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5년 1월 22~23일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이 중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하여 어느 정도 만족하는가’(0~10점)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20대(18~29세)는 5.08점으로, 전 연령대에서 60대(5.07점) 다음으로 낮은 점수를 줬으며 이는 전체 평균(5.36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가였다고 한다. 특히 20대 남성은 4.89점으로 가장 낮았는데 이는 2017년 조사에선 20대 남성(만족 48.6%)이 40·50대 남성(37.3%, 43.6%)보다 우호적이었다는 사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지금 이 땅엔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불신이 퍼지고 있다. ‘민주주의가 다른 제도보다 더 낫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율도 20대 남성의 62.6%만 동의했고 그 뒤를 30대 남성(64.3%), 60대 여성(71.5%)이 뒤를 이었다. 이 역시 2017년 조사에선 30대 남성(73.4%)을 제외하곤 모두 80%대를 웃돌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사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민주주의를 작동케 하는 주축인 국회·대통령·법원·행정부·중앙선관위의 경우 불신한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도 절반엔 못 미쳤다고 한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에서 인도, 헝가리에서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기관이 포위당하고 있다. 한때 정치적 진화의 종착점으로 여겨졌던 민주주의는 이제 실존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 민주주의 규범의 침식, 권위주의적 경향의 증가, 허위 정보의 확산은 사회를 불확실한 미래로 밀어붙이고 있다. 강력한 민주주의는 선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 즉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기관을 남용으로부터 보호하는 비공식 규칙에 의존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규범은 체계적으로 해체되었다. 민주적 수단을 통해 선출된 지도자들은 점점 더 자신의 권력을 사용하여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키고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고 통치를 확대했다. 법원이 당파적 판사들로 가득 차고, 입법부가 당내 민주주의를 잃어버리고 대표단의 거수기가 되고, 일부 미디어 매체가 여기에 편승함으로써 민주주의는 본질을 잃었다. 내부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지도자들 사이에서 우려스러운 패턴이 나타났다. 그들은 대중적 수사를 사용하여 지지를 모으고, 반대자들을 악마화하고, 자신을 국가의 유일한 보호자로 내세운다. 자신은 민주주의고 상대는 독재 또는 독재 옹호자로 몰아붙인다. 그들은 독립적인 기관을 공격하고, 언론의 정통성을 박탈하고, 선거에 대한 불신을 심었다. 그들은 사회를 양극화하고 위기감을 조장함으로써 권력을 통합하는 비상조치를 정당화한다. 디지털 시대에 민주주의는 새로운 교활한 위협, 즉 정보의 무기화에 직면하고 있다. 한때 민주화 도구로 칭송받았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허위 정보와 조작의 전장이 되었다. 국내외 행위자들은 이러한 플랫폼을 이용하여 음모론을 퍼뜨리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불신하고, 민주주의 기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시민들이 더는 사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없을 때 민주주의는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본다. 이 위기는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민주주의의 퇴보는 오랜 자유주의적 통치 전통을 가진 국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선거는 존재하지만, 기본적 자유가 침식되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부상은 개방적 사회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여러 변화를 나타나게 한다.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대중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하는 전통적 정당의 실패는 권위주의적 성향의 지도자들이 번창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구원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생존은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의지에 달려 있다. 독립적인 기관을 강화하고,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미디어 리터러시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단계다. 시민 사회는 민주주의 침식에 저항하기 위해 동원되어야 하며, 정치 지도자들은 분열보다 합의를 우선시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권위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서로를 지원해야 하므로 국제 협력도 중요하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오늘날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 달려 있다. 시민과 지도자 모두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민주주의가 미래의 약속이 아닌 과거의 유물이 된 세상에서 깨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