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동아시아연구원(원장 손열)은 국내외 주요 이슈에 대한 전문가의 논평을 보다 쉽고 편하게 들어보실 수 있는 콘텐츠로 'EAI 들리는 논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EAI 들리는 논평’에서는 코로나19가 촉발한 글로벌 위기 속 중국의 대외정책을 분석한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 동덕여자대학교 교수의 논평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방역에 실패하면서, 발생 초기 은폐와 부실 대응 논란 속 대내외 비난의 중심에 있었던 중국이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적극적인 국제 지원과 여론전으로 이미지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코로나가 야기한 글로벌 위기에서 생긴 기회의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자국의 상대적 부상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중국이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새로운 글로벌 표준과 가치를 제시하며 독자적 부상을 이루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저자는 코로나 사태로 미중 양국 간 상호 불신이 심화되어 경쟁과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양국 모두 국내문제로 인해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각기 동맹과 동반자를 내세운 ‘대리 견제와 경쟁’을 펼치며 세력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러한 전망 속 양자 선택의 압박에 직면하는 것은 한국인데, 저자는 한국이 현재의 과도기적 국제정세 속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여 독자적 전략 가치와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EAI 들리는 논평 스크립트
안녕하십니까? EAI, 동아시아연구원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선포 이후 끄떡없을 것만 같았던 선진국들이 잇달아 방역에 고전하는 가운데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반등을 노리는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이번 ‘EAI 들리는 논평’에서는 글로벌 위기 속 중국을 분석한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자대학교 교수의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선 중국의 향후 대외정책에 대해 알아보고, 한국의 대응을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방역에 실패하면서, 중국은 상대평가의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발생 초기 은폐와 부실 대응 논란 이후 싹트기 시작한 공산당 체제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내부 응집력, 상대적 자신감, 그리고 체제 지지로 전환되는 모양새입니다. 이러한 긍정적 기세로 중국이 글로벌 위기 속 상대적 부상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치열한 여론전을 통해 기존의 코로나 책임론을 희석하는 한편 공헌론을 적극 부각시키는 이미지 개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주요 협력 대상 국가들에 방역 물자와 의료 지원을 추진하여 경제회복의 동력을 살리고자 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공개적으로는 전 세계를 향해 협력과 지원을 제의하고 있지만 중요한 의료 지원팀 파견은 친중 국가와 일대일로의 주요 협력 국가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방역 외교로 이미지 개선 뿐만 아니라 일대일로(一帶一路) 또한 활성화시키려는 복합의 전략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중국이 글로벌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중국은 과거에도 주요한 글로벌 위기 시 ‘상대적 부상’의 기회를 포착하며 지금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위기 시에 미국의 약세를 포착하여 부상의 전략적 시, 공간을 확보하고 실제로 상대적 부상의 효과를 얻은 바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 중국이 국제협력과 지원에 적극적인 이면에도 코로나로 초래된 위기를 4번째 상대적 부상의 기회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렇듯 위기를 딛고 상대적 부상을 이뤄온 중국은 이제 차별화된 글로벌 표준과 가치를 제시하여 독자적 부상을 추구해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중국발 위기’라는 책임론에서 벗어나는데 급급해 보입니다. 시진핑 체제는 예상 밖의 빠른 회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체제안전과 경제 발전과 같은 국내문제에 매몰된 나머지 인류공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국제적 협력을 견인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설계하려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상대적 부상을 넘어서 독자적이고 절대적인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미중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잡는 것 또한 쉽지만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사슬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국제주의는 더욱 쇠퇴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미중관계 역시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약화되고 자국 중심주의가 더욱 강화되면서 협력을 도모하기보다는 경쟁과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도 미중 양 강대국은 협력을 모색하기는커녕 오히려 책임론을 둘러싼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제기한 공산당 체제의 취약성 공세는 중국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레드라인입니다. 미중 양국은 코로나 책임론 공방 속에서 체제, 인종, 이데올로기에서의 본질적 이질성을 재차 확인하였고 상호 불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내 미국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수교 41년 이래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양국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중 양국의 정치지도자 모두가 국내정치적 이유로 양보하거나 타협하기는 어렵기에 치열한 여론전을 지속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양국 모두 국내문제에 집중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실제 첨예한 대립 상황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시진핑 정부는 정치경제적 난국에 직면한 상황에서 체제안전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으므로 미국과의 갈등 전선이 더욱 확대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중국은 당장 코로나19 위기로 미국과의 무역협상 1단계 합의 내용을 이행하기 어렵게 되었고, 이를 빌미로 미국은 다른 방식과 다른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은 수세적인 입장에 놓여있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중국의 국제 연대가 형성되어 이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봉쇄하는 상황이 오는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정부 역시 ‘중국 때리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중국 희생양’ 만들기만으로는 선거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기에 실제로 중국과의 대립과 갈등을 마냥 확대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미중 양국은 직접 대치는 가능한 우회하면서 각기 동맹과 동반자를 견인하고 이를 전면에 내세워 ‘대리 견제와 경쟁’을 통해 세력권을 확보하는 외교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른바 인도 태평양 전략(FOIP)과 일대일로를 전면에 내세워 세력권을 확대하는 경쟁을 전개하게 되면서 역내 중간국가들을 견인하기 위한 유인과 압박이 동시 병행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코로나 국면에서 미중 간의 첨예한 대립이 한국과 한반도에 미칠 파장은 더욱 거칠고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초유의 사건이고 매우 유동적인 만큼 포스트 코로나 국제질서는 더욱 예측 불가할 것입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기에 미중 간 ‘대리 견제와 경쟁’이 강도 높게 진행될 경우 한국은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원치 않는 양자 선택의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한국에 놓인 선택지가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여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것 이외에 대안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주어진 상황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려는 시도는 중요합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국제사회의 과도기적 상황을 외교의 골든타임으로 포착하여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독자적 전략 가치와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강대국 리더십의 약화 또는 부재의 시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한국과 같은 중견국, 또는 중견국 간의 연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여지가 있습니다. 한국은 변화될 상황에 대비하여 중견국 연대 형성에 보다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외교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선진국과 차별화된 ‘한국형’ 대응방안, 즉 개방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방역 효과를 획득한 특별한 자산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방역의 경험 자산을 국제사회에 제공하면서 점진적으로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위상을 높여가야 할 것입니다. 물론 현재 장안의 화제인 ‘한국모델’에 대한 과신과 과시는 경계해야 합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의 공동 연대와 협력기제를 구축하는데 한국의 역할을 신중히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내부적으로 방역 이후 시기에도 일정한 국제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해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의료 보건 분야와 IT 업계 등을 중심으로 민간영역이 전면에 나서고 정부가 지원하는 간접적 방식을 통해 ‘한국모델’을 정교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방역 협력 대상을 확대해 가면서 국제 협력 체제를 구성하여 한국의 독자적인 전략가치와 위상을 증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집단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EAI 들리는 논평’ 윤준일이었습니다.■ 이동률 교수님의 논평 원문은 아래의 "논평_다운로드"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자: 이동률_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Deciphering China’s Security Intentions in Northeast Asia: A View from South Korea,”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윤준일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3) I junilyoon@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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