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미래를 꿈꾸는 소중한 자산인 인턴들이 연구원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감을 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교육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월요인턴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AI는 인턴들이 본 인턴 세미나를 통해 좀 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모습으로 연구원 활동에 참여하고 학교 내에서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증대, 네트워크 활성화 그리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연구원과 인턴들간의 장기적 관계 발전 형성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발표자 배진석, EAI 거버넌스팀 팀장
김혁중, 하와이대학교 대학원 김혜인, 고려대학교 이미소, 서울대학교
작성자 이미소, 외교안보팀 인턴 (서울대학교) 당신의 레포트는 안녕하십니까? 돌아온 레포트에 적힌 단 한 줄의 코멘트, “다시 써오세요” 어떤 레포트가 A를 받느냐는 질문에 대한 교수님의 답, “나를 감동시키는 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돌아오는 대답, “개요를 짜라,”, “첨삭을 열심히 해라.” 교수님을 감동시키기는커녕 당신께 읽히기도 부끄럽고, 더 코멘트 할 가치도 없다는 건가 싶어 체념도 되는 나의 글. 개요, 첨삭 중요한 거 안다. 개요를 짜고 첨삭을 열심히 하라고 조언해주는 사람들은 과연 알까? 어떻게 하면 개요를 짜임새 있게 세울 수 있는지, 어떻게 고쳐야 내 글이 더 나아질지 알았더라면 난 애초에 글을 잘 썼을 것이라는 사실을. 나의 레포트는 안녕하지 못하다.
내 발목 잡는 글쓰기 지난주에 이어 배진석 거버넌스팀 팀장의 <글 쓰기, 글 읽기Ⅱ> 월요인턴세미나에서는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며 글 읽기 연습을 해보았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주요 언론사의 논설위원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함께 읽은 두 개의 칼럼은, 그것이 담고 있는 주장을 비판하기도 전에 글의 내부적인 문제들이 속속 눈에 밟혔다.
하나는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를 비판하려다가 미국의 대선후보 샌더스, 덴마크, 나아가 복지국가 모델까지 끌고 오면서 글의 초점을 스스로 흐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겟 고정(Fixed Target)에 실패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선시대 태종-세종-장영실의 프레임을 현대 한국정치에 대입하여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알파고(AI)의 구도를 잡고 글을 쓴 것으로 보이는데, 전개가 들쭉날쭉해 글의 흐름을 따라가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논리 전달에 실패한 것이다.
글의 발목 잡아 글쓰기 ‘발목잡기(Bootstrap Operation)’라는 것이 있다. 글쓴이의 논리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A-Z까지 파악한 후 입장을 바꾸어 ‘내가 글쓴이라면 이 글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사고해보는 글 읽기, 쓰기 방식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 우리는 그들의 발목을 잡는 입장이지만, 사회과학 레포트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에는 거꾸로 발목을 잡히는 입장이 된다. 우리는 먼저 우리 주변을 둘러싼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질문이 연구주제로 심화되기 위하여 선행연구를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선행연구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가설로 설정한다. 여기서 글 전체의 타겟을 고정해야 한다. 가설의 종속변수가 바로 그것이다. 측정(measure)을 위해 조작적 정의를 하면 준비는 끝난다. 남은 과정은 가설이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가설 설정과 검증을 반복하는 것이다.
논리적 비약은 없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가? 전달 방식은 적절한가? 사회과학적 글쓰기를 하는 내내 우리는 끊임없이 발목을 잡고, 잡힌다. 발목을 잡는 사람은 나 자신이거나 내가 코멘트를 부탁한 다른 사람이거나, 상관 없다. 발목잡기는 결과적으로 반드시 글을 더 낫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