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 EAI 프로젝트
대통령은 스스로 최고의 정책 로비스트가 돼야 한다. 대통령 프로젝트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며, 필요한 경우 협상.타협하는 최고위 세일즈맨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전 행사 위주의 공식 회의는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대신 소규모의 실속형 만남을 늘려야 한다. 격(格)과 여야를 따지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밤 늦게라도 전화를 걸어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세일즈맨이 성공하려면 상품이 좋아야 한다. 소비자는 한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 대통령도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을 팔려면 그 질부터 높여야 한다. 세일즈를 하려면 소비자와 신뢰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 신뢰가 없으면 거래 비용이 너무 커진다.
세일즈는 설득의 예술이다.
대통령이 세일즈맨이 되는 것은 정치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자신의 역할과 권한.책임, 그리고 정치에 대한 기본 인식이 바뀌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지시하고 명령하는 수직적 방법으로도 정치 통합을 이뤄낼 수 있었다. 대통령 개인이 지닌 범국민적 카리스마, 여대야소의 정치구도, 당권과 대권의 일치, 장기 집권 또는 오랜 정치 활동을 통해 요소요소에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재계도 정치.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언론도 통제하기 쉬웠다. 더구나 왕과 대통령을 동일시하는 문화, 시민사회의 비조직화, 분단 상황에 따른 정치 이데올로기의 안정성도 그런 방법이 통하게 만들었다.
총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리를 수시로 면담해 모든 정보를 총리와 공유해야 한다. 주례보고는 더 이상 형식적이어선 안된다. 청와대 비서진이 다 결정하고 난 다음에 총리 참모진에 할 일을 지시.통보하던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
대국회 입법 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시리즈 1,2에서 지적한 대통령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조직이다. 기존의 정무비서실과는 별도로 가칭 입법지원 비서실을 두는 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민정비서실의 대민 업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 내 이해 구조가 복잡해지고 국회나 정당 같은 공식적인 정치기구들에 대한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취약한 상황이 벌어지면 민정 기능이 그런 취약점을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치적 통합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대통령 본인이 아무리 청렴해도 자녀나 측근들의 이권 개입과 전횡, 편중 인사 등은 역대 대통령을 예외없이 곤경에 빠뜨렸다. 친인척 관리 전담부서와 대통령 비서실 윤리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서처럼 실제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느냐가 아니라 남에게 부적절하게 보인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미국처럼 대통령과 친인척.측근들을 중심으로 백지신탁(blind trust)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재산 등록.공개 대상이 되는 공직에 취임하는 사람은 법이 인정하는 투자신탁회사에 자신의 전 재산을 맡기고 공직을 떠날 때까지 본인은 그 회사에 자신의 재산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라고 요청할 수 없는 속칭 "나몰라 신탁"이다.
또 대통령과 청와대의 모든 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황성돈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토론 참석자=강경식(姜慶植.전 대통령비서실장), 강봉균(康奉均.전 재경부장관), 김경원(金瓊元.사회과학원장), 김영수(金榮秀.전 문화체육부장관), 김정렴(金正濂.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충남(金忠男.전 대통령사정비서관), 노재봉(盧在鳳.전 총리), 박철언(朴哲彦.전 정무장관), 사공일(司空壹.전 재무부장관), 이종찬(李鍾贊.전 국정원장), 이홍구(李洪九.전 총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