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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앞세워 대화 의지를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지난 3월 31일 백악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과 '소통'(communication)하고 있다며 소통의 중요성과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The Chosun Daily 2025).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한 핵문제 해법의 목표와 원칙은 매우 선명하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도 미 국무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의 협력을 약속했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본 목표를 미일 정상회담과 동일히 적시하며("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DPRK") 공동성명으로 공식화하였다(U.S. Department of State 2025). 나아가 뮌헨안보회의 G-7 외교장관 공동성명에는 "북한은 유엔의 모든 대북제재결의안에 따라 모든 핵무기, 현존 핵 프로그램,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Munich Security Conference 2025).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해 러시아와 중국과의 핵군축 문제도 중요하게 제기해왔다(White House 2025a). 핵무기 숫자를 줄이는 것 자체도 엄청난 업적으로 평가하며 러시아와 중국에게 핵무기 감축을 이미 제안했고, 향후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는 북한, 인도, 파키스탄 및 다른 나라들도 포함되야 한다고 했다(White House 2025b).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들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간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러한 간극의 확대는 한국을 배제한 미북간 스몰딜 가능성과 그에 따른 미국의 확장억지력 약화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증대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기우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전략적 선택 변화 방향에 주목해 보면, 북한은 미국과 대화의 장에 나올 기회요인도 크지 않고 대화의 목적이 비핵화 협상이라면 더욱 나올 이유가 없어 보인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2기에 맞서 국방, 외교 분야에서의 전략적 선택의 선명성을 보이는 만큼 지난 연말 전원회의 때 발표했던 최강경대미대응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I. 핵무력 임전태세 강화와 질량적 증대를 통한 핵방패론
북한은 핵무력 강화노선의 불가역성을 강조하며 핵물질 생산 총력전과 '최강 대미대응전략'을 천명했다. 김정은은 '핵물질생산기지'와 '핵무기연구소' 현지지도를 통해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가 필수불가결하다며, 핵대응태세의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키는 것이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며 변함없는 숭고한 의무이고 본분"이라고 단언했다(조선중앙통신 2025a). 따라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대변인 입장에 대해서 "상식 밖의 궤변"이라고 폄하하며 자신들의 핵무기는 "흥정물"이 아니라 "불변의 실전용"이라고 밝혔다(조선중앙통신 2025b).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도 "국가수반이 천명한 새로운 핵무력 강화노선을 일관되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며, "핵은 곧 평화이고 주권이며 국가헌법이 부여한 정당방위수단"이라고 강조했다(조선중앙통신 2025c).
미국 해군 제1항모강습단 소속 칼빈슨함이 지난 3월 2일 약 8개월 만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부산에 입항하자, 김여정은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고조는 "핵전쟁억제력의 무한대 강화의 명분을 충분히 제공"해 준다며 "미국이 계속해 군사적 힘의 시위행위에서 기록을 갱신해 나간다면 우리도 마땅히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을 갱신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핵무력 임전태세 강화와 핵방패론의 캐치 프레이즈 하에서 북한이 억제력 행사의 기록 갱신을 어디에서 진행하고 있는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해상기반 핵능력 및 핵태세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은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SSBN) 건조 실태를 시찰하며 북한의 해상방위력이 임의의 수역까지 행사할 것을 강조했다(조선중앙통신 2025d). 김정은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사실과 함정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현지지도에서 해군전력의 강화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수상함선과 수중함선의 현대화, 작전능력 고도화의 동시 추진"을 요구하며 함선 보유 전망 계획과 단계별 목표, 그를 위한 국방경제사업의 이후 방향과 제반 과업들을 천명했다.
3월 20일 트럼프 2기 첫 한미연합훈련(FS)이 종료된 날, 김정은은 군수선박 건조 기지인 남포조선소를 찾아 해군력 강화를 위한 선박공업 전반의 현대화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사업을 최우선시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보장할 것을 강조했다(조선중앙통신 2025e). 북한은 핵탄두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김군옥 영웅함, 새롭게 건조하고 있는 핵잠수함, 그리고 핵무장 수중드론 해일, 서해 해상에서의 전략 순항 미사일 발사 등 핵 억제력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해상 핵 억제력 구성 요소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둘째, 항공·반항공 역량 강화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이 새로 개발·생산하고 있는 무인항공기술연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의 국방과학연구사업지도 방문 소식을 전하며, 감시정찰 자산, 무인체계 플랫폼, 레이더, 전자전 기술을 복합적으로 개발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조선중앙통신 2025f). 2023년 7월 무장장비전시회에서 글로벌호크를 빼닮은 정찰기를 "지상과 해상에서의 적군의 활동을 추적 감시할 수 있는 탐지 능력을 갖춘 신형 무인전략정찰기"라 부르며,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보여지는 러시아제 일류신(IL)-76 수송기에 레이돔(radome)을 올린 형상의 기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또한, 지난해 11월 BMW 승용차를 파괴하는 자폭형 공격무인기 성능 시험 공개에 이어서 이번에는 표적을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 군용 차량으로 바꾸고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된 자폭 공격형 무인기들"이라고 소개하며 수직 이착륙 쿼드콥터에서 폭탄 투하 공격 드론도 처음 공개했다.
한편, 한미 '자유방패' 연합연습이 진행된 3월 11일부터 20일까지 이례적으로 러시아 군용기 여러 대가 8차례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진입했다(연합뉴스 2025a) 공교롭게도 3월 20일 러시아 군용기들이 울릉도 북방 대한민국 영공 외곽 약 20km까지 근접 비행한 날, 북한은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최신형 반항공(지대공)미사일 무기체계의 종합적 전투성능검열을 위한 시험발사를 했다(조선중앙통신 2025e). 김정은은 "자랑할 만한 전투적 성능을 갖춘 또 하나의 중요방어무기체계를 우리 군대에 장비시키게 됐다"며 반항공무기체계연구집단과 해당 군수공업기업소에 감사를 표했다.
셋째, 특수작전부대 역량 강화다. 북한이 2016년 2월 광명성호를 발사하며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속도를 내자, 한국군 당국이 유사시 적 수뇌부, 핵시설, 미사일 기지,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시설 등 핵심 표적을 제거하는 \'참수(斬首)작전\'을 수행하는 임무를 전문적으로 대비하는 특수부대를 만들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조선일보 2016). 이에 북한도 김정은이 2016년 11월 4일 특수작전 대대 시찰을 발표하며 특수작전 대대 전투 임무 등을 상세히 보도하며 맞대응했다. 한국군이 2017년 12월 1일, 기존 제13공수특전여단을 참수부대인 제13특수임무여단으로 개편하고 창설식을 열기까지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특수작전대대의 전투훈련 지도와 더불어 2017년까지 특수작전부대의 방문을 4차례나 수행했다[1]. 이후 김정은의 특수작전부대 방문이 보도되지 않다가 2024년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앞두고 다시 특수작전부대 방문 보도가 증대됐다. 2024년 3월 서부지구 중요 작전 훈련기지, 9월 특수작전무력 훈련지기, 10월 서부지구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의 현지지도가 보도됐다[2]. 2025년 4월 김정은은 특수작전부대들의 훈련기지를 방문해 특수작전무력을 강화하는 것이 현시기 군건설전략의 주요 구성이라며 특수작전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중요 과업들을 제시했다(조선중앙통신 2025g).
II. 3자보다 북러 양자 전략적 협력관계 중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시행된 첫 번째 한미 자유방패(FS) 연합연습기간과 이후의 북한 반응을 보면, 군사적 대응보다는 러시아와의 포괄적 외교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3월 10일 한미연합연습 ‘자유방패’가 시작된 이후 러시아 외교부 루덴코 차관은 14일 평양에 도착해 러북 차관회담 비롯해 최선희 외무상과 면담 등 “양자 협력, 국제 및 지역 문제의 광범위한 현안 협상”을 했다(<연합뉴스> 2025a). 윤정호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은 3월 17일 평양을 출발해 모스크바에서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력에 관한 러·북 정부간 위원회 공동 의장단 회의를 진행했다. 러시아 천연자원부는 3월 21일 성명을 통해 러북은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틀 안에서 회담하고 있으며 회의에서 다양한 경제분야, 즉 산업, 농업, 교통 인프라, 교육, 문화 등 전통적인 상호 작용이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분야에서의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 2025b). 같은 날 김정은 위원장은 21일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서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고, 우크라이나 휴전안과 관련된 미러간의 접촉내용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었다(<연합뉴스> 2025c; 조선중앙통신 2025d).
III. '한반도 안보'에 주는 시사점
2025년 북한의 최강경대미대응전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우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 견제를 위해 러시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해 러시아측 입장에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북한 또한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에게 외교적, 군사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수행한 만큼 러시아와의 전략적 양자관계 공고화를 통해 북한의 핵억지력의 신뢰성 강화와 더불어 반항공, 해군력의 취약성 문제를 러북간 군사협력을 통해 극복하고자 할 것이다.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일 3국 군사훈련이 끝난 직후에 쇼이구 서기가 방북했다는 점에서 북한, 러시아 모두 전쟁을 수행하며 연합작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만큼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러북연합훈련의 수준과 범위에 대해서 논의하고 연례연습으로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미북 대화 및 비핵화 협상 가능성이다. 북한의 전략적 상황 및 핵방패론과 러북 양자관계가 정치, 군사, 외교, 경제, 교육, 과학기술,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빠른 속도로 협력이 진행되는 만큼 북한 입장에서 비핵화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 스몰딜 가능성도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받을 만한 것이 있을 때 가능한데, 북한은 미북관계 개선의 대가로 비핵화 협상을 하기 보다는 북한 핵을 용인하며 대북제재를 우회해 주는 러시아와의 양자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 크다.
결국, 우리의 대응은 북한의 대러 정책이 한반도 안보에 전략적 성과가 되지 않도록 정책개발에 중점을 둬야 한다. 북한의 핵무력 임전태세 강화에는 한미 확장억지력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러북간 포괄적 전략적 동맹관계 강화에 대해서는 한미공조와 한러 전략적 관계 발전을 통해 러시아의 대북 전략적 활용가치를 낮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조선중앙통신>. 2025a.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1월 29일. ___. 2025b. "현실을 인정하기가 그리도 괴로운가." 2월 8일. ___. 2025c.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 담화." 2월 18일. ___. 2025d. "존경하는 김정은동지께서 건설중에 있는 온포근로자휴양소를 현지지도하시였다." 3월 8일. ___. 2025e. "존경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남포조선소를 현지지도하시였다." 3월 21일. ___. 2025f. "존경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로씨야련방 안전보장리사회 서기장 쎄르게이 쇼이구 동지와 상봉하시였다." 3월 22일. ___. 2025g. "존경하는 김정은동지께서 국방과학연구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하시였다." 3월 27일. ___. 2025h. "존경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방문하시여 종합훈련을 지도하시였다." 4월 5일. <연합뉴스>. 2025a.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 종료...북한은 비교적 잠잠(종합)." 3월 20일. https://www.yna.co.kr/view/AKR20250320046551504. ___. 2025b. "한미 해병대, 25-1차 KMEP 연합보병·제병협동훈련." 3월 21일. https://www.yna.co.kr/view/PYH20250321020900013. ___. 2025c. "러 '김정은 올해 방러 준비...외무장관은 평양행 예정'(종합3보)." 3월 27일. https://www.yna.co.kr/view/AKR20250327146553009?section=nk/news/diplomacy. <조선일보>. 2016. "[단독] 軍 '北 수뇌부 참수' 특수부대 만든다." 5월 28일.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28/2016052800235.html. https://www.yna.co.kr/view/AKR20250327146553009?section=nk/news/diplomacy The Chosun Daily. 2025. "North Korea's Latest Provocations Raise Tensions." April 2. https://www.chosun.com/english/north-korea-en/2025/04/02/CP4E4E5NUBH55NBAFE4S2MMO4I/.
[1] 조선중앙통신, 2016.11.4., 2016.12.11., 2017.4.23., 2017.8.26 참조. [2] 조선중앙통신, 2024.3.7., 2024.3.16., 2024.9.13., 2024.10.4. 참조.
■ 이호령_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 담당 및 편집:김채린, EAI 연구보조원 |