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정치지도자, 영향력 비해 신뢰도 저조

영향력과 신뢰도 이명박 1위 ‧ 박근혜 2위

 

한국정치의 퇴행성, 여권 대선주자는 2선 정치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해

김대중 전대통령, 영향력 3위, 신뢰도 4위

이회창 전총재, 영향력 5위, 신뢰도 3위

노무현 대통령, 영향력 4위, 신뢰도 7위

 

 

한국정치는 여전히 제도 못지않게 지도자의 자질과 역할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 지난 5년 간 한국에서 노대통령 개인의 인식과 태도가 정부의 정책추진과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했다. EAI(원장 김병국)와 중앙일보는 지난 3년간 파워기관을 신뢰도와 영향력의 측면에서 측정한 지표를 전․ 현직 대통령과 현 대선주자들에게 적용해보았다. 주요 조사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도 ․ 영향력 평가는 한국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신뢰받고 있지 못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면서 동시에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1사분면에는 현재 대선 레이스에서 1 ․ 2위를 다투고 있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만이 보인다. 나머지 9명은 모두 영향력도 크게 행사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도 받지 못하고 있는 3사분면에 집중적으로 위치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 영향력 평균점수가 10점 만점에 6.24로 가장 높았고 신뢰도 평가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기는 했지만 5.64점이다. 박근혜 후보는 영향력 측면에서는 5.70, 신뢰도 평가에서 5.38로 역시 영향력에 비해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 정치에서 가장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두 사람이 얻는 점수가 5점대에 그치고 있다. 절대적인 의미에서는 이들조차 국민들로부터 큰 신뢰를 얻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둘째, 범여권 대선후보군의 평가를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이번만큼 여당의 대선주자들이 난립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지만 이들처럼 대선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한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범여권에서는 손학규 후보만 영향력과 신뢰도 각각에서 3점을 넘었을 뿐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2점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들의 눈에는 여권의 대선후보들 모두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신뢰도에서는 손학규, 한명숙 후보 정도가 노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를 뛰어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뿐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노대통령보다 낮은 신뢰를 받고 있다. 지지율이 급락한 집권말기 현직대통령보다도 차기 대선주자들이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 상황이다.

 

셋째, 현역 정치인들의 리더십과 신뢰도에 회의가 확산되면서 2선으로 물러난 정치인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추세도 뚜렷하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전체 국민조사에서 이후보와 박후보 다음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회창 전대표가 그 뒤를 이었다. 다만 김 전대통령의 경우 영향력에 비해 신뢰도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격차가 크게 나타나 김전대통령의 정치개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현재 대선에서 범여권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집단에서는 김대중 전대통령이 가장 신뢰받는 정치인으로 꼽혔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대선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회창 전대표의 경우 영향력 면에서는 김 전대통령에 크게 못 미치지만 국민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정치 1선에서 물러나 있는 전직대통령, 전직 야당 총재의 영향력이 여권의 대선주자들을 능가하고 있는 현실은 현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집단적인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