의원의 개인적 견해나 추천을 들어가며 복수의 인사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각 및 참모진의 인선이 대통령직 수행의 성패를 가른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인사수석의 역할을 중시하고, 인사를 독단적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
김판석 연세대학교 교수
◇ 토론 참석자=강경식(姜慶植.전 대통령 비서실장),강봉균(康奉均.전 재경부 장관),김경원(金瓊元.사회과학원장),김영수(金榮秀.전 문화체육부 장관),김정렴(金正濂.전 대통령 비서실장),김충남(金忠男.전 대통령 사정비서관),노재봉(盧在鳳.전 총리),박철언(朴哲彦.전 정무장관),사공일(司空壹.전 재무부 장관),이종찬(李鍾贊.전 국정원장),이홍구(李洪九.전 총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