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복합동맹을 향하여」 (Toward Korea-US Complex Alliance)

○ 일시 : 2008년 11월

○ 강연 : 하영선(河英善) 서울대 교수 켄트 칼더(Kent Calder)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교수

○ 사회 : 전재성 서울대 교수

 

하영선 교수 강연

 

사회자가 조금 전에 얘기했듯이 캠벨 박사가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는데 오바마 정권 인수과정에서 역할을 하게 된 관계로 한국에 와서 강연하는 것 이 불가능하게 된 것 같다. 제 지금 심정은 시험장에서 미처 준비 못한 시험 문제를 즉석에서 풀어야하는 수험생 같은 기분이다. 다르게 비유하자면 연주 자로서 사전 연습 없이 신곡을 즉석 연주해야하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반 대로 듣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재미있는 25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나도 얘기를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끝낼지는 다 끝나봐야 알 것이기 때문에 서로 즐거운 25분이 될 것 같다.

 

한미동맹이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두 달 동안 겪고 있는 사건들이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나는 세계와 한국이 함께 겪고 있는 “세계금융위기” 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오바마 정부 의 출범이다. 이 두 사건이 나머지 사건들을 당분간 압도할 것이기 때문에 이 사건들을 중심으로 새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얘기 는 지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다. 이홍구 이사장님이 소개했듯이 EAI에서 한 미동맹을 새롭게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 5년 전이다. 그 1차 작업의 결과를 2 년 전 「한미동맹의 비전과 과제」라는 소책자로 발행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 면 “한미동맹에 관한 논의가 단순한 냉전이나 탈냉전의 수준을 넘어서야 하 는 것 아니냐”는 것이 21세기 초에 우리가 가졌던 생각이었다. 동시에 국내 의 보수와 진보라는 구시대적 구분을 넘어선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 좀 길게 봐서 21세기 향후 100년을 어떻게 역사적으로 규정하며, 한미동 맹을 자리 잡게 할 것이냐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시대는 단순한 근대(modern)도 아니고 단순한 탈근대(postmodern)의 시대도 아니다. 21세기는 모던과 포스트모던을 동시에 겪어야하는 딜레마의 시대이다. 따라서 시대를 규정하는 표현 역시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라는 결 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시대 규정 하에서 한미동맹 역시 ‘복합동맹’(complex alliance)으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근대적 동맹은 무엇이고, 탈근대적 동맹은 무엇이며 ‘복합동맹’은 무엇인가? 근대동맹은 국가라는 주인공(actor)이 일차적으로는 군사, 그리고 부차적으로는 경제 무대에서 생존의 공동 목표를 위해서 긴밀하게 공동 노 력하는 것이라면, 탈근대(postmodern) 동맹은 국가를 넘어서는 초국가(transnational), 하위국가(subnational)의 주인공들이 환경, 문화, 지식과 같은 새로운 무대(stage)에서 삶의 공동목표를 위해서 함께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복합동맹’은 이 두 동맹형태의 복합을 의미한다.

 

‘복합’(complex)이라는 말이 복잡해서 그런지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국내 외에서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대선과정에서 나온 싱크 탱크들의 정책연구 자료들을 훑어보면, 우리가 그동안 이야기했던 것과 대단 히 비슷한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도 오늘 이 자리에서 강연하기로 했던 캠벨 박사가 원장으로 있고 미국 대선과정에서 오바마의 외교안보정책 을 자문했으며 현재는 미국 신정부 출범을 위해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싱크탱크인 CNAS(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가 생산한 가장 대 표적인 연구를 하나 소개하겠다. 제목은 「The Power of Balance : America in iAsia」인데, 제목부터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는 우리가 이미 “세력균형 (Balance of Power)”(이하 BOP)라는 용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보 고서는 BOP라는 단어를 뒤집어서 보고서의 제목으로 “균형력(Power of Balance)”(이하 POB)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개념의 뜻부터 얘기를 시작한다. 오늘 캠벨 박사가 여기 오지는 못했지만 만일 캠벨 박사가 와서 강연을 했더라도 그 내용의 핵심은 내가 오늘 여기서 얘기 하는 내용과 같은 것이 되었을 것이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