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4 아젠다 전망
민생 아젠다 우선 여전
2014년을 지배할 최대 국정아젠다는 무엇일까? 동아시아연구원이 2013년 11월 28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면접조사 결과(전 국민대상 1000명 조사, 할당표본추출방식(quota sampling), 95% 신뢰수준 ±3.1%p)를 토대로 국민들이 꼽은 최우선 국정과제를 토대로 전망해보자(그림1).
최우선 국정 아젠다에 대한 국민여론을 보면 해당 시점의 정치적/이념적 무드(political mood)를 엿볼 수 있다. [그림1]에서 대체로 ‘경제양극화 완화’, ‘경제성장’과 같은 민생경제 관련 아젠다를 중시하는 여론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가운데,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진영간 갈등이 심각해진 시점에는 ‘국민통합’ 의제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은 응답이 가장 높아졌다. 반면, 2010년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 등으로 안보불안이 심각해지자 ‘안보강화’, ‘남북관계 개선’과 같은 외교안보 의제를 중시하는 여론이 강화되고,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전후로 불거진 보편복지 논쟁, 경제민주화 이슈가 불거지자 ‘경제양극화 완화’ 나 ‘개인의 삶의 질 개선’ 아젠다가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선 1년이 지나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차를 앞둔 2013년 12월 조사결과를 분석해보면,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이래 경제양극화, 경제성장과 같은 민생관련 아젠다를 우선하라는 여론의 압력이 2014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우선 국정과제로 경제적 양극화 완화를 꼽은 응답이 28.5%로 가장 많았고, 경제성장을 꼽은 응답이 26.8%로 둘을 합치면 과반을 훌쩍 넘는다. 국민통합을 꼽은 응답이 12.7%, 삶의 질 개선이 12.3%, 정치개혁을 꼽은 응답은 7.1%로 뒤를 이었다. 반면 국제경쟁력 강화 4.8%, 국가안보 강화 2.7%, 남북관계 개선을 꼽은 응답은 0.6%로 외교안보 과제를 꼽은 응답은 모두 합해도 10%를 넘지 않는다. 장성택 숙청 전후 북한변수가 이번 조사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2010년 연평도 포격 이래로 안보 및 남북관계 아젠다를 중시하는 여론은 소수여론이다. 정치권이 NLL이나 종북 문제로는 지지층 결집은 가능하겠지만, 전체 여론의 지지를 받는 데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진보 아젠다와 보수 아젠다의 공존
아젠다 소유권(issue ownership)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2014년에는 국민여론을 얻기 위한 여론전에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여와 야 사이의 아젠다 경쟁이 강화될 전망이다. 경제성장, 국민통합, 국가경쟁력 강화 및 국가안보 강화 이슈는 보수정당이 우위를 보이는 이슈다. 반면 경제양극화 완화, 삶의 질 개선, 남북관계 개선과 같은 아젠다는 진보개혁정당에 높은 점수를 주는 대표적인 아젠다이다.
2011년 무상급식 논쟁이후 경제양극화 완화나 삶의 질을 강조하는 진보 친화적 여론이 경제성장이나 국민통합을 선호하는 보수 친화적 여론이 우위에 있음이 확인된다. 그러나 2012년에서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거치며 경제성장 및 국민통합 아젠다에 대한 지지도 늘어 박근혜 정부 1년 지난 현 시점의 여론은 진보 아젠다와 보수 아젠다에 대한 지지가 공존하며 균형국면을 이루고 있다. 아젠다 경쟁과정에서 다수여론의 지지를 받아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특정 진영의 입장을 고수하기보다는 양면적 여론(ambivalent opinion)을 고려하는 현실적이고 균형적인 아젠다 전략이 중요하다.
[그림 1] 최우선 국정과제 변화(%)
자료: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DB(2009-2013)
2. 정치 재편 전망
2014년 후삼국지 : 야당 리더십의 약화
2014년의 최대 정치현안은 역시 6월 4일에 열리는 지방선거이다. 지방선거를 둘러싼 여와 야 리더십 대결의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선거 국면은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역대 대통령에 비해 높은 국정지지율과 정당 지지율로 여론전에서의 우위를 보이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지난 대선 삼국지에 이어 후 삼국지를 이끌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의원, 안철수 의원 등 세 명의 리더십에 대한 호감도를 봐도 정부여당이 유리함을 알 수 있다(그림2). 박근혜 대통령 호감도의 변화를 살펴보면 2012년 4월 총선 직후 10점 만점에 6.3점으로 높은 호감을 샀지만, 갈수록 호감도 점수는 하락했다. 선거에 임박해서 보수층의 결집에 힘입어 5.9점까지 만회했고 대선 1년이 지난 지금도 5.9점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문재인 후보는 5.6점에서 6.3점까지 호감도 점수가 치솟았다. 안철수 후보와의 경쟁과 박근혜 후보와의 대선경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나했지만, 막바지 단일화 잡음과 네가티브 일변도 전략을 고수하다 결국 패배했고, 대선 1년이 지난 지금 중간수준으로 못 미치는 4.6점까지 호감도가 떨어졌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여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4.11 19대 총선직후 6.3점의 높은 호감도 평가로 박근혜 대세론에 균열을 냈던 안철수 후보지만 정작 공식선거운동을 거치면서 오히려 지속적으로 호감도가 하락했다. 대선 1년이 지난 12월 조사에서는 4.8점으로 문 후보에는 앞섰지만, 2012년 대선을 지배했던 안풍을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이 많이 냉담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정국이 경색되고 여야간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상 정당지지율에서는 이미 제1야당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이를 이끌 힘을 회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그림 2]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호감도 변화
자료: EAI 여론DB(2012; 2013) 주1. 0점은 매우 싦음. 5점은 보통, 10점은 매우 좋음 주2. 마지막 수치는 12.16일 조사결과
안철수 신당: 새정치 재편인가? 야권재편인가?
2014년 정치재편 전망에 있어 여야를 이끄는 리더십에 대한 평가 뿐 아니라 역시 안철수 신당 창당에 대한 여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과 지지기반의 분석은 향후 정치재편의 성격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우선, 한국갤럽, KSOI 등에서 발표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의 분포를 보면,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정당 지지율 분포에서 큰 변화가 일관되게 확인된다(그림3의 집합 정당지지분포). 안철수 신당을 포함하지 않았을 경우와 포함한 경우를 비교해보면, 새누리당의 지지율 우위가 유지되는 가운데 안철수 신당은 일거에 제1야당의 자리에 올라서고, 민주당은 10%대 전후의 약체 야당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다 주목할 점은 응답자 개인수준에서의 분석결과이다. [그림3]의 조사결과는 KSOI가 11월 30일 조사한 700명 전화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이다. 한국갤럽조사 등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분포와 동일한 응답패턴이 확인된다.
안철수 신당 포함 여부에 따라 개인수준에서의 정당지지 변화를 보면, 안철수 신당을 포함하지 않은 조사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44.1%) 중 80.5%는 여전히 새누리당 지지 의사를 밝혔고, 12.7%가 안철수 신당 지지로 이전했다. 이는 전체 응답자 중 6%(0.441×0.127) 규모이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을 포함하지 않은 조사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겠다는 20.8%의 응답자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48.6%가 안철수 신당을 포함한 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을 선택했고, 42.7%만이 민주당 지지층에 잔류했다. 반면 안철수 신당의 성격을 좌우할 32.0%에 달하는 무당파층에서는 안철수 신당 창당시 31.0%만이 안철수 신당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새누리당 지지는 6.0%, 민주당 지지는 6.7%에 그쳤으며, 절반에 가까운 54.7%는 여전히 지지정당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림 3] 현 정당 지지와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정당 지지 변화
자료: KSOI 11월 정기조사(11.23), n=700
안 신당 지지층, 민주당 지지층/진보 과반-무당파 중도층 1/3에 그쳐
물론, 현 조사들이 안철수 신당 창당이라는 가상 상황을 전제로한 조사라는 점에서 본 결과를 실제 창당 시 안신당에 대한 지지율을 추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 창당을 기대하는 유권자 층의 정치적 성향을 보면 최소한 현 시점에서 신당의 정치적 기반을 유추해볼 수는 있다. 종합해보면 안철수 신당 창당시 새누리당 지지층은 높은 결집도로 인해 심각한 타격은 예상되지 않는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민주당으로 볼 수 있다. 야당 지지층의 절반이 이탈하는 상황(전체 유권자의 10% 수준, 0.208*0.486)이다. 반면 안철수 신당이 현 무당파층의 1/3 정도만 지지층으로 흡수(전체 유권자의 9% 수준, 0.32*0.31)하는데 그치고 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념성향으로 봐도 진보층의 51.7%가 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반면, 중도층에서는 29.8%만이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첫째, 안철수 신당 역시 반새누리당 정서가 강한 야당진영의 지지층과 기존 양당에 실망한 새정치 기대층이라는 이질적인 지지층간의 이중압력에 노출될 것임을 의미한다. 둘째, 안철수 신당 창당 시 현 야당지지층에서 과반의 지지를 받는 대신 중도무당층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는 미온적이라는 것은 안철수 신당이 기존 양당체제와 경쟁하는 새정치 정치재편의 성격보다는 기본적으로 야권재편에 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2011~2012년 대선 정국에서 “안철수 현상”이 중도 무당파층에서 안철수 후보에 대한 50~60% 에 이르는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발생했음을 상기해보라. 정한울. 2012. “안철수 현상의 진화? 안철수 바람의 연속성과 차별성.”
3. 2014 정국 변화의 변수: 정부여당, 초심인가? 변심인가?
정부여당의 우위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고 하지만 2014년 지방선거의 승부가 결정되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지난 대선에서 고전 속에서도 박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단일화 실패와 야권의 무능이라는 외적 요인 외에도 경제민주화 및 한국형 복지론을 앞세운 과감한 포지션 이동, 통합과 당개혁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제시했던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집권 1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박근혜 후보와 정부여당이 그렇게 강조했던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높은 지지율에 기댄 변심과 야당의 무능은 집권여당에 독일 수 있다. 국민들은 여전히 민생을 우선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정부여당의 모습 대신 반대파를 아우르고 중간층을 설득하는 협력적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자기 반성 없이 네 탓 공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낡은 민주대 반민주 구도에 안주하는 현 야당의 리더십으로는 2014년을 주도할 수 없다.
결국 2014년 정국의 최대변수는 정부 여당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1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변심의 길을 고수할 지 갈등이라면 2010년 지방선거를 떠올려보라. 부자 몸조심하던 한나라당이 천안함 사건 이후 50%를 상회하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에 취하여 안보 아젠다와 친노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를 한번도 하지 않은 한 기업의 CEO가 야권주자 누구도 근접하지 못했던 박근혜 대세론에 균열을 가져왔다. 정부여당의 변심보다 더 갑작스럽고 무서운 것이 민심의 변심이다.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은 일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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