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더 큰 규모의 물리적 충돌을 야기해 관련 당사국들을 충돌의 길에 들어서게 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9일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외교부와 동아시아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통일한국의 외교비전과 동아시아의 미래’ 국제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잘못된 민족주의와 결합된 역사수정주의는 영토 및 군비경쟁으로 인해 이미 폭발하기 쉬운 상황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의 땅과 바다, 하늘과 사이버 공간에서까지 대결의 기세가 또다시 넘쳐나고 있다”며 “대립과 갈등을 넘어 협력과 신뢰의 시대를 열지, ‘지정학의 저주’가 귀환하는 것을 지켜볼지는 우리의 선택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토머스 홉스가 살아있다면 지금의 상황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같다고 말할지도 모른다”며 “지난 2월 헨리 키신저가 ‘현재 아시아의 상황이 19세기 유럽과 비슷하며, 군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경고를 상기해 달라”고 언급했다.
윤 장관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라도 한 것처럼 동아시아 곳곳에서 온갖 문제들이 튀어나오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냉전 종식 이후 동아시아의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심각하게 훼손해 지역 전체가 퇴보의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 모든 관련국은 경쟁국을 적으로 생각하는 극단적인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어느 국가라도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평화를 위한 공동의 명분을 훼손한다면, 힘겨운 노력 끝에 이룩한 더 중요한 성과를 잃어버리는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북한 문제에 대해 윤 장관은 “북한도 미얀마나 베트남과 같은 길을 선택할 때”라며 “북한이 이와 같은 전략적 선택을 빨리하면 할수록 더 나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은 통일을 향한 여정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고자 핵심 국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다나카 히토시 일본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전 외무성 외무심의관)과 진찬룽 중국 인민대 교수, 피터 벡 아시아재단 한국지부 대표 등 각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참가해 한반도 통일 전망과 주변국의 시각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