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은 성공해야 한다. 민주화 시대 대통령들이 연속 실패하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믿음을 흔든다. 통일의 기반을 튼튼히 다지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길을 트는 것도 가로막는다.

대통령마다 전임자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악수(惡手)를 두고, 갈등을 남기게 된 것은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역할 설정을 잘못한 때문이다. 대통령이 조선시대의 왕처럼 자신을 성역에 올려놓고 권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권한 및 권력 자원을 재조정하고 국정 운영의 기본 스타일을 바꾸어야 한다는 총론에는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도 큰 진전이 없는 것은 개혁 주장들이 갖가지 개헌론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 개혁 방안을 구상하기 위해 지난 1월 자발적으로 참여한 교수들을 중심으로 연구팀을 구성했으며, 역대 행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증언과 조언을 듣고 토론도 거쳤다.

EAI가 내놓는 보고서는 현행 헌정 질서의 틀 내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 다음 세 가지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첫째, 차기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어떠한 덕목과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 차기 대통령이 맡아서는 안 되는 역할이 무엇이고 담당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둘째, 어떻게 하면 권한이 있는 자리에 책임이 있고,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 아무런 장애물 없이 의사소통이 흐를 수 있도록 해 중지(衆智)를 모으고 인재를 모을 수 있는가.

셋째, 국회와 국민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개혁에서 국회와 국민의 몫은 무엇인가.

 

김병국 고려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