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 주 UN 대표부 차석대사를 역임하였다.

 


 

발표요약

 

동북아 통합은 동북아 3국 모두에게 큰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동북아 통합의 목적은 경제적 번영과 안보이다. 동북아 지역은 이미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지역통합이 이루어지면 큰 경제적 이익을 누릴 것이다. 안보차원에서도 동북아 지역통합은 한중일 3국 모두에게 이롭다. 중국과 일본은 지역통합을 통해 상호에 대한 안보위협을 감소할 수 있고 군비 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한국 역시 지역통합을 통해 안보를 보장받을 수 있고 또한 독일이 유럽 연합(European Union: EU)를 통해 평화적 통일을 이뤄낸 것처럼 지역통합은 한반도 통일과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통합의 수단으로는 한 · 중 · 일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s: FTA) 체결을 들 수 있다. EU의 통합은 철과 석탄의 공동관리로부터 출발하여 무역자유화와 공동화폐 제도 도입이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한 · 중 · 일 간에 상품무역, 투자, 서비스 시장을 자유화 하는 FTA 체결은 장기적 통합의 수단이 될 것이다.

 

동북아 3국의 FTA 체결 전략으로는 1)한국이 중간에 서서 한일/한중 양자간 FTA를 추진하는 단계적 전략(step by step), 2)한 · 중 · 일 FTA 일괄타결방안(grand bargain), 3)부문간 통합을 통한 실질적 통합을 추진하는 방안(sectoral approach) 등 세 가지 방안이 있는 데, 중 · 일간의 경제적 격차와 상호 불신을 고려할 때 FTA 체결과 같은 법적(de jure)통합보다는 많은 분야별로 교류를 쌓아가면서 이러한 분야별 협력을 바탕으로 통합하는 실질적(de facto)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동북아 통합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은 중요하다. EU의 통합은 미국이 유럽의 평화수호자(guarantor of peace) 역할을 담당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한국, 일본과 상호안정보장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미국이 동북아에서도 같은 역할을 해준다면 동북아 통합과정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협력의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동북아 통합으로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얻게 되는 것이 한국이고, 일본과 중국은 상호 불신이 높기 때문에 양국간 직접 통합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한국이 중간자(facilitator)로서 한 · 중 · 일간 상호협력이 가능한 부문별로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한 · 중 · 일간 신뢰가 증진되고 동북아 3국 통합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토론

 

통합의 개념

 

지역협력과 지역통합의 개념은 구분되어야 한다. 협력은 목적론 없이 이익추구에 따라 이루어지는 시장거래, 관세협상 등을 말하고, 통합은 목적론을 담고 있다. 예컨대 아시아통화기금(Asia Monetary Fund) 형성에 대한 논의는 협력이지 통합이라고 할 수 없다. EU는 지역통합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NAFTA)은 지역협력이다. 통합은 단순한 이익추구를 넘어서 통합의 목적론을 담고 있어야 한다. 정책결정과정에서 상호 조율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키고 함께 만들어 가는 비전이 있어야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자간 협력과 지역통합은 구분해야 한다.

 

통합의 범위

 

통합의 범위를 동북아로 국한 시킬 것인지 동남아까지 포괄한 동아시아 지역통합을 논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존재한다. 동남아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북아 만으로 국한 시킬 경우 경제통합의 수요와 안정적 투자공간 확보가 어렵고, 동남아를 포함한다면 1997년부터 지속되어온 아세안+한 · 중 · 일정상회의(ASEAN+3)를 지역통합논의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북아만으로 국한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아세안 FTA의 교역량을 살펴보면 내부 교역 비중도 낮고 실제로 FTA에서 합의된 것에 따라 관세혜택을 적용 받는 교역량은 10% 이하임을 지적한다. 반면 동북아 3국의 역내 교역량은 25%이다. 유럽의 통합 초기 역내 교역량은 19%였던 것을 비추어 볼 때 경제적 통합의 기초는 다져져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경제통합을 넘어 지역통합으로 발전하려면 정치적 비전이 공유되어야 하는데 동남아를 포함한 거대 아시아 보다 동북아 3국의 비전 공유가 훨씬 용이하다는 것이다.

 

지역의 범위를 어디까지 상정하든지 간에 동북아에서 성공적인 지역통합을 이루려면 처음부터 미국을 고려하여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앞으로 중국이 크게 성장할 것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강한 세력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미국이 지리적으로는 태평양 세력이지만 아시아 지역의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지역 내 평화 수호자 역할은 인정해야 성공적인 지역통합이 가능할 것이다.

 

통합의 필요성과 수단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경제와 안보 두 차원의 필요성을 지적하지만, 통합의 수단으로는 경제만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 부분은 오히려 협력이 어려울 수 있다. 국가간 경제적 이익이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손해는 가시적이지만 경제 통합을 통한 이익은 계산하기 어렵다. 결국 경제 논리만으로 통합을 추동해 내기는 어렵다.

 

오히려 안보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EU의 초석이 된 석탄철강공동체(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ECSC)도 안보적 논리에서 출발하였다. 유럽 국가들은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 석탄과 철강을 공동으로 관리하기로 합의하였다. 공동관리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따라온 경제적 이익에서 확산(spill over)효과가 발생하였고 지역통합까지 진행된 것이다. 동북아 지역통합을 추진하려면 경제적 필요성 보다는 동북아에서 통합을 추동할 안보적 요인이 무엇인지를 지적하고 통합을 이끌어낼 수단을 제시해야 한다. 한 · 중 · 일 3국에게 있어 유럽의 ECSC와 같은 것은 무엇이 있을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

 

동북아 안보요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부상이다. 최근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은 안보 불안을 느끼고 미국 중심의 양자동맹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안보적 차원에서 통합이 필요한 것은 미국 중심의 양자동맹으로도 풀 수 없는 안보 딜레마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통합은 이러한 안보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이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이 현재 불투명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통합을 추진할 이유가 있다.

 

실질적 통합(de facto) 대 법적(de jure) 통합

 

실질적 통합(de facto)은 시장과 기업의 통합을 의미하고 법적 통합(de jure)은 국가 정부간의 통합을 의미한다. 통합은 실질적 통합이 아니라 법적 통합의 차원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된다. 실질적 통합은 정부가 주도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이루어 지는 것이다. 실질적 차원의 통합을 넘어 법적 통합이 필요한 이유는 실질적 차원의 통합과정에서 발생되는 갈등 때문이다. 시장은 공통의 이익추구를 위해 실질적 통합을 진행하지만 동시에 필연적으로 갈등을 발생시킨다. 이 갈등의 해소를 위해 정부가 필요한 것이다.

 

금융협력

 

최근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hiang Mai Initiative) 분담금 협의가 이루어진 이후 동아시아 지역 금융협력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유럽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무역통합 이후 금융통합이 이루어 지는 데 동아시아는 무역통합보다 금융통합이 먼저 진행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이러한 순서가 오히려 자연스럽다. 동아시아에서 금융통합이 먼저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공통의 ‘위기’경험이다.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동아시아 지역국가들간 협력을 통해 위기를 공동으로 해결 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겼고 이것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금융통합을 가속화 하는 데 추진력을 주고 있다. 반면 무역통합은 이러한 위기감이 없으므로 오히려 통합이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FTA의 경우는 동아시아 지역 내 국가 이외의 국가와도 체결이 가능하다. FTA를 통해 동북아 통합을 추진하는 것보다 배타적인 통화분야의 협력을 기초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최근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에서 5월 3일 분담금 협의가 이루어졌다. 지역 다자기구에서 분담금 합의가 이루어 졌다는 것은 다른 동아시아지역 기구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2% (중): 32% (일): 16% (한): 20% (아세안)으로 분담금이 결정 되었는데, 이는 이후 의사결정방식의 좋은 선례로 동아시아 협력 제도화에 역할을 할 것이다.

 

유럽의 역사와 동아시아의 역사

 

유럽의 역사와 동아시아의 역사는 큰 차이가 있다. EU는 400년 전쟁의 경험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유럽의 국가들이 근대 이후 패권다툼의 결과로 지역통합이 등장했다면, 동아시아는 역으로 중국 중심의 통합의 역사에서 분리된 지 채 200년이 되지 않았다. 유럽처럼 안보의 논리로 통합을 이루려면 분쟁의 경험이 더 있어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는 권력(power), 이익(interest), 정체성(identity) 차원에서 통합과 분열의 모습이 혼재되어 있다. 특히, 정체성 차원에서 매우 복잡하다. 동아시아는 19세기까지는 통합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가 근대에 들어 개별 국가로 분리되었다. 유럽과 달리 통합의 힘과 분열의 힘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동아시아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동아시아 방식의 통합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발표자 : 조현

사회자 : 하영선

 

토론자

구민교

김병국

김양희

손 열

이숙종

이승주

이용욱

이재승

최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