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OPINION Review No. 201006-05

 

선거여론조사방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제언

 

 


 

 

여론조사와 여론 사이의 간극

 

6・2 지방선거 직후 국민은 적어도 두 번은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이 이토록 준엄하였다는 점을 하룻밤 사이에 극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놀랐을 것이고, 그 동안 여론조사를 통해 짐작하고 있던 ‘여론’이 실제와 너무도 달랐다는데 다시 한 번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이 이번 지방선거 ‘민심’을 오판하였던 것은 선거 전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여론’을 잘못 알고 있었던 데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선거 직후 두 번의 커다란 놀람은 결국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선거 전 여론조사 탓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수도권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거 6일전 조사나 투표일 당일 혹은 2-3일전 실시한 각종 조사기법을 통해 실시된 예측조사들이 모두 당선자 예측에 실패하면서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었던 선거일 전 6일 동안 그간의 추세와는 다른 급격한 여론의 변화에 주목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EAI 오피니언리뷰 제2호 “수도권 이변, 숨은 표인가? 변한 표인가?” 2010.6.24),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6일 간 실시되었지만 발표되지 않은 조사들 중에는 이미 상당한 여론변화 조짐을 예측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 특히 전화조사 방법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의 설득력에 적지 않은 동의를 하면서도 필자는 한국 선거여론조사의 관행속에서 용인되었던 여론조사 방법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짚어볼 때라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특히 선거여론조사 방법으로 주로 활용되어온 전화여론조사가 유권자 표심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 원인을 짚어보고 하나의 대안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선거여론조사가 보여준 두 가지 문제점 : 부정확성과 불안정성

 

이번 선거에서 언론을 통해 공표된 여론조사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부정확성(inaccuracy)의 문제’와 ‘불안정성(unstability)의 문제’이다.

 

[그림1] 6・2 지방선거 여론조사의 문제유형(단위 : %)

 

 

 

 

 

 

부정확성

불안정성

변동

추이

방법

전화조사(telephone Survey)

ARS(IVR: Interactive Voice Response)

표본

5월 8일 조사 800명, 나머진 각 1000명

매 조사 1,000명

 

출처 : 전화조사 결과(한국일보 5월 12일자, 6월 3일자), ARS 조사결과는 B사 홈페이지

 

첫째, 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이 비판을 받은 것은 부정확성의 문제다. 대체로 전화조사방법(telephone survey)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대한 비판으로서 5월 8일부터 공표가 허용된 선거 7일 전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에 대해 크게 우세한 결과가 안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선거 일주일 전 조사만 보더라도 오세훈 후보 지지율은 한명숙 후보를 17.8%포인트 격차로 앞서고 있다. 다만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인 29-31일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11.2%포인트까지 줄어들었고, 인천시장 선거조사에서는 안상수 후보가 41.2%, 송영길 후보가 38.3%까지 추격한 것으로 나타나 실제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최종 47.4%대 46.8%의 초박빙 승부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정확성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29-31일 조사에서 경기에서는 김문수 후보와 유시민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4.7%포인트나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여론조사 공표제한 제도의 탓만 하기 어렵다.

 

둘째, 불안정성의 문제이다. 문제의 발단은 5월 15일 전후 면접원에 의한 전화조사방법이 아닌 자동응답방식(ARS: Automatic Response System 혹은 IVR: Interactive Voice Respose 조사방식)에 의해 실시된 조사에서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의 격차가 7.5%포인트까지 추격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당시 일반전화여론조사에서 15%~20%포인트 가량의 표차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작되었다. 전화여론조사는 한나라당 후보에 유리하고, ARS 조사는 민주당 후보에 유리하게 나온다는 속설까지 나오며 논란이 증폭된 바 있다(조선일보, “주요 여론조사기관, ARS 조사 안해” 5월 18일자). 그러나 그 전후 자동응답방식 결과의 추이를 보면 여론의 실제 변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정확성과 불안정성이 확인된다. 사실 일주일 전 같은 기관의 5월 8일 조사에서는 20.3%포인트 격차를 보였고 15일 조사에서 7.5%포인트 차로 줄었다. 그 후 일주일 후 조사(22일)에서는 다시 25.8%포인트 차까지 벌어진 결과가 나왔고 이는 실제 개표결과와는 전화조사보다도 더 큰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조사시점의 전화조사에서 오세훈 후보가 얻은 50.4%(24-26일 조사)보다 5-6%포인트 높은 57.1%(22일)가 나와 민주당에 유리한 조사라는 평가도 무색케 했다.

 

이처럼 각종 조사방법에 의한 6・2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들이 선거기간 내내여러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발표되었지만 어떤 조사 방법도 서울 지역에서의 초접전 현상을 예상하는 데는 실패함으로써 여론조사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낳기에 충분했다.

 

대표성의 문제

 

그렇다면 문제는 원인은 무엇이었나? 여기서는 ARS(IVR) 조사방법에 대한 문제보다는 전화여론조사방법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ARS(IVR) 조사방법의 비과학성에 대한 비판들은 논의가 여러 차례 진행되온 바 있지만 전화조사방법의 문제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적이 거의 없다. 특히 선거경쟁에서 지지율 추정방법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온 전화조사 결과가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혼란의 진원지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보다 집중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ARS(IVR) 조사와 관련한 최근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보론에서 간략하게 다루도록 한다.

 

표집틀(sampling frame)의 대표성 문제

 

전화 여론조사의 문제점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있지만, 조사자 입장에서 볼 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여론조사 응답자(표본)가 조사 대상으로 삼는 모든 사람(모집단, 선거조사에서 유권자)을 대표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선거 전에 실시하는 판세조사는 투표권이 있는 모든 유권자를 대표하도록 응답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거 당일에 공표하는 예측조사도 투표한 모든 사람을 대표하도록 응답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교과서적인 원칙만 지킨다면 투표를 하고 나오는 투표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출구조사뿐만 아니라, 전화를 통한 판세조사나 예측조사도 실제 여론이나 민심과 터무니없이 다른 결과를 양산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러한 교과서적인 원칙을 지키기에 현실적인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먼저, 전화 여론조사의 대표성과 관련한 구조적인 제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조사회사가 전화조사 응답자를 접촉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표집틀(sampling frame)이 모집단을 충분하게 포함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현재, 전화 여론조사는 KT에 등재된 가구 전화번호 중 가입자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하여도 된다고 승인한 전화번호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전화번호 숫자가 2009년 10월 기준으로 760만회선 정도이다. 2005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수가 1,580만을 상회하니, 전체 가구 수에 비해 KT 등재 전화번호 중 가입자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하여도 된다고 승인한 전화번호 비율은 50%에 미달하는 실정인 것이다. 이는 전화조사를 할 때, 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가구가 전체 가구 중 50% 미만으로 한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여론조사 대상이 되는 KT 전화번호 등재 허락 가구가 전체 가구를 대표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KT 전화번호 중 공개용 전화번호 등재율이 50%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해당 가구가 전체 가구를 대표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면, 760만이라는 전화회선이 충분한 숫자라 할 수 있기 때문에 표집틀로 용인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학력․고소득 계층이 저학력․저소득 계층보다 전화번호 공개를 꺼린다고 가정한다면, KT 등재 전화번호 중 공개된 전화번호는 학력과 소득 등의 변수에서 전체 가구나 가구원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2010년 현재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이 20.8%에 이르는 바, 이들 중 다수는 20대와 30대 중반까지의 젊은 미혼이자 주로 집 전화는 개설하지 않고 핸드폰만 소지하고 있는 계층이다. 요즈음에는 신혼 가구 등을 중심으로 2인 이상 가구에서도 집 전화번호를 개설하지 않고 가족 각자가 핸드폰만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전화, 하나로 전화 등 KT 이외 전화에 가입하는 가구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KT 등재 전화번호 중 조사회사가 활용하고 있는 760만여 전화번호는 1,580만 전체 가구를 고르게 포함하고 있지 못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

 

셋째, 전화조사에 참여하는 응답자가 자신의 계층을 대표한다고 보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화조사는 응답자 사생활 침해 등을 고려하여 오후 9시 이후에는 실시하지 않는다. 즉, 전화조사 응답자는 최소한 오후 9시 이내에는 집에 귀가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점에서 전화조사에 참여하는 젊은층이나 경제활동계층 등은 주로 9시 이후에 귀가하는 같은 젊은 층이나 경제활동 계층과 정치성향이 다를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의 장점과 한계

 

이상의 조사 현실에서 지금과 같은 전화조사 방법이 통용되었고, 이의 결과가 사회적으로 별다른 문제제기나 검증과정 없이 활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우리나라 조사회사나 관련 전문가들이 이러한 조사 여건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KT 가구 전화번호의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해 RDD(Random Digit Dialing, 지역번호와 국번 이외의 끝 4자리를 무작위로 생성하여 전화조사를 시도하는 방식) 방식의 적용에 주목한다(허명회 외 2008).

 

하지만, 아직 초기단계이다 보니 여전히 보완하여야 할 점이 있다고 하겠다. 대표성 보증을 위해 RDD 방식이 가구 전화를 이용한 전화조사의 하나의 대안이 됨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으로 도입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난관이 있는 바, RDD 방식 조사비용이 기존 전화조사 비용에 비해 1.5배내지 2배 정도 더 소요되고, 하루 만에 조사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화 여론조사에 RDD 방식을 보편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조사자와 조사 의뢰자, 관련 전문가가 함께 노력할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한편, KT 가구 전화번호를 대상으로 한 RDD 방식은 전화 여론조사의 표집틀 문제를 이론적으로 어느 정도 해소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지만, 충분한 것은 아니다. KT 가구전화 RDD 방식이 핸드폰만 활용하는 계층을 포괄할 수 없고, 인터넷 전화나 하나로 전화 가입자는 처음부터 조사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결국, 전화 여론조사 대표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 대안은 보급률이 100%를 상회하는 휴대폰을 활용하는 것인데, 현재 개인정보보호차원의 법적 제한 등으로 휴대폰 사용자 대상의 전면적 조사에 한계가 있지만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응답자 선정 방식의 문제와 대안

 

위에서는 기존 가구 전화조사 방식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로 표집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지금부터는 응답자 선정 과정에서의 현황과 대안을 논의하여 보고자 한다.

 

가구 전화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는 크게 두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 단계는 가구 전화번호를 선정하는 단계이고, 두 번째 단계는 해당 가구에서 적정 응답자를 선정하여 조사에 참여하도록 하는 단계이다. 각 단계별 특성에 따라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여건이 다르다. 가구 전화번호를 선정하는 첫 번째 단계는 표집틀이라는 구조적인 여건과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노력들이 요망된다고 하겠다. 반면, 응답자를 선정하고 조사 참여를 요청하는 두 번째 단계는 우리 사회의 조사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로 논란이 되었던 언론사 선거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기간은 보통 1일이며, 조사는 주로 평일에 이루어졌다. 이러한 여건이 조사 참여자가 전체 응답자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가구 전화번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는 응답자가 집에 있어야만 조사대상자가 될 개연성이 있다. 그런데, 학생이나 직장인의 경우 다수가 전화 여론조사가 끝나는 오후 9시 이후에 귀가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1일이라는 제한된 조사기간에 해당 계층을 목표한 수만큼 조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조사에 참여한 사람도 특정한 성향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응답자일 개연성이 높다.

 

기술적 대안 : 조사일정과 기간의 조정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사기간을 2-3일로 확대하고, 조사를 평일이 아닌 주말에 시행할 필요가 있다. 조사기간을 2-3일로 확대하면 다른 날짜 저녁시간에 조사를 보다 여유롭게 할 수 있으며, 학생, 사무/전문직, 생산/기능/노무직 등 표집이 쉽지 않은 계층을 목표 수에 보다 더 가깝게 표집할 수 있다. 조사를 평일이 아닌 주말에 시행할 필요가 있는 것도 해당 계층이 집에 있을 개연성이 평일보다는 주말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조사 환경을 고려한 조사가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촌각을 다투는 정치권이나 언론사 등 여론조사의 의뢰기관들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조사기간 및 조사요일과 관련한 문제는 조사 의뢰자의 인식 전환도 중요한 선행조건 중의 하나이다.

 

조사응답율 문제-할당표본추출(quota sampling)은 비과학적 표본추출방법

 

현재, 우리나라 전화여론조사는 과학적 표본추출방식인 단순무작위추출 방법(simple random sampling)이나 계층화된무작위추출(stratified random sampling)방법이 아닌 할당추출 방법(quota sampling)을 적용하고 있다. 모집단의 내부구성이 다양한 층위로 구성될 경우 활용되는 계층화된 무작위표본추출이나 할당추출방법은 전체 응답자 구성을 파악하여, 조사에 참여할 응답자 수를 사전에 지정하고, 목표로 한 해당 응답자 수를 조사자가 채워나간다는 점에선 동일하다(Singleton and Straits 1999). 후자가 과학적인 표본추출방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최종 응답자 선정과정을 조사자(기관) 편의대로 정하여 대체함으로써 표본 대표성을 과학적으로 확보하는 관건인 무작위성(randomness)를 훼손하기 때문이다(Erikson and Tedin 2005: 26). 반면, 전자는 표본할당 후 실제 조사가구를 무작위적으로 선정한 대상을 조사자 임의로 대체하지 않고 최대한 조사응답을 받아냄으로써 특정 성향의 응답자(정치적으로 각성된 유권자)들이 과대 대표되거나 조사를 꺼리는 응답자들이 과소대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최초 선정된 가구(응답자)를 임의로 대체할 때 응답율의 문제가 제기된다. 전화 여론조사가 할당추출 방법을 활용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작위적으로 선정한 가구(응답자)에서 접촉에 실패하거나 거절을 하면 목표한 숫자가 채워질 때가지 즉각 응답대상자를 교체해도 된다. 전화 통화가 된 가구에서 20대 남자를 찾는데 해당 응답자가 외출 중일 경우에 해당 가구에 다시 전화를 걸지 않고 다른 집으로 전화를 걸어 20대 남자를 찾아 채우면 된다. 또는 응답을 주저할 경우에도 바로 대체를 함으로써 특정 시간대에 집을 비워야 하는 계층의 경우 체계적으로 배제되거나 정치적으로 각성된 응답자들이 과대대표될 여지를 남기게 된다. 제한된 시간에 목표한 응답자를 채워야 하는 조사회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효율적이지만 과학적 여론조사의 전제가 되는 표집이론과 확률이론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게 된다.

 

물론 응답율이 낮은 할당추출방법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하거나 무용한 방법은 아니며, 방법론적 장점 때문에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여전히 시행되고 있으며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나름의 보완책들도 있다. 다만 이를 지나치게 정당화하여 할당추출방법의 제한점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조사결과 해석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재접촉(Call Back) 강화

 

무작위로 선정한 최초 가구를 유효 조사 표본으로 삼는 것이 대표성을 보증하는 기본 요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중이거나 적정 대상자가 부재한 경우에 표본대체를 최소화 하고 다른 시간대, 다른 날짜에 재차 전화를 걸어 응답자 접촉을 시도하는 재접촉(call back)을 보다 엄정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아래 [표1]에서 동일한 모집단을 대상으로 1차만 접촉한 결과와 2차까지 접촉한 결과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조성겸 외 2007). 위 표에서 보듯이 2차까지 접촉할 경우, 저녁시간에 30대 이하 젊은층의 응답 성공률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

 

[표1] 1차 접촉과 2차 접촉의 연령별 응답자 구성비 (단위: %)

 

*자료: 조성겸 외(2007)

 

적절한 표본할당변수의 적용 : 직업 쿼더 또는 학력 쿼터의 적용

 

조사 의뢰 기관, 언론, 조사업계 등 공동의 노력을 통해 조사 응답율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인 대책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표본할당과 가중치 부여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관행을 탈피하여 유권자들의 정치적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고려하여 표본할당을 하는 것은 단기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안이 된다.

 

이론적으로는 할당 변수를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조사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선거조사는 다수가 성별, 연령, 지역을 할당변수로 삼고 있다. 성별, 연령, 지역을 할당 변수로 삼는 이유는 해당 변수의 사람이 몇 명인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성숙되어 감에 따라, 여론조사에서 성별과 연령 및 지역 변수만으로는 모집단을 대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마케팅조사 뿐만 아니라 정치조사에서도 직업과 소득을 주요한 변수로 고려하여야 하며, 학력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갤럽의 경우 성, 연령, 지역 뿐 아니라 인종, 히스패닉계, 교육수준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는데 우리 조사의 경우도 할당 변수의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에서 유권자의 정치적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변인의 경우 적극적으로 표본할당의 기준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표2]에서 확인되듯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특히 직업에서 후보 지지성향이 뚜렷하게 차이를 보였다. 오세훈 후보는 자영업자와 전업주부, 무직/퇴직/무응답 계층에서 지지율이 높았으며, 한명숙후보는 블루칼라와 학생 계층에서 지지율이 높았다. 사무/전문직에서는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았다. 전체 지지율은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에 비해 12% 높았다는 점에서 직업별 지지율 차이는 매우 의미 있다 하겠다.

 

[표2] 직업별 지지후보: 서울시장 선거 (단위 : %)

 

*자료: 한국리서치 (2010.5)

 

실제로 [표3]에서처럼 직업을 할당 변수로 삼지 않을 경우, 여론조사 시간대에 집에 있을 개연성이 높은 자영업자와 주부는 실제보다 과대 표집 되고,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는 과소 표집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주말 조사보다 평일 조사에서 두드러졌다. 다시 말해 결국 야당 지지율이 과소평가되고, 여당 지지율이 과대평가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한국리서치에서는 2007년 대선 예측조사를 기점으로 한국리서치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직업분포표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직업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지역별 가중치 부여의 기준으로 삼는 직업분포표는 [부록2]를 참조할 것).

 

[표3] 서울지역 조사 요일별 직업분포 차이 (단위: %)

 

*자료: A사 (2010.5)

 

숨은 표 논란의 허실

 

이번 지방선거 전화 여론조사가 정확하지 않았던 이유를 우리사회의 억압성에서 찾거나, 응답자의 전략적 선택 또는 의사표현 능력의 부재 탓으로 돌려서는 안될 것이다. 이럴 경우 의도와는 상관없이 전화 여론조사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미국이나 일본, 독일 국민에 비해 의사표현을 못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근거는 없다. 정치와 관련한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한, 응답자 입장에서 얼굴을 대면하고 투표행위를 적시하여야 하는 출구조사가,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 투표의향을 밝히면 되는 전화 여론조사에 비해 부담이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출구조사가 전화 여론조사에 비해 실제에 가깝게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실제 투표자를 대상으로, 엄정한 표본추출 절차를 거쳐 조사를 하였기 때문이지, 전화 여론조사에 비해 응답 부담이 적어 응답자가 보다 솔직한 응답을 하였기 때문은 아니다. 우리 국민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뿐만 아니라 조사업계에도 매우 의미 있는 화두를 던졌다. 정치권이 어떻게 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조사업계의 답은 명확하다. 전화 여론조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전화 여론조사 방법과 환경이 문제인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조사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리서치_김춘석 · EAI여론분석센터_정한울

 

참고문헌

조성겸・김지연・나윤정・이명진. 2007. “선거여론조사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2006년 지방선거 전 화조사를 중심으로”. <조사연구> 8권 1호. pp.31-54.

 

허명회・김영원. 2008. “RDD 표본 대 전화번호부 표본 :2007년 대통령 선거 예측 사례조사연 구”. <조사연구> 9권 3호. pp.55-69.

 

Erikson, Robert A. and Kent L. Tedin, 2005. American Public Opinion: It's Origins, Contents and Impact. New York: Pearson Longman.

 

Singleton, Jr. Royce A. and Bruce C. Straits, 1999. Approches to Social Research: Third Edition.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