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 웃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외교부와 동아시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통일한국의 외교비 전과 동아시아의 미래' 국제회의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北, 미얀마·베트남의 길 따라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9일 동아시아 정세와 관련,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더 큰 규모의 물리적 충돌을 야기시켜 관련 당사국들을 충돌의 길에 들어서게 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외교부와 동아시아연구원이 '통일한국의 외교비전과 동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서울에서 공동 주최한 국제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잘못된 민족주의와 결합된 역사수정주의는 영토 및 군비경쟁으로 인해 이미 폭발하기 쉬운 상황에 기름을 붓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의 땅과 바다, 하늘과 심지어는 사이버 공간에서까지 가리지 않고 대결의 기세가 또다시 넘쳐나고 있다"며 "대립과 갈등을 넘어 협력과 신뢰의 시대를 열어나갈지, 아니면 동아시아 역사의 망령, 즉 '지정학의 저주'가 귀환하는 것을 지켜볼지는 우리의 선택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토머스 홉스가 살아있다면 지금의 상황에 대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같다고 말할지도 모른다"면서 "지난 2월 헨리 키신저 박사가 '현재 아시아의 상황이 19세기 유럽의 상황과 비슷하며, 군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경고를 상기해 달라"고 언급했다.
윤 장관은 그러면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라도 한 것처럼 동아시아 곳곳에서 온갖 문제들이 튀어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냉전 종식 이후 동아시아가 성취해온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고 이 지역 전체가 퇴보의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윤병세 외교장관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외교부와 동아시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통일한국 의 외교비전과 동아시아의 미래' 국제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는 "동아시아 모든 관련국은 경쟁국을 적으로 생각하는 극단적인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어느 국가라도 국내정치적 목적을 위해 평화를 위한 공동의 명분을 훼손코자 한다면, 그간 힘겨운 노력 끝에 이룩한 더 중요한 성과를 잃어버리는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윤 장관은 "이제 북한도 미얀마나 베트남과 같은 길을 선택할 때"라면서 "북한이 이와 같은 전략적 선택을 빨리하면 할수록, 더 나은 결과를 갖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은 통일을 향한 여정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고자 핵심 국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일본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전 외무성 외무심의관)과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대학교 교수, 피터 벡 아시아재단 한국지부 대표 등 각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참가, 한반도 통일 관련 전망과 주변국의 시각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다나카 이사장은 통일 한국의 과제 중 하나로 한미동맹이 처할 딜레마를 들며 "미군 기지가 중립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하고 지리적으로도 중국 국경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도록 구축하는 등의 방식을 제시해 중국 측의 양해를 얻지 못하면, 통일 한국은 중국에 상당한 근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도 "(한반도 통일 이후) 미군이 여전히 한반도에 주둔하게 될지, 특히 38도선 이북으로 미군을 배치하게 될지 중국은 우려하고 있다"고 전한 뒤 통일 한반도와의 영토분쟁 가능성도 중국 입장에서의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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