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에서 탄핵정국으로 접어드는 동안 정당 지지율 상승을 맛본 국민의힘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찾아 접견하고, 지난 주말 대구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 차원에서는 탄핵 심판을 진행중인 헌법재판소에 대한 편향성 논란 제기로 ‘흔들기’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는 강성 지지층을 향한 구애의 성격이 강하지만,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온건 보수층을 등 돌리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심판이 종반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여론조사 착시현상이 사라지고 민심의 향방이 달라지면 여당의 태도도 달라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11일 동아시아연구원 주최 컨퍼런스에서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조용한 중도는 무엇을 원하나’ 주제발표에서 “보수집단의 경우 내부적으로 매우 뚜렷한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면서 “‘계엄의 불가피성에 대한 인정이나 탄핵 반대’는 보수 집단 내 강성 보수층의 의견에 불과한 것이고 온건 보수, 특히 중도 보수는 이와 분명하게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온건 보수의 경우 국민의힘에 대한 호감도가 강성 보수집단에 비해 낮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역시 온건 보수는 강성 보수보다 낮게 나타났다. 강 교수는 “지금의 극한적 대립이나 갈등은 이러한 중도층, 혹은 온건 이념층의 입장보다 극단적 입장을 가진 강성 보수, 강성 진보가 정치적 논쟁이나 쟁점 이슈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전체의 20%도 안 되는 강성 보수와 강성 진보의 극단적 입장이 정국을 주도하면서 전반적인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이해하기 힘든 일부 여론조사 결과 역시 ‘참여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극적이어서 참여를 거부하는 중도나 온건 집단 대신 참여에 적극적인 강경한 이들의 견해가 과대 표집되면서 실제 여론의 흐름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여론조사 착시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여당의 강성 지지층을 향한 ‘눈도장 찍기’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8일 대구·경북을 지역구로 둔 윤재옥, 이만희, 강대식, 정희용 의원 등 10명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했고 10일에는 김기현 전 대표와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이 윤 대통령을 접견했다. 12일에는 당 차원에서 헌법재판소를 방문해 ‘탄핵 심판 졸속 진행’에 대해 항의할 계획이다. 대구 집회 참석과 윤 대통령 면회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식적 차원의 조치가 아니라 의원의 개별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향후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하는 행보만으로는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국면에서의 중도 외연 확장을 생각하면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엄경영 디오피니언 소장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민의힘은 보수 지지층과 중도 무당층 사이에서 어정쩡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