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미래를 꿈꾸는 소중한 자산인 인턴들이 연구원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감을 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교육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월요인턴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AI는 인턴들이 본 인턴 세미나를 통해 좀 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모습으로 연구원 활동에 참여하고 학교 내에서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증대, 네트워크 활성화 그리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연구원과 인턴들간의 장기적 관계 발전 형성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발표자 로즈마리 풋(Rosemary Foot), 옥스포드대(University of Oxford) 성안토니컬리지(St Antony’s College)
참석자 김지훈,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김혜인, 고려대학교 배수빈, 연세대학교 신이수, 이화여자대학교 신현석, 연세대학교 이미소, 서울대학교 Ole Engelhardt, University of Vienna
작성자 김혜인, 거버넌스연구팀 인턴 (고려대학교) 어릴 적, TV를 통해 고교생 토론대회의 중계 방송을 본 적이 있다. 팀을 지어 찬반을 나누고, 논리로써 상대팀을 반박하는 일반적인 형식의 토론대회였다. 마지막에는 가장 맹렬하게 상대팀의 허점을 공격하여 제압한 팀이 우승을 차지했고, 축하한다는 자막과 함께 요란한 팡파레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어린 나의 눈에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드는 우승팀이 너무나도 멋져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동일한 눈길로 그 대회를 바라보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조금 더 회의적인 시선으로 관전하며 이런저런 질문을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 과연 상대를 패배시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더 나아가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찬성과 반대, 또는 옳고 그름을 칼 자르듯 분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생각을 더욱 더 강화시켜준 계기는 바로 얼마 전 개최된 전문가세미나였다. 이번 주 월요인턴세미나는 “Identity Politics and the US Rebalance to Asia”에 대한 로즈마리 풋 교수의 전문가세미나로 진행되었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Rebalance to Asia) 정책 발표 이후, 동북아시아의 국가들은 현재 서로 다른 외교 정책을 구사하며 한층 더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풋 교수에 의하면,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주요 관점 중 하나인 ‘신현실주의(Neorealism)’는 이러한 현실을 설명하는 데에 한계를 지닌다. 그녀는 신현실주의보다는 국가의 정체성이나 주관이 국가의 외교에 영향을 미친다는 구성주의적 관점이 현재의 동북아를 설명하기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한국, 일본, 대만 등을 사례로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였다. 로즈마리 풋 교수의 강연이 끝나고, 이에 대한 한국 학자들의 질문과 반론이 제기되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우선적으로, 한국 학자들은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현재 외교 정책은 현실주의의 관점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현재 나타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외교 전략은 각 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또한 국가의 정체성이 어떠한 것인지 측정할 수 없고, 더 나아가 그것이 누구에게서 나타나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지적 역시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과연 현재 일본 총리인 아베 신조가 추구하는 일본의 ‘보통국가화(Normalization)’나 우경화된 정치 구호는 일본의 국가 정체성과 연관된 대국적 목표일까? 보통국가화를 반대하는 일본인 역시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질문의 답을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즈마리 풋 교수의 주장은 우리에게 충분한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역사적으로 국가의 정체성이 국제 정치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모든 나라는 국민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고, 더 나아가 그것이 직, 간접적으로 국가의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위안부 문제로 인해 악화된 한일관계는 중국의 부상이나 미국의 재균형 정책만으로는 완전하게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이론과 설명의 불완전성은 로즈마리 풋 교수 역시 인정한 부분이다. 풋 교수는 자신에게 제기된 여러 반론들에 대해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라며 인정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일부는 동의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자신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완벽한 이론과 반박할 수 없는 설명은 현실 세계에서 찾기 힘들다. 특히 다층적이고 복잡한 동북아시아의 국제 관계에서는 더더욱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태도를 견지해야만 더욱 정교한 이론과 설명을 탄생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로즈마리 풋 교수는 인턴들에게 단순한 지식보다 더 깊이 공명하는 내면의 울림을 주었다. 당당하게 주장을 피력하지만, 동시에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사람의 미덕. 이렇게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아는 포용력을 가진 석학에게 우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말이 옳아요. 단지 우리는 관점이 다른 것뿐입니다.’ 라는 풋 교수의 말이 여전히 귓가를 맴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