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미래를 꿈꾸는 소중한 자산인 인턴들이 연구원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감을 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교육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월요인턴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AI는 인턴들이 본 인턴 세미나를 통해 좀 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모습으로 연구원 활동에 참여하고 학교 내에서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증대, 네트워크 활성화 그리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연구원과 인턴들간의 장기적 관계 발전 형성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발표자

신영환 EAI 외교안보연구팀 팀장


참석자

김태형, New York University
변선영, 고려대학교
서준표, Woodbery Forest School
송윤희, 연세대학교
신원식,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원나영, 숙명여자대학교
이채리, Middlebury College
장유진, Macalester College
조    민, Smith College
주진영, Farragut High School
주창욱, 성균관대학교
Ekaterina Mozhaeva, Georgetown University SFS
Eric Anderson,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내용정리

 

작성자

김태형, 대외협력팀 인턴 (New York University)

 

2000년대 이후 개봉한 영화 중 국제정치의 핵심이라 일컬어지는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를 가장 역동적으로 표현한 영화로 기원전 480년경 페르시아 백만대군의 침공에 결사항전으로 맞서 싸운 스파르타 300인 정예군단의 서사 드라마 <300>을 꼽을 수 있다. 신영환 연구원님의 작품해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단편적인 영화감상을 벗어나 영화 <300> 곳곳에 숨겨진 전쟁과 국제정치의 기본적 요소들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영화 <300>과 국제정치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정치의 기본적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정치란 무엇인가? 가장 보편적인 학문적 정의로는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이 제시한 “사회를 위한 가치의 권위적인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s for a society)”이 있다. 투표를 통해 시민으로부터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받은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양도받아 사회의 보편적 권익을 수호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민주국가의 국내정치와 달리, 국제정치에는 사회계약이 성립하지 아니한다. 홉스가 말하는 약육강식의 자연상태에서 국가들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무정부 상태에서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국토를 수호하는 것, 즉 안보(security)는 국제정치의 핵심 가치가 된다. 무정부 상태를 전제로 가정하는 국제정치에서 전쟁은 국가 간의 상충하는 이익이 절충에 실패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궁극적으로 전쟁과 평화는 국제정치의 본질인 것이다.

 

영화 <300>은 스파르타군의 충성심, 뛰어난 전술, 총화단결의 모습 및 스파르타의 정체(政體) 등의 모티프를 빌림으로써 고금을 뛰어넘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요소들을 보여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전쟁의 승리는 모든 국가의 지상과제가 되며, 전쟁의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군사, 지도자, 국민 등 세 주체가 총화단결 하여야만 한다. 이는 전쟁에 관한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의 전쟁론(Von Kirege)의 핵심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클라우제비츠는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의 영향을 받아 정치, 군사, 국민이 삼위일체를 이뤄 유기적으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때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클라우제비츠는 이 중 정치가 가장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았는데, 지도자가 전쟁의 정치적 목표를 설정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군사적 성과를 통해 이를 구현해 나가는 것이 전쟁의 성공에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보았다.

 

영화에서 페르시아 레오디나스왕은 다가오는 침공에 앞서 그리스의 자유와 스파르타적 가치를 수호하자는 정치적 목표를 스파르타 시민들에게 제시하고, 이는 스파르타군이 절대적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 백만 대군에 대항에 7일씩이나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가 말하듯 행운의 여신(Fortuna)은 결국 준비하는 자에만 찾아온다.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선 우월한 군사력을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없다. 결국, 행운의 여신은 압도적 군사력을 갖추고 있던 페르시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와 함께 영화 <300>은 방어적 전쟁이 가장 강력한 전쟁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관을 반영해 주고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방어적 전투의 전략적 우수성을 강조하는데, 스파르타군이 상대적으로 익숙한 테르모필레 협곡 지형을 잘 활용한 점은 홈필드 디펜스의 이점을 극대화한 경우로서 방어적 전쟁의 좋은 예가 된다.

 

국제정치의 기초적인 개념에 대한 철저한 이해는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필히 지녀야 할 자세이다. 특히 국제정치의 핵심인 전쟁과 평화에 대한 개념을 파악하는 것은 국제정치의 본질에 접근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러한 개념들은 역사적 변천을 거쳐 수립되고 발전된 것들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들을 참고하는 것은 이러한 개념을 숙지하는 데 있어서 기초가 되는 것이다. 영화 <300>는 테르모필레 전투라는 역사적 사건을 극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전쟁의 실체에 다가가는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매개체가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