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바람의 진원지는?

조국의 바람이 불었다. 24.25%의 정당투표율, 687만 4278표, 의석 12석. 개혁신당 102만5775표, 새로운 미래 48만3828표를 압도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10석 돌풍을 넘어선 태풍의 바람이다. 광주 47.72%, 전남 43.97%, 전북 45.53%, 동일한 지역에서 각각 36.26%, 39.88%, 37.63%를 득표한 더불어민주연합을 제쳤다. 광주에서는 10%포인트를 앞질렀다. 이 바람이 잠시 분 바람인가? 계속 몰아칠 바람인가? 그래서 이 바람의 근원지를 반드시 들여다 봐야겠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라는 비호감 캐릭터에서 얻은 반사이익, 비조지민(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지역구는 민주당)이라는 전략의 성공, '3년은 길다, 검찰 독재 조기 종식,' '수사권/기소권 완전분리와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검찰개혁,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정면 승부한 '한동훈 특검법 1호 법안 발의' 등의 슬로건 및 공약을 통한 성과 등으로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만으로 태풍이 되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조국의 바람이 시작된 근원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조국혁신당 안에서 불어온 바람이라기보다는 밖에서 불어온 바람이기 때문이다.

저항투표인가? 대안인가?

선거 직후 동아시아연구원(EAI : East Asia Institute)은 22대 총선 표심 분석과 정치개혁 과제 콘퍼런스에서 이 바람의 원인에 접근한다. '기존에 지지하던 정당이나 정당의 인물에 실망해서 제3당으로 표를 이전한다'는 것을 정치학에서는 '저항투표'라고 한다. 이 바람이 저항투표였을까? 동아시아연구원(EAI) 정연경 박사는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투표 결정 요인 분석'이란 발제에서 과연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족이 정말로 신당의 투표로 이어졌는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한다. 정연경 박사는 저항투표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하나는 기존 지지하던 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야 하고, 또 하나는 이를 표출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 정당이 있어야 한다. 과연 기존 거대 양당에 대한 불만으로 유권자들이 표를 이전한 것인가? 무당파가 움직인 것인가? 신당에 대한 호감도가 작용한 것인가?

이 분석을 따라가 보자. 신당 투표자는 누구였는가?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을 투표한 유권자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국혁신당은 40~50대의 지지를, 개혁신당은 20대와 50대의 지지를 받았다. 50대 응답자 중 약 34%가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 조국혁신당은 5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는 이후 조국혁신당이 정책을 수립하는데 반드시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둘째, 조국혁신당은 호남 지역 유권자의 지지를, 개혁신당은 강원·제주 지역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광주·전라 지역 응답자의 약 43%가 조국혁신당에, 강원·제주 지역 응답자의 약 10%가 개혁신당에 투표하였다.

셋째, 두 정당 모두 중산층 및 상위층의 마음을 움직였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400-500만 원인 응답자가 약 30%, 500-600만 원이라고 응답한 유권자가 26%가 조국혁신당에 투표하였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600-700만 원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약 8.6%가 개혁신당에 투표하였다.

넷째, 조국혁신당에 투표한 상당수는 진보적 유권자다. 현재도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고 있고, 이념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가깝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 반면, 개혁신당 투표자 상당수는 중도적 유권자다. 기존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는 미래통합당을 지지한 비율이 높았다. 즉, 두 신당 투표자들은 모두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기존 거대 양당 지지자들이었다. 22대 총선에서는 제3당으로 이전하여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저항투표가 일어났다.

그렇다면 이들은 기존 지지 정당을 완전히 이탈한 것일까? 아니면 일시적으로 항의하는 것일까? 해당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조국혁신당 투표자의 경우 민주당에 대한 일시적 항의의 의미로 저항투표를, 개혁신당 투표자의 경우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한 완전한 이탈의 결과로 저항투표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조국혁신당 투표자의 대부분은 과거에는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했고, 현재도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적으로도 더불어민주당에 가장 가깝다. 즉 더불어민주당에 항의의 표현을 하기 위하여 조국혁신당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개혁신당 지지자는 국민의힘 이탈자와 민주당 이탈자가 모인 그룹이다. 조국혁신당의 경우와 달리 기존 양당 모두에 대한 불만족도가 크고 개혁신당을 가깝게 여긴다. 이는 일시적인 항의보다는 완전한 이탈의 의미로 저항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조국혁신당 투표자는 민주당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항의의 목소리를 냈고, 개혁신당 투표자는 기존 거대 양당 모두에 돌아섰다. 결론은 일시적 저항투표다.

이제 조국의 바람을 좀 더 들여다보자. 조국의 바람은 대안에 대한 기대가 아닌 저항투표다.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 국정 운영의 불만이 조국으로 향한 것이 아니다. 이 불만은 조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도 향할 수도 있었다. 바람의 진원지는 진보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이에 대한 조국혁신당의 역할에 기대였다. 일시적인 바람이 아닌 돌풍이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가 무엇인가? 권력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