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동아일보는 동아시아연구원(EAI)의 ‘2025년 양극화 인식 조사’에 대해 <‘국힘-민주 싫다’ 응답자의 절반 가량 “역겹다, 정치권서 안봤으면”>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EAI는 국내 중견 정치학자들이 참여하는 싱크탱크다.

동아시아연구원 ‘2025년 양극화 인식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매우 싫다(호감도 100 중 10 미만)’고 응답한 민주당 지지자는 69.0%, ‘민주당이 매우 싫다’고 답한 국민의힘 지지자는 58.8%로 집계됐다. 4년 전 EAI 조사결과는 ‘국민의힘이 매우 싫다’고 응답한 민주당 지지자는 40.8%, ‘민주당이 매우 싫다’고 응답한 국민의힘 지지자는 50.5%였다. 

국민의힘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가 강한 수준의 불호를 나타냈다. “어느 쪽이 귀하의 입장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이 비호감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60.6%가 ‘역겹다. 정치권에서 안 봤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보다 약한 수준의 불호를 나타내는 ‘분노를 일으킨다. 잘못하고 있음을 따지고 싶다’는 응답률은 39.4%다. 

민주당이 비호감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경우, ‘분노를 일으킨다. 잘못하고 있음을 따지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는 56.0%, ‘역겹다. 정치권에서 안 봤으면 좋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44.0%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정치 양극화 심화와 정치 불신의 확산으로 상대 정당을 악마화하는 혐오 정서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거대 양당이 이념적으로 극단화됐다. ‘국민의힘이 이념적으로 진보와 보수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0∼10(0은 매우 진보, 10은 매우 보수)으로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73.8%가 ‘보수’(6~10)라고 답했다. ‘중도’(5) 15.8%, ‘진보’(0∼4) 10.4%가 뒤를 이었다. 4년 전에 비해 ‘보수’라는 응답률이 8.3%p 늘었다.

민주당에 대해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전체 응답자 68.9%가 ‘진보’라고 답했다. ‘중도’ 응답률은 18.5%, ‘보수’는 12.6%다. 4년 전에 비해 ‘진보’라는 응답률은 14.4%p 늘었고, 중도라는 응답은 2.6%p 줄었다.

‘스스로는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가 46.3%로 가장 많았다. 진보(27.1%)와 보수(26.7%)는 팽팽했다. 동아일보는 “절반가량의 응답자가 스스로를 중도로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거대 양당은 이념적으로 더욱 양극화되고 있다고 본 셈”이라고 설명했다.

‘1년 뒤 한국 정치권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 응답자는 57.8%였다. ‘변화 없을 것’이라는 응답률은 22.5%, ‘완화될 것’이라고 답한 응답률은 19.7%에 그쳤다.

동아일보는 사설 <탄핵정국 속 혐오 짙어진 정치 양극화… 민주주의 좀먹는다>에서 “이번 조사는 결국 둘로 쪼개진 듯한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에 가깝다”며 “더 큰 문제는 이런 양극화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동아일보는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극렬 지지자들을 '애국시민'으로 부르며 한 정파의 지도자처럼 행동하고, 압도적 국회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도 일방통행식 정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2, 3개월은 탄핵심판 결과와 그에 따른 후폭풍으로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1월 22일부터 23일, 이틀간 전국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웹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응답률은 2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2%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