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대한민국의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다"

최근 서울 주요 여대 재학생들이 모여 발표한 시국선언이 이례적이다. 오랫동안 특정 정당의 지지 기반으로 여겨졌던 이른바 '이대녀'(20대 대학생 여성)가 공개적으로 민주당을 비판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도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이다.

지난 24일 주요 여대인 이화여대·숙명여대·성신여대·동덕여대·덕성여대·서울여대 재학생들은 '여대연합 탄핵반대 시국선언'라는 이름으로 공동 성명문을 발표했다.

성명문은 민주당이 겉으로는 여성 보호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여성의 권익을 외면해 왔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경찰 특활비를 삭감하며 마약 및 딥페이크 수사를 방해했고, 내부 성범죄를 비판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축출당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민주당이 친중·친북 성향 인사들과 함께 시국선언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위구르 여성들의 강제피임과 성폭행, 북한 여성들의 성범죄 개념조차 모른 채 착취당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이중 잣대를 비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는 여대 내 탄핵반대 학우들에 대한 폭행, 협박과 신상털기 등의 위협에 대해서도 좌파와 주류 언론들은 외면한다"며 "대한민국 여성들은 이제 '좌파 정당만이 여성을 위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호비판이 자유로운 사회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대녀'는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으로 인식돼 왔다.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시행한 온라인 설문조사(2022년)에서는, 2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율이 무려 68%에 달했다. 올해 2월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43.7%의 지지를 기록했다.

그동안 특정 정당의 우호적 지지층으로 간주되던 20대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최근 정치적 태도의 변화 조짐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 여대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고, 공개 시국선언이 이뤄진 것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물론 전체적인 여론조사상 20대 여성 정당 지지율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같은 움직임은 특정 세대·성별 유권자 집단의 내부에서 더 이상 단일한 정치 성향으로 묶기 어려운 다양성이 등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