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회 9400건 열려 불법·폭력 시위 증가세

'목소리 크면 수용' 인식탓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전국에서 모두 9407건의 집회와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 참가한 221만8710명 가운데 불법·폭력 시위에 가담한 3624명이 입건됐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39.2건의 집회·시위가 열리고 9244명이 참가해 15명이 사법 처리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집회·시위 공화국'이란 등식이 나올 법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성조(한나라당) 의원이 13일 공개한 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 1만3406건의 집회·시위에 308만2069명이 참가해 4933명이 입건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에는 1만1904건의 집회·시위에 232만7608명이 참가해 6265명이 입건됐다. 최근 2년 사이 집회·시위가 하루 평균 6.6건 더 열리고 참석 인원도 평균 2800여명 더 늘어난 셈이다.

 

 

200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던 불법 폭력 시위도 최근 증가 추세다. 2001년 215건(전체 1만3083건 중)에서 2006년 62건까지 떨어졌지만, 2007년 64건, 2008년 89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42건이었다.

 

경찰청이 지난 2월 펴낸 '주요 외국의 불법 집회시위 대응 현황 자료집(2009)'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 100만명당 집회·시위는 736건으로 홍콩(548건)·워싱턴DC(207건)·파리(186건)·도쿄(59건) 등 주요 도시보다 월등히 많았다.

 

OECD 회원국의 '법질서지수' 통계에서 한국은 4.3점을 얻어 30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미국·영국(5.9점), 일본·독일(5.6점), 프랑스(5.3점)에 비해 한참 뒤지는 결과였다. 호주·캐나다·네덜란드·덴마크 등 11개국이 6점 만점을 얻었다. 우리보다 낮은 국가는 터키와 멕시코, 폴란드 정도였다.

 

김 의원은 "시위 참가자들이 불법 폭력 시위에 쏠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한국은 불법 시위를 했을 때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는 비율(29.1%)이 적법 시위를 할 때(25.2%)보다 높다는 동아시아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그 예다.

 

자료집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은 불법 집회와 시위에 대해 엄격한 처벌 조항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카고에서는 신원 확인을 방해할 목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행위를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는 시위 진압 경찰관이 폭동 진압 임무를 수행하다가 저항하는 상대방을 사망이나 부상에 이르게 할 경우 민·형사상 소송의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규정했다. 범죄를 예방하는 심리적 측면과 공권력 행사의 실효성을 높이는 효과를 함께 보겠다는 뜻이다. 일본은 경찰관을 폭행하는 시위대는 현장 지휘관의 지시가 없어도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강제 연행해 구속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불법 집회에 대한 경찰의 소극적 대처로 현행법 위에 '떼법'과 '정서법'이 있다는 잘못된 논리가 널리 퍼져 있다"면서 "폭력 집회는 예외 없이 엄중 처벌해 불법 시위에 대한 잘못된 학습효과를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